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심야 콜버스, 1년 만에 겨우 시동 '콜~'
지난 29일 밤 12시를 앞둔 서울 강남역 일대는 ‘귀가 전쟁’이 한창이었다. 용산구 효창공원역으로 가는 택시를 찾았지만 기사들은 서울 외곽으로 가는 손님만 태웠다. 한 시간 가까이 택시를 잡으려다 포기하고 밤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콜버스’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심야 콜버스를 불렀다. 호출 버튼을 누른 지 10초 만에 배차가 됐다. 강남역 사거리 부근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대기하라는 안내가 떴다. 차량번호와 운전자 이름, 현재 위치와 탑승 장소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5분 정도 기다리니 검은색 벤츠 승합차가 나타났다. 호출부터 귀가까지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늦은 밤 안전한 귀가를 책임진다’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해 처음 시작한 콜버스랩의 ‘심야 콜버스’ 서비스가 29일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시범 운행을 시작한 지 8개월 만이다.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는 “택시조합 등 이해집단을 설득하고 차량 출고, 개조 및 용도 변경, 한정면허 취득 등 법적 절차를 거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8개월 만에 힘겹게 시작된 심야 콜버스

'우여곡절' 심야 콜버스, 1년 만에 겨우 시동 '콜~'
콜버스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심야시간에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승객들이 전세버스를 공동 임대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지난해 말 25인승 전세버스 4대로 운행을 시작하자마자 국내 택시업계의 병폐인 승차 거부가 없다는 이유로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내 불법 논란에 휩싸였다. 야간 승객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택시업체들이 서울시에 ‘심야 콜버스를 단속해달라’는 항의성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에 적법성 판단을 의뢰했고, 국토부는 2개월여간의 유권해석을 거친 뒤 지난 2월 결국 전세버스 대신 기존 택시·버스면허업자들만 한정면허를 얻어 심야 콜버스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이 때문에 콜버스는 기존 운송업자가 운행하는 심야 교통수단 호출서비스로 사업 성격을 완전히 바꿔야 했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어려운 갈등 관리와 설득 과정을 거쳐야 했던 이유다.

콜버스랩은 서울시 택시운송사업조합과 손잡고 운행 차량을 16대로 늘려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택시조합이 구입한 승합차 현대자동차 쏠라티(13인승) 12대, 벤츠 스프린터(12인승) 4대를 투입했다. 이에 따라 서비스 지역도 늘렸다. 강남구와 서초구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하던 서비스를 강남구에서 출발해 서초구, 송파구, 광진구, 성동구, 용산구에 있는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확대 운영하고 있다. 운영시간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다.

“단계적 증차 통한 서비스 지역 확장이 관건”

이용자 들의 반응은 좋다.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한 첫날 콜버스를 이용한 대학생 이재원 씨(26)는 “강남역 부근에서 택시를 잡느라 30분을 허비하다 전단을 보고 콜버스에 탔다”며 “승차 거부가 없고 가격이 저렴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유상 운송이 가능한 차량을 마련하기 전까지 지난 8개월간 무료로 운행한 콜버스는 지난 29일부터 유료 모델을 도입했다. 앱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다. 콜버스 앱에 출발지를 강남역, 도착지를 효창공원역으로 지정하니 요금 8100원이 찍혔다. 네이버 지도의 예상 택시요금보다 4000원가량 쌌다. 콜버스 기본요금은 3㎞에 3000원이고 이후엔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카드번호를 앱에 미리 등록해두면 자동 결제되므로 차에서 내릴 때 따로 요금을 치를 필요가 없다.

유하늘/추가영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