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전 장관은 젊은이들이 우리 농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전망했다.
서 전 장관은 젊은이들이 우리 농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전망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귀농귀촌이 사회적 관심으로 떠올랐던 2012년 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귀농귀촌 정책을 핵심정책 중 하나로 추진키로 했다. 서규용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당시 귀농귀촌정책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귀농·귀촌 목표를 2만호로 확대하기 위해 교육 확대, 재정 및 세제지원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6대 핵심 대책을 마련하면서 ‘Mr.귀농귀촌’이라 불렸다.

특히 서 전 장관은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더였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확신을 갖고 전국의 농업현장을 수시로 방문했다. 1년 9개월간 농식품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주말마다 다닌 현장을 돌아다닌 거리는 무려 3만1618km로 지구 한 바퀴(4만120km)에 달할 정도다.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작목별 문제가 생겼을 때 현장의 소리를 듣고 답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인지 농식품부 직원들이 현장에는 가보지도 않고 전화로 현황을 파악해 만든 보고서를 제출하면 어김없이 불호령을 내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Mr.귀농귀촌’. 서규용 전 장관 만나 우리나라의 귀농귀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서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서 장관은 귀농귀촌 정책의 지향점도 중요하지만 지속성과 일관성으로 예측가능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서 장관은 귀농귀촌 정책의 지향점도 중요하지만 지속성과 일관성으로 예측가능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장관 재직 시 안정적인 귀농을 위한 단계별 지원 대책과 각종 세제 지원 등 귀농정책의 기초를 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9년 수립된 귀농·귀촌 종합대책을 한 단계 발전시켜 귀농·귀촌정책 추진체계를 정비 하고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 귀농귀촌 희망자의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정보, 교육, 컨설팅을 제공했다. 또, 귀농귀촌 박람회 개최를 통해 귀농귀촌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시군 등 지자체의 도시민 유치활동 활성화 지원을 위해 도시민 농촌 유치프로그램을 지원했다.

결과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1~12년까지 장관으로 일했는데 취임전 4067호였던 귀농귀촌 가구수가 장관을 그만둘 때는 2만7000호로 6배나 늘었다.

도시민 농촌유치지원사업을 위해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운영하고 귀농귀촌 정착지원을 위한 귀농창업자금을 통해 매년 1500구좌 대출 실행을 한 점 등은 아직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귀농귀촌은 고령화나 산업구조조의 변화 등을 고려했을 때 지속가능성을 위한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얼마전 통계처럼 4만호가 넘었으니 이제 귀농귀촌이 정착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다만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 준비 없는 귀농귀촌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면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귀농귀촌종합센터와 박람회, 각종 교육홍보를 통해 철저히 인지시켜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산업구조의 변화가 가속되면서 귀농귀촌의 가치가 더욱 커지게 될 전망이다.

귀농귀촌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일터·쉼터·삶터로서의 농업농촌에 대한 새로운 가치발견 등 원인은 다양하다. 사실 700만명이 넘는 이들 세대의 은퇴를 위해 사회정책적 측면에서도 귀농귀촌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베이비 붐 세대의 귀농인들 중에는 인생 2막을 통해 국가발전에 다시 한번 기여하겠다는 소명의식을 지니고 있는 분들도 꽤 많더라.

맞다. 베이비 붐 세대는 대한민국 산업화 시대의 주역이었다. 이들이 귀농 후 각자가 지닌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농업혁신과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귀농인이 농촌을 혁신하는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귀농귀촌이 증가하면서 귀농인들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귀농인의 다양한 경력과 창의적 아이디어, 도시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에 활력을 창출하는 사례도 늘었다. 고창군의 경우 마을이장 중 10%가 귀농인이며, 강원도는 6차산업 창업자의 42%가 귀농인이다.

안정적인 귀농을 위한 정책적 지향점은?

정책의 지향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지속성과 일관성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바뀌면서 정책이 축소되거나 폐지돼서는 곤란하다. 잘된 것은 계승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등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성공할 수 있다.

유럽이나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귀농정책의 역사가 짧다. 유럽은 어떤가?

선진농업국과 외국은 이미 귀농, 귀촌이나 역도시화 현상을 먼저 겪어 왔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 있다. 외국의 귀농귀촌 정책을 벤치마킹해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EU는 공동농업정책(CAP)를 통해 2015년부터 40세 미만의 젊은 신규 취농인(농업 경력 5년 이하)에게 최대 5년간 청년농업인 직접지불금을 국가별 직불금 총액의 2% 이내에서 지급한다.

또, 조기은퇴제도를 도입해 젊은 농업인 또는 신규 취농인에게 은퇴 예정인 농업인의 농장을 인수하거나 토지를 양도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젊은 귀농인에게 양질의 농지를 제공함으로써 농지마련의 애로를 해소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은 농산업분야 창업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다고 들었다.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는 것 같다.

