[인물+] 하종선 변호사, '디젤게이트' 집단소송 총대 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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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만나보니…"요청이 오면 다해", "닛산 소송, 폭스바겐보다 더 어렵다"
[ 안혜원 기자 ] "세계적인 기업이 일으킨 초유의 사기 사건인 폭스바겐, 닛산의 배출가스 조작은 교과서에 남을 만한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소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배기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과 닛산을 상대로 국내 민사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사진·61)는 연이어 소송에 나선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하 변호사는 "기업을 위해 방어도 하고 소비자 편에 서서 기업을 공격하기도 한다"면서 "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하고 보는데 그것이 변호사로서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엔 기업을 위해 일했다. 1986년부터 10년간은 현대자동차 법무실장과 상임법률고문을 맡으면서 현대차를 상대로 미국 등에서 제기한 제조물 책임 소송 등에 맞섰다. 2004년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 2008년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에 임명돼 최고경영자(CEO)로도 활동했다.
그런 그에게 혹자는 이번엔 왜 소비자의 편에 섰냐고 묻는다. 하 변호사는 "이번만이 아니다"라며 손을 휘저었다. 그는 "늘 (기업에 대한) 공격도 하고 (기업을 위한) 방어도 했다"며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윈윈' 해야한다는 생각이지 어느 한 쪽 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가지를 다 해보니 언제나 방어보다 공격이 어렵다. 따라서 이번 폭스바겐과 닛산 소송은 단순히 차량 소유자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에서 이긴다면 소비자들이 승소한 몇 안되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2명으로 시작한 폭스바겐에 대한 집단소송인단은 현재 4000여명이 넘었다. 소송인단 30명을 확보한 닛산과의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내는 다음주 본격 시작된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실내 인증기준보다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 르노삼성 QM3에 대한 소송도 준비 중이다. 지난 21일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바른 본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계획을 물었다. ▷폭스바겐 소송의 진행 상황은.
"샌프란시스코 법원에서 미국 소비자와 폭스바겐 간의 합의안이 오는 6월21일 나올거다. 합의안에는 구체적인 보상액이 포함된다. 우리도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내놨기 때문에 동일한 수준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피해 보상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물론 폭스바겐 본사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 서로 밀고당기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법원 판결 전에도 보상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이다."
▷닛산과의 소송 과정도 비슷한가.
"다르다. 서로 다른 사건이니 다르게 진행한다. 폭스바겐에 대한 소송은 국내와 미국 두 곳에서 진행되지만, 닛산과의 소송은 국내에서만 한다. 그래서 폭스바겐과의 소송보다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더 어려운 이유는.
"미국에 비해 국내 법률 환경은 기업에게 유리하게 설정돼있다. 미국에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절차)' 제도가 있다. 정식 공판을 시작하기 전 상대방의 요청이 있으면 사건과 관련된 이메일이나 서류 등의 내부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기업의 약점이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소송을 꺼리고 합의를 원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피해자가 결함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에 대한 공격이 어렵다. 또 결함이 입증이 됐다해도 배상액이 터무니없이 작다. 비슷한 사안이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정신적 피해배상액이 큰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
▷닛산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피해보상액 수준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초기니까."
▷한국닛산 측에서는 소명자료 제출기한인 26일까지 환경부에게 불법 조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바뀐다면 소송은 어떻게 되나.
"상황이 바뀌면 소송 방향은 달라진다. 하지만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닛산 측은 캐시카이 차량에 대해 폭스바겐과 같은 임의설정은 없다고 했지만 임의설정은 폭넓은 개념이다. 당국은 이미 닛산 측의 설명을 들었고, 그럼에도 캐시카이 차량에서 배출가스 저감 장치 작동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을 했다."
▷르노삼성 QM3에 대한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그렇다. 환경부는 QM3 차량에는 임의설정이 없다고 했지만, 배출가스가 기준치의 17배나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실제 해외에서는 기준이 더 엄격하다. 특히 미국이 그렇다. 미국은 유로6 배출규제보다 더 강력한 'Tier2-Bin5'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유로6의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치가 ㎞당 0.08g인 반면 'Tier2-Bin5'는 ㎞당 0.04g이다. 한국 시장에서 팔리는 디젤차 대부분이 미국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수준이다.
