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큐레이터→변호사→경찰…'미술품 수사'에 주특기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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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변호사 시대 (1) 김별다비 경감
서양화 전공하고 큐레이터 일해
법적분쟁 고통 겪는 작가들 보며
전북대 로스쿨 2기로 진학
미술품 파손 손배소 승소 이끌고
경찰 특채 합격…수사팀서 활약
서양화 전공하고 큐레이터 일해
법적분쟁 고통 겪는 작가들 보며
전북대 로스쿨 2기로 진학
미술품 파손 손배소 승소 이끌고
경찰 특채 합격…수사팀서 활약
변호사 2만명 시대에 맞춰 ‘마이 웨이(my way)’ 변호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회에서 쌓은 자신만의 경력을 기반으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나와 변호사가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인재를 뽑아 사회에서 요구하는 복잡다기한 법률 수요를 충족하겠다는 로스쿨 취지에 맞는 사람들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자신만의 독특한 경력을 토대로 활동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변호사님? 경감님? 오늘은 큐레이터님이라 불러야 하나요?”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16일 오후 서울 부암동에 있는 갤러리 ‘공간291’에서 김별다비 경감(33·변호사시험 2기)을 만났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인정하는 큐레이터(정학예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미술 전시기획자이자 인천남부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에서 부팀장을 맡고 있는 현직 경찰이다.
“현대미술은 정해져 있는 틀이 없어요. 자신만의 생각과 표현 방식대로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영역이어서 형식에 제약을 받은 고전 미술과는 확연히 달라요.” 갤러리 ‘공간291’에서 ‘살찌는 전시’라는 주제로 열린 기획 전시를 보면서 김 경감은 현대 미술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소개했다.
‘살찌는 전시’는 27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미술적 시도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현대미술의 특징 사이에서 겪는 고뇌를 작품으로 표현해냈다. 조각, 회화,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전시장을 채웠다.
김 경감과 작품을 감상하던 도중 대화가 법조계 이야기로 자연스레 옮아갔다. ‘자신의 길’을 가려고 하지만 ‘돈이 안 된다’는 현실적 어려움에 봉착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고뇌와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이한 새내기 변호사들의 고민이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이다. 그 또한 로스쿨을 졸업한 뒤 법조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중 큐레이터와 변호사 자격을 갖춘 경찰이라는 자리에 서게 됐다.
김 경감이 처음부터 변호사나 경찰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경희대에서 서양화 이론을 전공한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미술관 큐레이터가 됐다. 쇳대박물관과 아르코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던 도중 미술 작가들의 현실 문제를 마주했다. 전시 기획이나 작품의 진위를 감정하는 과정에서 작가나 기획자들이 겪는 법적 문제가 눈에 보였다.
김 경감은 미술계 밖에서 이들을 돕고 싶었다. 그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남동생을 보며 변호사가 돼 작가들의 어려움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9년 남동생은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이듬해 김 경감은 전북대 로스쿨 2기로 입학했다. 한 지붕 아래 ‘사시’와 ‘로스쿨’의 동거다.
그가 변호사가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법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미술인들이 법률 자문을 했다. 그는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운송 중이던 중국 작가의 7억원 상당 도자기 작품이 깨진 사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도와 2015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를 이끌어냈다. 미술법과 관련된 전문 지식을 활용해 중국 측이 작성한 미술품 상태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결과였다. 그 외에도 각종 전시 계약 과정에서 작가나 기획자들이 겪는 법률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에는 경찰 특채가 그의 눈에 띄었다. 미술 범죄와 미술 관련 수사 등에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고민 끝에 그는 경찰 특채에 지원, 2기로 합격했다. 지금은 2년 동안 부서순환을 해야 하는 기간이라 일선 수사팀에서 부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미술산업이 커지면서 관련 범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기회가 주어지면 미술 분야 전문성을 살려 미술 관련 수사팀에서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로스쿨에 대한 그의 믿음은 확고하다. 로스쿨이 기존 법조인 양성 체계로는 채우지 못했던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로스쿨 취지가 지켜진다면 국민들에게 더 다가가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변호사님? 경감님? 오늘은 큐레이터님이라 불러야 하나요?”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16일 오후 서울 부암동에 있는 갤러리 ‘공간291’에서 김별다비 경감(33·변호사시험 2기)을 만났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인정하는 큐레이터(정학예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미술 전시기획자이자 인천남부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에서 부팀장을 맡고 있는 현직 경찰이다.
“현대미술은 정해져 있는 틀이 없어요. 자신만의 생각과 표현 방식대로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영역이어서 형식에 제약을 받은 고전 미술과는 확연히 달라요.” 갤러리 ‘공간291’에서 ‘살찌는 전시’라는 주제로 열린 기획 전시를 보면서 김 경감은 현대 미술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소개했다.
‘살찌는 전시’는 27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미술적 시도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현대미술의 특징 사이에서 겪는 고뇌를 작품으로 표현해냈다. 조각, 회화,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전시장을 채웠다.
김 경감과 작품을 감상하던 도중 대화가 법조계 이야기로 자연스레 옮아갔다. ‘자신의 길’을 가려고 하지만 ‘돈이 안 된다’는 현실적 어려움에 봉착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고뇌와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이한 새내기 변호사들의 고민이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이다. 그 또한 로스쿨을 졸업한 뒤 법조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중 큐레이터와 변호사 자격을 갖춘 경찰이라는 자리에 서게 됐다.
김 경감이 처음부터 변호사나 경찰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경희대에서 서양화 이론을 전공한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미술관 큐레이터가 됐다. 쇳대박물관과 아르코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던 도중 미술 작가들의 현실 문제를 마주했다. 전시 기획이나 작품의 진위를 감정하는 과정에서 작가나 기획자들이 겪는 법적 문제가 눈에 보였다.
김 경감은 미술계 밖에서 이들을 돕고 싶었다. 그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남동생을 보며 변호사가 돼 작가들의 어려움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9년 남동생은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이듬해 김 경감은 전북대 로스쿨 2기로 입학했다. 한 지붕 아래 ‘사시’와 ‘로스쿨’의 동거다.
그가 변호사가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법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미술인들이 법률 자문을 했다. 그는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운송 중이던 중국 작가의 7억원 상당 도자기 작품이 깨진 사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도와 2015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를 이끌어냈다. 미술법과 관련된 전문 지식을 활용해 중국 측이 작성한 미술품 상태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결과였다. 그 외에도 각종 전시 계약 과정에서 작가나 기획자들이 겪는 법률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에는 경찰 특채가 그의 눈에 띄었다. 미술 범죄와 미술 관련 수사 등에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고민 끝에 그는 경찰 특채에 지원, 2기로 합격했다. 지금은 2년 동안 부서순환을 해야 하는 기간이라 일선 수사팀에서 부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미술산업이 커지면서 관련 범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기회가 주어지면 미술 분야 전문성을 살려 미술 관련 수사팀에서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로스쿨에 대한 그의 믿음은 확고하다. 로스쿨이 기존 법조인 양성 체계로는 채우지 못했던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로스쿨 취지가 지켜진다면 국민들에게 더 다가가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