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지도' 경매에 나온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채색 ‘대동여지도’(사진)가 경매에 나온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은 오는 28일 여는 여름 경매에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보물 제1900호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 겸재 정선의 그림, 백자 달항아리 등 희귀한 고미술품 70여점(추정가 55억원)을 경매한다.

추정가 22억~25억원에 출품된 ‘대동여지도’는 김정호가 손수 제작한 목판으로 찍어내 간행한 세로 6.7m, 가로 3.8m 크기의 대축척 분첩절첩식(粉帖折疊式) 전국 지도다. 전체 지도를 22첩으로 나눠 병풍처럼 펴고 접을 수 있다. 특정 지역 지도만 따로 떼 사용할 수 있고, 인쇄 후 군현별로 색칠까지 한 채색지도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구성과 보존 상태 등을 볼 때 사료적 가치가 높은 희귀본으로, 사용자의 편의와 실용성, 예술미까지 갖춘 지도로 평가된다”며 “이런 채색지도는 미국 밀워키대와 하버드대 엔칭도서관 소장본을 포함해 전 세계에 3부뿐”이라고 설명했다. 대동여지도는 1861년(신유본)과 1864년(갑자본) 두 차례 간행됐다. 이번 출품작은 지속적인 교정 작업이 거의 반영된 최종 단계의 신유본이다. 대동여지도는 20여개 기관이 소장 중이며 이 가운데 3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지난 2월 보물로 지정된 ‘주역참동계’도 새 주인을 찾는다. 중국 후한 위백양(100~170)이 쓴 주역참동계는 도가의 심신수련 방식과 장생 불로를 위한 단약 제조법을 4~5자의 운문으로 담은 책이다. 송나라 말기에 활동한 유염(1258~1327)의 저서 ‘주역참동계발휘(發揮)’와 ‘주역참동계석의(釋疑)’를 명나라 장본진이 합본한 것을 저본으로 1441년 초주갑인자(初鑄甲寅字)로 인쇄한 것이다. 추정가는 1억8000만~2억8000만원.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사인암(舍人巖)’도 추정가 1억2000만~1억5000만원에 나온다. 2003년 발견된 겸재의 화첩인 ‘구학첩’에 수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단양 8경 중 하나인 사인암의 절벽을 붓 두 자루를 동시에 쥐고 그리는 ‘양필법’으로 그려낸 역작이다. 단원 김홍도가 만든 ‘조선 서원아집도’와 비슷한 화풍과 구도로 그린 ‘서원아집도’(추정가 2억5000만~4억원)와 한국적인 정서가 가장 잘 드러난 ‘백자 달항아리’(추정가 1억5000만~2억5000만원) 등도 경매에 부쳐진다. 출품작은 오는 18~28일 K옥션 서울 신사동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02)3479-888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