영국은 새로 농업을 시작하거나 가족사업을 발전시키는 경우에 초점을 두고 농업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 노력 중이다. 농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농업 농촌부문에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Fresh Start Academy를 통해 교육, 컨설팅,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귀농 이전에 취농을 통해 연착륙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일본은 신규 취농종합지원을 통해 45세 미만의 취농인을 대상으로 선진농가, 농업법인 등에서 1년 이상의 연수를 받을 경우 연간 150만엔을 최장 2년간 지원한다. 액수는 다르지만 최근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청년농산업창업지원을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신규취농인들이 안심하고 농지를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농지보유합리화 사업을 통해 비영리 목적의 공익법인이 농지의 매매와 임차를 중개하도록 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본 서 전 장관의 월간 일정. 각종 농산업 관련 모임으로 빡빡하다.
스마트폰을 통해 본 서 전 장관의 월간 일정. 각종 농산업 관련 모임으로 빡빡하다.
“교실에서 나가 드넓은 농장으로 가라!”

현재 농산업의 6차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장관 재직 시 방문한 옥천의 한 포도농가는 3000평에서 연간 5000만원을 벌더라. 그런데 이를 가지고 포도주를 만든 사람은 2억 5000만원~3억원의 매출을 올리더라. 농업생산을 바탕으로 가공, 유통, 관광 등과 연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산업화는 농가소득 제고뿐만 아니라 창출된 부가가치가 내부화됨으로써 농산업 생태계를 견고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국내 농산업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농업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교실을 나가 드넓은 농장으로 가라”고 했듯이 농업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식품산업 등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또한 소비시장의 패러다임이 대량 생산체계에서 소량 다품종 생산체계로 바뀌고 있어 전통, 문화와 연계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6차산업화 되고 있다. 도전할 가치가 있다.

국가도 창농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귀농 등을 통해 후계농업경영인이 되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최근 정부는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런 정책들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농산업분야에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농산업분야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충북 진천의 ‘만나CEA’의 김아론 대표는 KAIST 재학 중에 식물공장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끝에 기술력만으로 카카오로부터 100억원을 유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전 열린 귀농귀촌일자리창업박람회에서 농고 학생들을 다수 만났다. 예비후계농업경영인을 꿈꾸는 학생들 중에는 어린나이에 창농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재기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아 두렵다고 하더라.

농산업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농업에 대한 비전과 성공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없을 수도 있고 정부의 창업 정책 등 관련 정보를 얻는데 어려워서 일수도 있다.

청년들이 농산업 창업을 지원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6차산업지원센터, 농업실용화재단 등 관계기관의 문을 두드리기를 바란다. 또 농산업창업 성공사례도 학습하기 바란다.

젊은층은 귀농 후 소득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이 있는 것 같다.

장관 재직 시절 고은리를 방문했었다. 하우스 딸기를 하고 있는데 아들 둘이 일하고 있더라. 도시 근로자일 때 연봉 3000만원 수준이었는데 귀농하니 각자 연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더라. 실제로 재직 당시 도시근로자와 소득비교를 해보니 귀농한 이들의 평균소득이 오히려 3.3%가 높았다.

창농자금 2000만원으로 가내수공업 수준의 식초사업을 시작해 연매출 20억원대 일구어 낸 경북 예천 한상준 사장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귀농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의 2/3 밖에 안된다는 등의 통계에 함정이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지금의 농촌은 60대 이상이 60%를 넘는다.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젊은 사람들이 스마트하게 일하면 상당히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나는 농촌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 본다. 귀농귀촌은 은퇴자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을 위해서도 큰 기회다. 특히 30대 젊은이들에게 귀농귀촌은 대단히 현실적인 대안이다.

귀농귀촌희망자와 최근 귀농한 귀농인들을 위해 조언해주신다면?

이제 우리 농업은 고부가가치형 6차산업, ICT 기술과 융합된 첨단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층의 귀농귀촌 증가와 성공한 스타농업인의 출현은 우리 농업의 새로운 변화와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다만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수 없듯, 귀농한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귀농귀촌을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여긴다든지, 막연한 환상만을 가지고 준비 없이 실행한다면 필패한다는 점을 유념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잘 활용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단계를 밟아 실행해 나간다면 성공적인 귀농귀촌이 될 것이다.

서규용 전 농식품부 장관은?

서 전 장관은 1972년 농림부 기술고시 출신이다. 기술고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농림부 차관까지 승진한 기록을 세웠을 정도로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농림부 차관으로 재직할 땐 ▲쌀 직불제도와 농업재해보험 도입 ▲농업정책금리 인하 ▲농업인 자녀 고교학자금 면제 ▲국민연금 국고 보조 확대 등 농어민의 복지 향상에 힘썼다.

콤파스뉴스 신승훈 기자 shshin@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