QM3는 캐시카이와 같은 르노-닛산 계열 아닌가. QM3도 르노-닛산 계열의 엔진을 쓰고 있어 기술적 검증을 통해 임의설정 여부를 추가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무인자동차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하던데.
"2020년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 정부와 업계는 실질적으로 손을 놓고 있다. 무인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중요한 전환기에 대한민국이 후발주자로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현재 무인자동차에 대한 법 제정에서 가장 앞장서 있는 곳은 미국과 중국으로 보인다. 미 도로안전교통국(NHTSA)은 무인자동차의 경우 기계를 운전자로 보는 법규 개정을 올해 상반기 내에 제시하겠다고 했다. 중국 질리의 볼보는 무인자동차 운행 중 사고의 책임을 차를 만든 제조사인 자사가 지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무인자동차를 개발하고 양산하기 위한 토대는 법 제정에 있다. 무인자동차가 판매되기 위한 조건은 사고 시 책임 소재를 정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볼보처럼 무인자동차가 사고를 낼 경우 그것을 만든 제조사가 책임진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법이 필요하다."
▷무인자동차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우선 주무부서를 정해야 한다. 지금은 어디서 무인자동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가. 국토교통부인가, 미래창조과학부인가, 산업통상자원부인가. 여기저기서 너도나도 업무를 담당해서는 안된다. 가칭 '무인자동차부'를 신설하는 등 주무부서를 결정해야 한다.
사고 시 책임 소재를 결정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제조사가 무인자동차의 사고 책임을 모두 부담해야 소비자들에게 확산될 수 있다. 운행 면허, 관련 인프라 구축, 보험 등에 대한 사항도 논의해야한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법을 제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인자동차 탑승자의 대화 등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조항과 무인자동차의 작동을 방해하기 위해 불량신호를 보내는 고의적 사고유발 행위를 처벌하는 것 등 다양한 부분에서 사전 법률정비를 해둘 필요가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배기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과 닛산을 상대로 국내 민사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사진·61)는 연이어 소송에 나선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하 변호사는 "기업을 위해 방어도 하고 소비자 편에 서서 기업을 공격하기도 한다"면서 "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하고 보는데 그것이 변호사로서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엔 기업을 위해 일했다. 1986년부터 10년간은 현대자동차 법무실장과 상임법률고문을 맡으면서 현대차를 상대로 미국 등에서 제기한 제조물 책임 소송 등에 맞섰다. 2004년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 2008년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에 임명돼 최고경영자(CEO)로도 활동했다.
그런 그에게 혹자는 이번엔 왜 소비자의 편에 섰냐고 묻는다. 하 변호사는 "이번만이 아니다"라며 손을 휘저었다. 그는 "늘 (기업에 대한) 공격도 하고 (기업을 위한) 방어도 했다"며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윈윈' 해야한다는 생각이지 어느 한 쪽 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가지를 다 해보니 언제나 방어보다 공격이 어렵다. 따라서 이번 폭스바겐과 닛산 소송은 단순히 차량 소유자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에서 이긴다면 소비자들이 승소한 몇 안되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2명으로 시작한 폭스바겐에 대한 집단소송인단은 현재 4000여명이 넘었다. 소송인단 30명을 확보한 닛산과의 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내는 다음주 본격 시작된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실내 인증기준보다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 르노삼성 QM3에 대한 소송도 준비 중이다. 지난 21일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바른 본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계획을 물었다. ▷폭스바겐 소송의 진행 상황은.
"샌프란시스코 법원에서 미국 소비자와 폭스바겐 간의 합의안이 오는 6월21일 나올거다. 합의안에는 구체적인 보상액이 포함된다. 우리도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내놨기 때문에 동일한 수준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피해 보상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물론 폭스바겐 본사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 서로 밀고당기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법원 판결 전에도 보상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이다."
