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불남의 시대④] 수입차 고집하는 30대男…"내 집은 포기, 차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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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미혼 남성들 수입차 선호 뚜렷…"집 대신 차"
"내게 돈 쓰는 것 아깝지 않다"…개인주의 성향 강해
"내게 돈 쓰는 것 아깝지 않다"…개인주의 성향 강해
[삼불남의 시대]
① 이태백과 사오정 사이, '삼불남'의 출현
② 30대 남성 사로잡은 '작은 사치'의 위안
③ "남처럼 말고, 나 혼자 재미있게 살게요"
④ 수입차 고집하는 30대男…"내 집은 포기, 차에 올인"
⑤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민다…"난 소중하니까요"
⑥ "나만 사용하면 돼"…좁은 공간, 1인용 가전이면 OK
⑦ 주말엔 소개팅 대신 동호회…"30대 남자 마감입니다"
[ 김정훈/안혜원 기자 ] '내 집 마련'을 포기한 미혼 직장인 이승재 씨(35)는 피아트 500C를 탄다. 가장 싼 전세아파트의 가격만 해도 2억원이 넘는 서울에 사는 직장인에게 집 장만은 꿈 같은 얘기다.
대신 자동차는 '폼나는' 수입차를 타고 다닌다. 이씨는 500C를 타는 이유로 "남들과 같은 차를 타는 것은 질색"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타지 않는 개성있는 차라 구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차피 평생 모아도 집을 소유하기 힘든데 차라도 마음에 드는 걸로 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30대 남성들, 수입차의 '귀한' 고객
수입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젊은 이들의 수입차 구매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의 수입차 인기를 주도하는 것은 30대다. 수입차 시장에서 이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30대는 2003년 전체 수입차의 27%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39%까지 치솟았다.
벤츠, BMW, 이른바 '럭셔리' 수입차의 최대 구매연령층은 30대다. 올 상반기 벤츠 판매량 중 30대의 비중은 34%, BMW는 42%를 각각 차지했다. 수입차 신규등록 10대 중 4대는 30대 구매자란 얘기다.
외국계 기업에 재직 중인 라승민 씨(31)는 최근 BMW 3시리즈를 구입했다. 그는 "나이나 소득에 비해 차값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차를 산 이후 삶의 만족도기 크게 올라갔다"고 귀띔했다.
언론사에 다니는 이모 씨(38)는 미니쿠퍼를 타다가 작년 9월에 벤츠 C클래스로 갈아탔다. 서른 살이 넘어서는 줄곧 수입차만 고집했던 그는 "원래 삼각별에 로망이 있었다"며 벤츠를 타는 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으로 주택 마련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젊은 층의 자동차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이형오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현실적으로 개인이 혼자 벌어서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면서 "30대의 가치관이 목표지향적이라기보단 '현재의 삶을 즐기자' 쪽으로 이동하면서 수입차 등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이면서 당장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재화를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 수입차로 개성을 드러내는 30대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늘어나면서 수입차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내게 맞는 차라면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대중들이 선호하지 않는 개성있는 차를 끌고 다니는 이들도 많다.
