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광케이블 연결은 섬세한 작업…손 떨림 막으려 술도 안 마셔"
서울 광화문 KT 본사 2층 고객회선관리실에 들어서자 수만 가닥의 케이블이 보였다. 이 선은 각 가정으로 연결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990년 KT에 입사해 26년째 케이블 선로작업을 하고 있는 유석준 광케이블 마이스터(사진)는 “5세대(5G) 기가인터넷·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하려면 광케이블 인프라가 필수”라며 “새로운 통신 서비스가 생길수록 광케이블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지난달 31일은 1982년 한국에 처음으로 인터넷망이 구축된 날이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였다. 당시 인터넷 속도는 고작 1200bps였다. 34년 만에 한국은 손꼽히는 인터넷 강국이 됐다.

KT는 매년 케이블, 영업, 마케팅, 보안, 정보기술(IT) 등의 분야에서 마이스터를 선발하고 있다. KT 마이스터가 되려면 △관련 경력 20년 이상 △근무고과 상위 △전문교육 이수 △관련 자격증 보유 외에도 지역본부장 추천이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이론시험과 실기,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KT 마이스터는 327명으로 전체 직원 2만3000여명의 3%다.

유 마이스터는 입사 21년 만에 케이블 선로작업 마이스터가 됐다. 네트워크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라는 의미다. 정석환 KT CS운영담당 상무는 “마이스터는 현장에서 20년 이상 잔뼈가 굵은 인재들”이라고 설명했다. 마이스터는 일반직과 다른 보상체계로 대우한다.

광케이블을 이루는 광섬유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보다 더 얇다. 이런 광섬유를 절단하고 녹인 뒤 연결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과 섬세함이 필요하다. 접속 부분이 조금만 어긋나도 신호가 굴절되기 때문이다.

유 마이스터는 “10마이크로미터(1㎛는 1000분의 1㎜)의 광섬유를 자르고 이으려면 손을 조금이라도 떨어선 안 된다”며 “절주는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 점검, 광케이블 피해 복구, 이설작업, 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하고 때로는 도로 맨홀에 들어가 지하에서 선로 연결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광케이블 마이스터가 되려면 산업기사, 통신설비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갖춰야 하고 통신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유 마이스터는 “기술과 자격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료들과의 협업”이라며 “원활한 협업을 위해 직장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 사내외 후진 양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인도지사 발령을 받고 출국을 앞둔 윤 마이스터는 “한국 광통신 기술을 인도에 전파하겠다”고 다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