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 기업을 상대로 자의적으로 규제하거나 비관세장벽을 쌓는 경우가 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초 LG화학 삼성SDI 등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를 전기버스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데 이어 최근 생산능력, 환경평가 등 자의적으로 정한 ‘동력전기업계 규범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에만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등록한 업체는 25개로 모두 중국 업체다. LG화학이 지난 2월, 삼성SDI는 4월에 신청했으나, 서류 미비로 반려돼 재신청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에 공장이 없어 신청하지 못한다.

디스플레이, 자동차 업계는 중국 정부가 공장 설립 허가를 몇 년씩 늦추는 바람에 투자 타이밍을 잃어 고전해왔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2008년부터 각각 광저우와 쑤저우에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짓기로 하고 중국 정부의 문을 두드렸으나 2년 가까이 지연된 2010년 말에야 허가를 받았다. LCD 값이 폭락한 이후였다. 공장은 2014년에야 가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사이 중국은 LCD 관세율을 계속 높였고, 2013년엔 반덤핑·반독점으로 두 회사를 조사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중국 내 판매량이 급증해 1~3공장 생산능력(105만대)을 넘어서자 2014년 초 충칭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 부지를 확보한 뒤 공장 설립을 신청했다. 그러나 1년 이상 허가받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요청해 확보한 허베이 공장 부지(20만대)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공장은 작년 4월과 7월에야 각각 착공할 수 있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