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는 지난 5월 1000만원을 들여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생활체육정보포털’을 제작했다. 이 앱을 이용하려면 본인 인증을 포함한 까다로운 가입 과정을 거쳐 로그인해야 하지만 일반 웹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대회 공지 등 간단한 기능밖에 없다.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이 앱을 스마트폰(이하 안드로이드폰 기준)에 설치한 사람은 11명에 불과하다. 이용자 한 명을 위해 90만여원을 쓴 셈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대회 일정을 문의하는 사람이 많아 해당 기능을 넣은 앱을 개발했다”며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금 쏟아 만드는데…달랑 11명 사용하는 문체부 앱
3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소속·산하기관이 운영하는 49개 앱 중 21개가 스마트폰 설치 건수 1000건 미만(지난달 15일 기준)이었다. 100건이 안 되는 앱만 4개다. 문체부는 49개 앱을 개발하기 위해 민간업체에 총 24억4800만원의 개발비를 지급했다. 김 의원은 “2014년 국정감사에서도 문체부와 산하기관은 낭비성 앱 개발을 지적받았고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쓸모없는 앱 개발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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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률이 저조한 앱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보여주기식’으로 앱을 내놓는 일에만 관심이 있고 해당 앱의 기능을 관리하거나 홍보하는 일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3월 1800만원을 투자해 ‘미술관을 듣다’ 앱을 내놨다. 앱을 통해 볼 수 있는 건 미술관 소개, 미술관에 고정 설치된 조형물 소개, 자주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이다. 진행 중인 전시나 작가 소개는 없다. 이 앱을 내려받아 설치했던 김모씨(32)는 “미술관에 자주 가기 때문에 앱을 설치했지만 쓸모가 전혀 없어 바로 지웠다”고 말했다. 이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사람은 37명뿐이다.

김 의원은 “공공기관이 경쟁적으로 예산만 낭비하는 스마트폰 앱을 양산하고 있다”며 “앱 개발 전에 사전 타당성조사를 하고 지속적으로 앱을 관리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앱 개발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