두살배기 자녀를 둔 박모 씨(36)는 지난해 말 시트로앵 피카소 1.6 디젤을 구입했다. 가격대가 비슷한 국산 카니발과 비교하며 고민했지만 결국 수입차 피카소를 선택했다. 그는 "주말 나들이를 즐기는 편이라 10년간 유지비를 따져봤더니 피카소가 좀더 저렴했다"며 "피카소 오너는 다둥이 아빠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피카소는 지난해 국내에서 100여 대가 팔렸다. 프랑스 브랜드 시트로앵은 수입차 시장에서 비주류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맞춤형 스타일'이라면 상관없다는 것이 박 씨의 생각이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30대의 자동차 구매 패턴을 개인주의의 산물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개인주의는 국민소득 1만달러대에 진입하던 1990년대 중반 무렵 시작됐는데 그때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바로 30대"라며 "이들은 남들에게 자신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에게 돈을 쓰는 것은 아깝지 않게 여기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김정훈/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① 이태백과 사오정 사이, '삼불남'의 출현
② 30대 남성 사로잡은 '작은 사치'의 위안
③ "남처럼 말고, 나 혼자 재미있게 살게요"
④ 수입차 고집하는 30대男…"내 집은 포기, 차에 올인"
⑤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민다…"난 소중하니까요"
⑥ "나만 사용하면 돼"…좁은 공간, 1인용 가전이면 OK
⑦ 주말엔 소개팅 대신 동호회…"30대 남자 마감입니다"
[ 김정훈/안혜원 기자 ] '내 집 마련'을 포기한 미혼 직장인 이승재 씨(35)는 피아트 500C를 탄다. 가장 싼 전세아파트의 가격만 해도 2억원이 넘는 서울에 사는 직장인에게 집 장만은 꿈 같은 얘기다.
대신 자동차는 '폼나는' 수입차를 타고 다닌다. 이씨는 500C를 타는 이유로 "남들과 같은 차를 타는 것은 질색"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타지 않는 개성있는 차라 구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차피 평생 모아도 집을 소유하기 힘든데 차라도 마음에 드는 걸로 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30대 남성들, 수입차의 '귀한' 고객
수입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젊은 이들의 수입차 구매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의 수입차 인기를 주도하는 것은 30대다. 수입차 시장에서 이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30대는 2003년 전체 수입차의 27%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39%까지 치솟았다.
벤츠, BMW, 이른바 '럭셔리' 수입차의 최대 구매연령층은 30대다. 올 상반기 벤츠 판매량 중 30대의 비중은 34%, BMW는 42%를 각각 차지했다. 수입차 신규등록 10대 중 4대는 30대 구매자란 얘기다.
외국계 기업에 재직 중인 라승민 씨(31)는 최근 BMW 3시리즈를 구입했다. 그는 "나이나 소득에 비해 차값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차를 산 이후 삶의 만족도기 크게 올라갔다"고 귀띔했다.
언론사에 다니는 이모 씨(38)는 미니쿠퍼를 타다가 작년 9월에 벤츠 C클래스로 갈아탔다. 서른 살이 넘어서는 줄곧 수입차만 고집했던 그는 "원래 삼각별에 로망이 있었다"며 벤츠를 타는 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으로 주택 마련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젊은 층의 자동차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이형오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현실적으로 개인이 혼자 벌어서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면서 "30대의 가치관이 목표지향적이라기보단 '현재의 삶을 즐기자' 쪽으로 이동하면서 수입차 등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이면서 당장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재화를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 수입차로 개성을 드러내는 30대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늘어나면서 수입차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내게 맞는 차라면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대중들이 선호하지 않는 개성있는 차를 끌고 다니는 이들도 많다.
두살배기 자녀를 둔 박모 씨(36)는 지난해 말 시트로앵 피카소 1.6 디젤을 구입했다. 가격대가 비슷한 국산 카니발과 비교하며 고민했지만 결국 수입차 피카소를 선택했다. 그는 "주말 나들이를 즐기는 편이라 10년간 유지비를 따져봤더니 피카소가 좀더 저렴했다"며 "피카소 오너는 다둥이 아빠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피카소는 지난해 국내에서 100여 대가 팔렸다. 프랑스 브랜드 시트로앵은 수입차 시장에서 비주류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맞춤형 스타일'이라면 상관없다는 것이 박 씨의 생각이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30대의 자동차 구매 패턴을 개인주의의 산물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개인주의는 국민소득 1만달러대에 진입하던 1990년대 중반 무렵 시작됐는데 그때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바로 30대"라며 "이들은 남들에게 자신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에게 돈을 쓰는 것은 아깝지 않게 여기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김정훈/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