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창업동아리 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창업동아리가 발명한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단국대 창업지원단은 매년 1회 25개 창업동아리가 직접 만든 제품을 선보이는 행사를 연다. 단국대에는 창업동아리 5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단국대 제공
단국대 창업동아리 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창업동아리가 발명한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단국대 창업지원단은 매년 1회 25개 창업동아리가 직접 만든 제품을 선보이는 행사를 연다. 단국대에는 창업동아리 5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단국대 제공
단국대 무역학과 00학번 임수환 씨(35)는 2013년 9월 무려 12년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대학 2학년 때 휴학한 뒤 집안 사정이 어려웠던 탓에 복학이 늦어졌다. 그는 ‘졸업은 하자’는 심정으로 돌아왔다가 뜻밖의 기회와 마주했다. 2014년 ‘단국대 창업아이템 사업화’ 공모전에 참가해 학생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창업지원금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 그의 아이템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 실시간으로 온도와 시간을 제어해 커피맛을 높여주는 원두 로스팅 기계였다. 단국대 창업지원단은 임씨의 창업을 돕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창업지원센터에선 마케팅과 세무회계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편 학교에선 창업론 등 수업을 마련했다. 공대 교수들로 구성된 창업멘토단은 기술적인 도움을 줬다. 임씨는 2014년 7월 커피 장비업체 ‘밀리언커피’를 창업해 백화점과 각종 거래처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단국대 “3년간 창업강좌만 300개”

[2016 이공계 대학 평가] 창업 강좌만 300개…단국대 '미래의 잡스'에 7000만원 쏜다
한국경제신문의 ‘2016 이공계 대학 평가’에서 ‘늦깎이 복학생’을 창업주로 만든 단국대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단국대는 취업 및 창업 분야에서 한양대(82.3점)에 이어 한국기술교육대(코리아텍)와 함께 공동 2위(72.1점)에 올랐다.

단국대는 2007년 서울 한남동에서 판교테크노밸리와 인접한 경기 죽전으로 본교를 이전한 뒤 ‘창업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단국대가 2014년 이후 올해까지 개설한 창업강좌만 300여개로 전국 27개 창업선도대학 가운데 가장 많다. 창업을 위한 휴학을 인정하는 ‘창업휴학제’와 창업 관련 활동을 이수한 학생에게 마일리지를 적립해 장학금과 해외 창업연수 기회를 주는 ‘창업 마일리지 제도’도 마련했다. 창업 전담교원도 19명으로 연세대(13명), 서울대(10명), 고려대(5명)보다 많다.

예비창업자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창업지원단은 매년 18명가량의 예비창업자나 1년 미만의 초기 창업기업 대표를 뽑아 최대 7000만원의 창업 지원금을 지급한다. 기술 개발부터 생산·판로 개척까지 전 과정을 후원한다. 창업 동아리에도 최대 400만원을 지원하고 창업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50여개의 단국대 창업동아리에서는 예비창업자 2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단국대는 창업지원 분야 △학생 창업률(1위) △창업강좌 이수학생 비율(3위) △창업 전담 인력 수(5위) △학생 창업 지원액(6위) 등 4개 항목에서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단국대 관계자는 “현장밀착형 창업멘토시스템을 도입해 창업 아이템 사업화부터 마케팅까지 창업의 전(全)단계를 지원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창업 홍일점 숙명여대

창업·취업지원부문 공동 2위에 오른 코리아텍은 두드림(Do Dream) 스타트업 사관학교, 옥션마켓 등 독특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두드림은 예비창업가를 양성하기 위한 집중교육 프로그램이다. 창업지원을 5단계로 나누고 단계마다 사관학교식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업 강의, 성공기업 탐방, 전문가 멘토링, 특허 출원과 시제품 개발, 모의 데모데이 등 단계별로 지원 과정을 마련했다.

지난 4월 세계 3대 발명품 전시회로 불리는 ‘2016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품 전시회’에서 금상을 받은 네일아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글루가’도 두드림 출신이다. 이 기업은 일반 아세톤으로도 쉽게 지워지는 반고체 상태의 붙이는 젤네일을 개발했다. 바르기는 쉽지만 제거가 힘들었던 젤네일의 단점을 보완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글루가는 연내 갤러리아백화점 입점을 앞두고 있다.

숙명여대도 창업지원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학생 창업지원액(2위)과 창업강좌 이수학생 비율(14위)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숙명여대가 2010년 설립한 창업이론·실무 병행과정 ‘앙트러프러너십전공’과 창업지원 전담 조직 ‘앙트러프러너십센터’가 여성 창업자 양성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숙명여대는 올해부터 창업 활동 일지를 제출해 심사를 통과하면 최대 18학점까지 인정하는 창업학점인정제도도 시행한다.

이 밖에 전체 순위 이공계 1위 대학에 오른 한양대는 창업 4개 평가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창업전담 인력 수와 창업강좌 이수학생 비율에서 1위를 차지해 창업 관련 인프라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