▷닛산과의 소송 과정도 비슷한가.
"다르다. 서로 다른 사건이니 다르게 진행한다. 폭스바겐에 대한 소송은 국내와 미국 두 곳에서 진행되지만, 닛산과의 소송은 국내에서만 한다. 그래서 폭스바겐과의 소송보다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더 어려운 이유는.
"미국에 비해 국내 법률 환경은 기업에게 유리하게 설정돼있다. 미국에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절차)' 제도가 있다. 정식 공판을 시작하기 전 상대방의 요청이 있으면 사건과 관련된 이메일이나 서류 등의 내부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기업의 약점이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소송을 꺼리고 합의를 원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피해자가 결함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에 대한 공격이 어렵다. 또 결함이 입증이 됐다해도 배상액이 터무니없이 작다. 비슷한 사안이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정신적 피해배상액이 큰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
▷닛산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피해보상액 수준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초기니까."
▷한국닛산 측에서는 소명자료 제출기한인 26일까지 환경부에게 불법 조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바뀐다면 소송은 어떻게 되나.
"상황이 바뀌면 소송 방향은 달라진다. 하지만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닛산 측은 캐시카이 차량에 대해 폭스바겐과 같은 임의설정은 없다고 했지만 임의설정은 폭넓은 개념이다. 당국은 이미 닛산 측의 설명을 들었고, 그럼에도 캐시카이 차량에서 배출가스 저감 장치 작동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을 했다."
▷르노삼성 QM3에 대한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그렇다. 환경부는 QM3 차량에는 임의설정이 없다고 했지만, 배출가스가 기준치의 17배나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실제 해외에서는 기준이 더 엄격하다. 특히 미국이 그렇다. 미국은 유로6 배출규제보다 더 강력한 'Tier2-Bin5'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유로6의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치가 ㎞당 0.08g인 반면 'Tier2-Bin5'는 ㎞당 0.04g이다. 한국 시장에서 팔리는 디젤차 대부분이 미국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수준이다.
QM3는 캐시카이와 같은 르노-닛산 계열 아닌가. QM3도 르노-닛산 계열의 엔진을 쓰고 있어 기술적 검증을 통해 임의설정 여부를 추가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무인자동차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하던데.
"2020년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 정부와 업계는 실질적으로 손을 놓고 있다. 무인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중요한 전환기에 대한민국이 후발주자로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현재 무인자동차에 대한 법 제정에서 가장 앞장서 있는 곳은 미국과 중국으로 보인다. 미 도로안전교통국(NHTSA)은 무인자동차의 경우 기계를 운전자로 보는 법규 개정을 올해 상반기 내에 제시하겠다고 했다. 중국 질리의 볼보는 무인자동차 운행 중 사고의 책임을 차를 만든 제조사인 자사가 지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무인자동차를 개발하고 양산하기 위한 토대는 법 제정에 있다. 무인자동차가 판매되기 위한 조건은 사고 시 책임 소재를 정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볼보처럼 무인자동차가 사고를 낼 경우 그것을 만든 제조사가 책임진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법이 필요하다."
▷무인자동차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우선 주무부서를 정해야 한다. 지금은 어디서 무인자동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가. 국토교통부인가, 미래창조과학부인가, 산업통상자원부인가. 여기저기서 너도나도 업무를 담당해서는 안된다. 가칭 '무인자동차부'를 신설하는 등 주무부서를 결정해야 한다.
사고 시 책임 소재를 결정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제조사가 무인자동차의 사고 책임을 모두 부담해야 소비자들에게 확산될 수 있다. 운행 면허, 관련 인프라 구축, 보험 등에 대한 사항도 논의해야한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법을 제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인자동차 탑승자의 대화 등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조항과 무인자동차의 작동을 방해하기 위해 불량신호를 보내는 고의적 사고유발 행위를 처벌하는 것 등 다양한 부분에서 사전 법률정비를 해둘 필요가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