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반성…"SW인력 절반이 기초수준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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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W의 불편한 진실' 사내방송
"냉정한 현실 인식 통해 SW경쟁력 강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 위해 기획"
1부 - 삼성의 SW기술 반성·2부 - 경쟁력 떨어지는 이유
조직문화 측면에서 분석
"냉정한 현실 인식 통해 SW경쟁력 강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 위해 기획"
1부 - 삼성의 SW기술 반성·2부 - 경쟁력 떨어지는 이유
조직문화 측면에서 분석
“인스타그램은 4명이 6주 만에 개발했다. 삼성이 개발했다면 몇백명이 붙어 1년은 걸렸을 것이다.”
“같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프로세서(AP)를 채택한 스마트폰도 소프트웨어(SW)에 따라 성능 차이가 난다. 샤오미폰은 삼성과 같은 AP를 쓰는데 갤럭시폰보다 빠르다.”
21일 오전 8시 삼성 계열사 사무실 곳곳에서 이런 말들이 들려왔다. 삼성그룹이 제작해 각사 사내방송을 통해 내보낸 ‘삼성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1부 소프트웨어의 불편한 진실’이란 프로그램에서다. 이 프로그램은 SW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삼성의 경쟁력을 짚어보기 위해 기획됐다. “SW 개발인력이 구글은 2만3000명, 삼성전자는 3만2000명이지만 문제해결 능력으로 따지면 삼성 인력의 1~2%만이 구글 입사가 가능한 수준”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 삼성 직원은 “사내방송 프로그램 중 근래에 보기 드물게 흥미진진했다”며 “깊은 반성을 하지 않으면 삼성이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삼성 SW 이래서 안됐다”
“그동안 애써 숨겨오려 한 불편한 진실, 우리 소프트웨어의 민낯을 공개합니다”라는 멘트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삼성과 한국의 SW 현실을 비판했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 나가는 국가대표를 뽑기 위해 중국에서는 6만명이 출전하는데, 한국에선 100명만이 경쟁하는 현실이 그려졌다. 중국은 이렇게 출전한 사람들이 따낸 금메달이 72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들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에 포진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삼성도 10년 전부터 SW 인력에 집중 투자해왔다. 하지만 양적 성장은 질적 성장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결론이다. 한 삼성 SW 엔지니어는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SW가 중요하다며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을 마구 뽑았다”며 “품질 업무를 해온 사람에게 개발 업무를 시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룹의 SW개발을 맡고 있는 삼성SDS에 대해서도 IBM, SAP, 오라클 등에 비해 역량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또 삼성전자, 삼성SDS SW 개발조직 임원들이 SW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직원들에게 일을 효율적으로 시키기보다 많이 시키는 문화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프로그램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TV 메모리반도체 등에서 세계 1위지만 SW 역량 없이는 현 위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TV를 살 때 이제 화질이 아니라 TV를 통해 뭘 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시대여서다.
2부는 오는 28일 방송된다. 삼성 관계자는 “2부에서는 SW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조직문화 측면에서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SW 없이 HW 1위 유지 어려워”
삼성이 SW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애플 아이폰의 경쟁력이 iOS(운영체제)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은 삼성전자는 2008년 SW개발을 전담할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설치했다.
하지만 여기서 개발한 바다 OS는 시장에서 참패했다. 2012년 바다 OS를 공식 폐기한 삼성전자는 인텔 등과 연합해 타이젠 OS 개발에 들어갔다. 2013년 말 나온 타이젠은 조금씩 저변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 모바일 시장 점유율은 0.5%도 안 된다.
2013년 삼성전자는 SW 인력이 모자란다며 대규모로 확충했다. 그해 1만명 이상을 채용했다. 인문계 전공자를 6개월간 교육해 SW개발자로 채용하는 ‘삼성컨버전스아카데미(SCSA)’까지 개설했다. 하지만 많은 인력이 높은 품질을 보증하는 건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2014년 말 MSC를 해체했고, SW 인력에 대해 역량테스트를 통해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당시 테스트에서 절반 가까이가 4단계 중 기초 수준인 4단계로 나타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같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프로세서(AP)를 채택한 스마트폰도 소프트웨어(SW)에 따라 성능 차이가 난다. 샤오미폰은 삼성과 같은 AP를 쓰는데 갤럭시폰보다 빠르다.”
21일 오전 8시 삼성 계열사 사무실 곳곳에서 이런 말들이 들려왔다. 삼성그룹이 제작해 각사 사내방송을 통해 내보낸 ‘삼성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1부 소프트웨어의 불편한 진실’이란 프로그램에서다. 이 프로그램은 SW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삼성의 경쟁력을 짚어보기 위해 기획됐다. “SW 개발인력이 구글은 2만3000명, 삼성전자는 3만2000명이지만 문제해결 능력으로 따지면 삼성 인력의 1~2%만이 구글 입사가 가능한 수준”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 삼성 직원은 “사내방송 프로그램 중 근래에 보기 드물게 흥미진진했다”며 “깊은 반성을 하지 않으면 삼성이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삼성 SW 이래서 안됐다”
“그동안 애써 숨겨오려 한 불편한 진실, 우리 소프트웨어의 민낯을 공개합니다”라는 멘트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삼성과 한국의 SW 현실을 비판했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 나가는 국가대표를 뽑기 위해 중국에서는 6만명이 출전하는데, 한국에선 100명만이 경쟁하는 현실이 그려졌다. 중국은 이렇게 출전한 사람들이 따낸 금메달이 72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들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에 포진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삼성도 10년 전부터 SW 인력에 집중 투자해왔다. 하지만 양적 성장은 질적 성장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결론이다. 한 삼성 SW 엔지니어는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SW가 중요하다며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을 마구 뽑았다”며 “품질 업무를 해온 사람에게 개발 업무를 시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룹의 SW개발을 맡고 있는 삼성SDS에 대해서도 IBM, SAP, 오라클 등에 비해 역량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또 삼성전자, 삼성SDS SW 개발조직 임원들이 SW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직원들에게 일을 효율적으로 시키기보다 많이 시키는 문화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프로그램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TV 메모리반도체 등에서 세계 1위지만 SW 역량 없이는 현 위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TV를 살 때 이제 화질이 아니라 TV를 통해 뭘 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시대여서다.
2부는 오는 28일 방송된다. 삼성 관계자는 “2부에서는 SW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조직문화 측면에서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SW 없이 HW 1위 유지 어려워”
삼성이 SW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애플 아이폰의 경쟁력이 iOS(운영체제)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은 삼성전자는 2008년 SW개발을 전담할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설치했다.
하지만 여기서 개발한 바다 OS는 시장에서 참패했다. 2012년 바다 OS를 공식 폐기한 삼성전자는 인텔 등과 연합해 타이젠 OS 개발에 들어갔다. 2013년 말 나온 타이젠은 조금씩 저변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 모바일 시장 점유율은 0.5%도 안 된다.
2013년 삼성전자는 SW 인력이 모자란다며 대규모로 확충했다. 그해 1만명 이상을 채용했다. 인문계 전공자를 6개월간 교육해 SW개발자로 채용하는 ‘삼성컨버전스아카데미(SCSA)’까지 개설했다. 하지만 많은 인력이 높은 품질을 보증하는 건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2014년 말 MSC를 해체했고, SW 인력에 대해 역량테스트를 통해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당시 테스트에서 절반 가까이가 4단계 중 기초 수준인 4단계로 나타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