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있는 유령회사)를 내세워 은행에서 불법으로 대출받는 범죄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유령회사를 통해 가짜 서류를 꾸민 뒤 시중은행에서 수억원의 대출을 받는 불법 행위가 잇달아 적발됐기 때문이다.
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봉규)는 페이퍼컴퍼니인 제이제이에이치(비철금속제조업체)의 불법 대출을 도와주고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로 우리은행 A기업센터 영업지점장 원모씨(48)를 지난주 구속했다. 원씨는 제이제이에이치가 7억원을 대출받도록 해준 대가로 2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달 초 이 회사 대표 전모씨(41)와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 홍모씨를 구속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올해 초 시중은행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신종 불법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기획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말 매출이 전혀 없는 회사를 80억원 안팎의 매출을 내는 것처럼 꾸며 24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태산E&C 사주 손모씨(46)를 구속기소했다. 김모 전 금산덕원(현 신우엔탑) 대표(41)도 재무제표와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해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으로부터 3억원씩 대출받은 혐의로 브로커 나모씨(46)와 함께 이달 초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페이퍼컴퍼니 대표와 브로커에게 금품을 받은 정황을 잡고 공모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대출을 주도한 페이퍼컴퍼니 대표와 브로커 등의 수법은 비슷했다. 서류상으로 자본금 5000만~5억원 수준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허위로 재무제표를 꾸미고 세금계산서 등을 작성했다. 주로 시중은행 출신인 브로커들은 은행 지점장 등과 평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불법대출에 끌어들였다.
이들은 작은 기업의 소규모 대출은 은행 본점의 리스크 관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대출 규모가 큰 기업은 본점이 직접 실사를 하기도 하지만 비외감법인(자산총액이 100억원을 넘지 않아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회사)까진 신경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별 대출 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30억원 미만의 소규모 대출은 지점장 전결로 처리할 수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외감법인 대출 심사에선 재무제표 등 객관적 수치보다 오너의 인간성과 네트워크(인맥) 등 주관적 요소가 판단 기준이 된다”며 “지점장과 대출 담당자 등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구속기소된 김씨는 지난해 금산덕원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으로부터 3억원씩 총 6억원을 대출받았지만 은행들은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손씨는 페이퍼컴퍼니인 태산E&C가 연 80억원의 매출을 내는 것처럼 가짜 재무제표를 작성해 제출했지만 은행에선 26억원이나 빌려줬다. 지점 차원의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작은 지점을 지역 단위로 묶어서 관리하는 방식 등으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한 검찰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결국 불복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법원 판단 중 구속기간 계산 방식에 대해선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며 본안 재판에서 따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등검찰청장)는 8일 오후 5시19분께 윤 대통령에 대한 석방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했고, 서울구치소가 이를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로부터 약 30분가량 지나 서울구치소 정문을 걸어 나왔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한 뒤 경호차를 타고 관저로 이동했다.검찰은 전날 오후 1시50분께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이 나온 뒤 장장 27시간 30분 동안의 장고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 결정이 알려진 직후 내부 회의를 소집해 마라톤 회의를 거친 뒤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며 특수본에 윤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했다고 알렸다.형사소송법상 검찰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항고할 수 있다. 구속취소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있는 즉시항고가 보장된다. 검찰은 이 절차를 활용해 법원 판단에 불복해야 할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그러나 검찰은 구속집행정지, 보석 등에 대한 즉시항고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과거 헌법재판소 판례를 근거로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역시 위헌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항고를 포기했다. 대검은 “법원의 보석 또는 구속집행정지 결정 등 인신 구속과 관련된 즉시항고 재판 확정 시까지 집행을 정지하도록 한 종래 형소법 규정은 검사의 불복을 법원 판단보다 우선시하게 돼 사실상 법원의 결정을 무의미하게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