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사가 가입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부채)에 대한 시가평가를 올해부터 전격 시행키로 함에 따라 생명보험사에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이 2020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실시를 앞두고 올해부터 2018년까지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에 적용하는 할인율을 3년간 단계적으로 ‘20년 국고채금리+유동성 프리미엄’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그동안 자산운용수익률(3.5~4%)로 부채를 평가해 반영해왔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2018년에는 할인율이 연 2.5% 수준으로 낮아지고, 4대 생보사 부채가 향후 3년간 21조원 이상 늘어난다. 기준 변경만으로 부채가 급증하게 됐으니 ‘IFRS 보험 대란’이라고 할 만하다.

당국이나 업계나 꼭 이렇게 시한에 몰려 호들갑을 떨고 있다. 금감원 지적대로 그동안 자본확충 노력을 안 해온 생보사들의 문제는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예고도 없이 연내 평가라는 초강수를 두는 금감원은 또 뭔가. 2011년 IFRS 도입 이후 이미 두 차례나 ‘대란’이 있었다. 2012년에는 일부 코스닥 기업들이 새 기준에 따라 1회성 이익을 영업이익으로 분류했다가 금융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2013년에는 건설 등 업종에서 IFRS 적용으로 무더기 어닝쇼크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실물에는 변함이 전혀 없는데 회계기준을 바꾸면서 가해지는 경제적 충격이다.

회계란 기껏해야 기업 가치를 얼마나 제대로 장부에 반영하느냐의 문제다. 기준 변경에 따라 실물경제가 요동친다면 한참 잘못됐다. IFRS가 진정한 ‘국제회계기준’인가 하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이 여전히 독자기준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IFRS가 벌써 몇 번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