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신중상주의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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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이익 앞세운 보호무역 추세
30년대 대공황기 고통 떠올라
규제 완화해 경제 탄력성 높여야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장 >
30년대 대공황기 고통 떠올라
규제 완화해 경제 탄력성 높여야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장 >
신(新)중상주의가 도래하는 듯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이후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이 자유무역이다. 그런데 최근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자국 경제와 기업의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하자 각국은 수출 증가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자국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며 ‘환율전쟁’을 일으켰다. 미국과 유럽은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췄을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작년에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며 환율전쟁에 뛰어들었다. 일본 역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며 이에 대응했다. 올 들어 환율전쟁은 대만과 캐나다로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경제 실패의 원인을 외국 탓으로 돌리며 중국과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FTA를 전면적으로 손보겠다고 한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역시 강도는 약하지만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보호무역주의를 택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자유무역을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보호무역이 정치적인 힘을 얻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자유무역의 이익은 ‘보이지 않고’, 자유무역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보이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의 이익은 분산돼 있고 그것이 드러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반면 자유무역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집중돼 있고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낮은 가격의 수입 제품 때문에 섬유업체가 문을 닫으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생겨 눈에 보인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구매력 증가는 보이지 않는다. 부모는 값싼 의복을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재화와 서비스에 지출할 수 있는 더 많은 자원을 갖는다. 이것은 다른 산업을 성장케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정치적 캠페인에서 이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은 잘 먹혀들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무역이 국가 간에 이뤄진다는 오해 때문이다. 사실 무역은 국가 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각국에 살고 있는 개인들 간에 이뤄지는 것이다. 매일 교환하고자 하는 세계 각국의 수많은 개인들에 의해 수행되는 수많은 거래들이 집합돼 나타나는 것이 무역이다. 이것을 국가라는 어떤 획일적인 조직에 의해 이뤄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국가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보호해야 한다는 데마고그(demagogue·선동정치가)에 쉽게 현혹된다.
보호무역주의는 공멸의 길이다. 1930년대 대공황을 심화시킨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외국 제품에 대한 수입 금수 조치법이다. 미국 경제학자 1000여명이 서명하며 반대했지만 미국은 1930년 이 법을 발효시켰다. 그러자 미국에 물건을 팔기 어려워진 외국 정부들이 보복조치로 미국 제품에 대한 금수조치를 취했다.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고통을 겪었다. 최근의 보호무역 추세는 1930년대 대공황을 떠올리게 한다.
신중상주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대비책은 다름 아니라 우리 경제시스템을 유연하게 하는 일이다. 외부 환경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시스템이 유연하면 외부 환경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서 충격이 덜하다. 경제시스템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는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규제를 완화해 경제의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장 jwan@khu.ac.kr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하자 각국은 수출 증가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자국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며 ‘환율전쟁’을 일으켰다. 미국과 유럽은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췄을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작년에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며 환율전쟁에 뛰어들었다. 일본 역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며 이에 대응했다. 올 들어 환율전쟁은 대만과 캐나다로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경제 실패의 원인을 외국 탓으로 돌리며 중국과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FTA를 전면적으로 손보겠다고 한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역시 강도는 약하지만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보호무역주의를 택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자유무역을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보호무역이 정치적인 힘을 얻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자유무역의 이익은 ‘보이지 않고’, 자유무역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보이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의 이익은 분산돼 있고 그것이 드러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반면 자유무역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집중돼 있고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낮은 가격의 수입 제품 때문에 섬유업체가 문을 닫으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생겨 눈에 보인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구매력 증가는 보이지 않는다. 부모는 값싼 의복을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재화와 서비스에 지출할 수 있는 더 많은 자원을 갖는다. 이것은 다른 산업을 성장케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정치적 캠페인에서 이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은 잘 먹혀들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무역이 국가 간에 이뤄진다는 오해 때문이다. 사실 무역은 국가 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각국에 살고 있는 개인들 간에 이뤄지는 것이다. 매일 교환하고자 하는 세계 각국의 수많은 개인들에 의해 수행되는 수많은 거래들이 집합돼 나타나는 것이 무역이다. 이것을 국가라는 어떤 획일적인 조직에 의해 이뤄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국가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보호해야 한다는 데마고그(demagogue·선동정치가)에 쉽게 현혹된다.
보호무역주의는 공멸의 길이다. 1930년대 대공황을 심화시킨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외국 제품에 대한 수입 금수 조치법이다. 미국 경제학자 1000여명이 서명하며 반대했지만 미국은 1930년 이 법을 발효시켰다. 그러자 미국에 물건을 팔기 어려워진 외국 정부들이 보복조치로 미국 제품에 대한 금수조치를 취했다.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고통을 겪었다. 최근의 보호무역 추세는 1930년대 대공황을 떠올리게 한다.
신중상주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대비책은 다름 아니라 우리 경제시스템을 유연하게 하는 일이다. 외부 환경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시스템이 유연하면 외부 환경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서 충격이 덜하다. 경제시스템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는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규제를 완화해 경제의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장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