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18세기 1차 산업혁명 때 증기기관의 발달에 의한 기계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2차 산업혁명 때 컨베이어 방식에 의한 생산시스템 혁신으로 생산성이 증대되고 육체 노동력의 대체가 일어날 때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이 발생했으며, 새로운 자본가 계층이 등장하는 등 사회적인 반향이 컸다.

정신노동까지 넘보는 AI…중산층 일자리 위협해 부 양극화 '가속'
2015년부터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의 파급효과와 충격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정신적 노동,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노동까지도 기계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정신노동의 대체는 자본주의의 중심 계층이던 중산층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심각한 부(富)의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제시한 자본생산성 대비 노동생산성 저하 현상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정보기술(IT)에 의한 정신노동 대체와 일자리 및 소득 감소에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기계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노동의 대체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같은 단편적 이벤트를 지나 점차 전반적인 사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단순히 경기침체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금융계 고용 감소의 기저에도 IT에 의한 노동 효율성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다. 2020년대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스마트 자동차의 무인운전 기술은 서울시에만 7만명을 헤아리는 택시 운전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직업 안정성을 위협할 것이다. 2030년대에는 로봇이 가사도우미를 대체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에 따라 저소득 여성의 대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가사도우미 노동의 대체도 예상할 수 있다. 회계사나 항공기 승무원 등도 2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 IT 혁명에 따른 노동인력 대체란 사회적 충격이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사이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조사에 의하면 향후 5년간 전 세계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년 안에 기존 일자리 3개 중 1개가 없어지며, 현재 7세인 어린이의 65%는 지금은 없는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과의 조사와 일본의 유사 연구는 10~20년 안에 현재 직업 중 47~49%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페퍼 로봇’(사람의 감정을 읽고 상호작용하는 로봇)에 대한 도전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이 로봇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 로봇을 체험한 또 다른 전문가들은 단편적 사례들에서 실패는 있을 수 있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이런 변화는 결국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 이런 변화는 심각한 사회적 고민이 되고 있다. 일자리 공급과 시장 수요 두 측면에서 해법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기계와의 경쟁(Race against the Machine)》의 두 저자가 이야기하듯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해법은 기계와 경쟁해 그들보다 일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창의적으로 혁신하는 일’이라고 했고, 이것을 빨리 교육해 사람들이 바뀌는 세상에 필요한 지식을 교육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일까. 일에 대한 선호를 인간의 가치 관점에서 각각 산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떤 일을 하고 다른 일은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정형화된 단순 노동, 기계적인 논리로 판단하는 정신노동 수준까지가 기계가 현재 대체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철학적인 수준에서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의 기준에서 더욱 가치가 있는지를 정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택하고 이에 따른 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 대체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심리 상담, 인간의 심리와 관련한 교육 등 감정과 관련한 일들을 더 발전시키고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수요 측면에서 기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자동차 회사 포드의 최고경영자(CEO) 헨리 포드 2세와 노조 대표 월터 루서는 로봇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는 것과 관련, “자동차노동조합 회비를 내게 하면 어떻겠는가”라는 의견에 대해 “그 로봇들이 당신이 만든 자동차를 사게 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 노동의 인력 대체 문제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하는 노동의 공급 부분만이 아니라 수요 측면에도 있다.

자본가에게는 좋지만, 자본주의에 심각한 문제는 인공지능, 로봇은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가 없다면 생산한 물건을 누구에게 팔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시장경제 시스템은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과 함께 소비가 있어야만 유지된다. 그런데 생산에만 공헌하는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 때 그 일자리에서 만들어진 소득으로 소비하는 인간이 소득을 상실, 소비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요즘 ‘불황이고 돈이 돌지 않는다’는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상당 부분 이런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오기 시작한 논의가 기본소득 개념이다. 최근 스위스에서 국민 1인당 월 300만원 정도를 주는 기본 소득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기는 했지만, 이는 논의의 시작일 것이다. 핀란드 등 다른 나라에서도 100만원 기본 소득안이 꾸준히 고려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이상론자의 근거 없는 생각으로 치부할 내용은 아니다. 스위스에서는 부결됐듯이 모두가 새로운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분명히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한계비용 제로 사회(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에서 한계비용이 제로(0)가 될 때 일어나는 정체된 성장과 고용 창출에 대한 해법으로 공유경제 시스템을 제시했듯이 기본 소득과 같은 새로운 생각에 대한 새로운 사고의 해법이 필요할 것이다. 더 이상 노력하고 노동하지 않는 자에게 보상이 주어지면 안 된다는 과거의 논리만으로는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경영과 사회를 위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 기계와 공생은 먼 미래 아닌 현실

정신노동까지 넘보는 AI…중산층 일자리 위협해 부 양극화 '가속'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와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2011년 공저 《기계와의 경쟁(Race against the Machine)》에서 기계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인간에 대해 다뤘다.

저자들은 1975년부터 2010년대까지의 미국 통계자료를 제시하고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80% 증가하는 동안 중산층의 실질 소득은 10% 늘어나는 데 그치고, 고용률은 하락한 추세를 보여줬다. 이에 따라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 원인은 정보기술(IT) 발달에 의한 기계의 생산성 증가를 노동의 생산성 증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자리 감소는 IT에 의한 인력 대체 현상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1930년대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개념화한 ‘기술적 실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런 현상을 비관적인 시각으로 보지는 않는다. 인간은 단순노동에서 속도와 생산성이 월등한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창의성을 갖고 혁신을 주도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며, 또 기계와 ‘함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창의력을 발전시키는 혁신 교육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병준 < 서울대 경영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