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시장 거품 '위험수위'
채권시장의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 여파로 주요국 국채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등(금리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자료를 인용해 전 세계 국채의 평균 수익률이 이번주 들어 연 0.67%로 떨어지면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가격이 높다는 뜻이다.

주요국 국채 가격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금리를 보면 영국이 연 1.22%, 독일이 연 0.03%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국채값이 초강세를 보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평균 국채금리는 연 0.38%, 일본은 장중 사상 최저인 -0.155%까지 하락했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떨어뜨린 데 이어 채권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확대하면서 채권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마이너스 금리 국채의 규모는 10조4000억달러로 전체의 5%를 차지했다.

국채 중에서도 미 국채에 투자자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이뤄진 120억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미 국채 입찰에서 해외 투자자 비중이 64.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미 국채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거래된 10년물 금리는 연 1.67%로 지난 2월11일 이후 가장 낮았다.

WSJ는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유럽과 일본의 국채금리가 워낙 낮아 위험을 감수하면서 미 국채시장에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Fed가 금리를 올리면 기존에 산 국채 가격은 하락한다. 골드만삭스는 미 국채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1조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캐피털그룹은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다음번 위기는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정책 실험을 포기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채권왕’으로 불린 야누스캐피털의 빌 그로스는 글로벌 채권시장을 폭발 직전의 초신성에 비유하면서 “거품이 언제든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