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공약파기 아니라 실천"…野 사과요구 공세 차단 의미도
朴대통령 "당사자 합의와 전문기관 의견 존중" 강조하며 첫 언급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일단락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파기 논란으로 불거진 '신공항 2라운드' 국면에서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해공항 확장 결정으로 "최악의 국론분열 위기는 피했다"는 평가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는 가운데 대선공약 파기 논란에 대해서도 "김해공항 확장이야말로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논리로 돌파구를 열겠다는 계산이다.

박 대통령은 2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자문위원들과의 '통일대화'에서 "정부는 '김해 신공항' 건설이 국민들의 축하 속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최근 신공항 논란과 관련해 처음으로 발언했다.

신 공항 문제와 철저히 거리두기를 하던 박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작년 1월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용역결과 수용을 약속했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사회적으로 첨예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의 합의와 전문기관의 의견 존중, 정부의 지원이 잘 조화된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 정치권의 자제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특히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신공항 공약 당시 특정 지역에 신공항을 두겠다고 하지 않았고, 이전 정부들에서 10년 넘게 끌어오던 신공항 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을 들어 "공약파기가 아니라 공약을 실천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해공항 확장은 사실상 신공항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신공항이 되는 것"이라면서 "공약파기가 아니라, 어려운 문제이지만 약속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이 번 사업을 단순 확장이 아닌 '김해 신공항'이라고 규정한 것은 박 대통령이 지난 2011년 3월 이명박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결정 직후 "동남권 신공항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며 이듬해 대선에서 정식 공약으로 채택한 사실과 무관치 않다.

당시 공약을 근거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로 나뉘어 유치전을 펼쳤던 영남 지역에서 "또 백지화가 아니냐"는 반발 여론이 일자 '김해공항 확장=신공항'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더 이상의 논란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여기에는 '대선 공약 파기'를 내세워 박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야권 일각의 공세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한 참모는 "신공항 백지화가 아니라 김해 신공항으로 결론난 사안인데 사과나 유감 표명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동시에 '신뢰의 정치'를 신조로 여기는 박 대통령이 공약파기라는 비판에 계속 수세로 몰리다가는 임기 말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정면돌파 결심의 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이날 개최한 정부 회의의 명칭이 당초 '영남권 신공항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김해 신공항 관계장관회의'로 바뀐 게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언론사 부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신공항을) 백지화하거나 공약을 파기한 것이 아니다"면서 "김해공항이 앞으로 영남권 신공항"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또한 영남권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김해공항 확장보다는 '김해 신공항'이란 표현을 쓰고 싶다"고 밝혀 청와대를 측면 지원했다.

당·정·청이 일제히 '김해 신공항'론으로 정면 대응키로 한 것은 더는 소모적인 논쟁에 발목을 잡혀 국정운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다는 내부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임기가 3분의 1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개헌 등의 민감한 정치적 이슈까지 불거진 상황이어서 안보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려면 신공항 문제와 같은 갈등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전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 위기가 계속되는 만큼 이를 극복하는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등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