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 마포구 터크앤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조대명 헬로마켓 최고기술책임자(CTO), 최지영 서비스 전략기획팀장, 김형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팀장. 그들은 이용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헬로마켓을 지금까지 키운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서울 마포구 터크앤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조대명 헬로마켓 최고기술책임자(CTO), 최지영 서비스 전략기획팀장, 김형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팀장. 그들은 이용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헬로마켓을 지금까지 키운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를 낳는 기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스마트폰 속 앱들은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왜 태어났을까. 세상에 아무렇게 쓰는 앱은 있어도 아무렇게 만들어진 앱은 없다. 'Why not(왜 안돼)?'을 외치는 괴상한 IT업계 기획·개발자들. [박희진의 괴발개발]에서 그들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개발자님 무리하지 마세요."

수화기 너머 아기 울음소리는 그칠줄 몰랐다. 아이를 달래며 턱밑에 전화를 구겨넣고 있을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날밤 김형배 헬로마켓 소프트웨어 엔지니어팀장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5번째 통화를 하는데 그분이 먼저 얘기하셨어요. 이만큼 했음 고맙다고, 무리하지 말라면서요. 그말에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중고 아기 용품을 사고 싶은데 본인 스마트폰에서만 헬로톡 채팅창이 오류가 난다는 거에요. 결국 밤을 새서 특정 이모티콘이 원인이란 점을 알아내 해결해드렸죠. 제가 이용자들에게 감정이입을 좀 잘해요.(웃음)"

IT 대기업을 다니던 조대명 이사는 개인간 거래의 지속가능성에 공감하며 헬로마켓 개발에 참여했다.
IT 대기업을 다니던 조대명 이사는 개인간 거래의 지속가능성에 공감하며 헬로마켓 개발에 참여했다.
김 팀장과 함께 인터뷰에 참석한 조대명 헬로마켓 최고기술책임자(CTO·이사)가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그도 처음 듣는 얘기인 모양이었다. "이 친구가 개발자인데 서비스 초기부터 고객센터 역할도 했거든요. 민원 접수하고 처리한 줄은 알고 있었는데 이 얘기는 몰랐네요. 저희가 처음엔 직원이 얼마 없어서 기획, 개발, 고객 응대를 가리지 않고 다했어요."

얘기를 듣던 김 팀장은 바로 앞 테이블 위를 손으로 훑었다. 좁은 회의실에 비해 테이블 크기가 커 답답하다고 생각한 참이었다.

"상수동 오피스텔에서 이 테이블을 앞에 두고 면접을 봤어요. 일반적인 면접 분위기는 아니었죠. 신발을 벗고 들어오라고 하질 않나, 면접관 양말엔 구멍이 나있질 않나.(웃음) 3년 뒤 오피스텔을 떠나 여기 홍대 근처 사무실로 이사를 왔어요. 처음부터 저희와 동고동락한 테이블이라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가져왔죠."

그들은 오피스텔에서 헬로마켓을 만들던 때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개인 책상 없이 테이블 하나에 둘러 앉아 개발도 하고 전화도 받았다. "오피스텔 9층에서 잠을 자고 4층에서 일했어요. 잠옷 바람으로 일하다 대표님 손님들도 많이 뵀죠."(김 팀장)

헬로마켓은 2011년 이후국 터크앤컴퍼니 대표와 3명의 동업자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조 이사가 개발을 맡아달라는 이 대표의 손을 잡았고 이어 김 팀장이 합류했다. 경기를 타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이 높은 점. 이들이 '개인간 거래'에 뜻을 모은 이유다.

개발에 뛰어든 두 사람은 개인간 거래 유·무경험자를 대상으로 매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개인간 거래를 해본 사람이라면 무엇이 불편했는지,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유가 뭔지를 들었다.

"첫 번째는 막연함이었어요. 물건 사진이랑 글도 올려야하고 돈 거래도 해야하고, 직거래를 하려면 약속도 따로 잡아야하고. 이런 과정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거죠. 5년 전만 해도 유명 중고거래 서비스는 대부분 개인용컴퓨터(PC) 웹 중심이라 과정이 번거로운 것도 사실이었고요."(김 팀장)

헬로마켓 앱은 중고 거래 과정을 간소화했다. 물건 등록부터 채팅, 결제, 배송까지 거래 전과정이 앱에서 이뤄진다. 헬로톡을 통해 실시간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앱 안에서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선택해 쓸 수 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쉽게 하는 개인간 거래가 저희 콘셉트였어요. 헬로마켓 앱을 먼저 만들고 웹 서비스를 나중에 시작한 이유이기도 해요. 스마트폰으로 물건 사진을 찍고 판매글을 올리기까지 빠르면 몇 초밖에 안 걸려요. 헬로마켓이 개인간 거래의 허들을 많이 낮춘 셈이죠."(조 이사)

최지영 팀장은
최지영 팀장은 "과거 서비스 주체가 기업이었다면 앞으로는 개인의 힘과 역할이 커지는 서비스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안함이라는 걸림돌도 있었다. 물건의 상태는 어떤지, 거래하는 상대방은 믿을 만한지 불안해 하는 이들에게 안전 장치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초 자체 개발 안심결제 서비스인 '헬로페이'를 도입했다. 헬로페이는 구매자가 결제한 대금을 헬로마켓이 보관하고 있다가 배송완료후 구매확정 시 판매자에게 정산해주는 서비스다. 판매자가 보낸 물건이 불량이거나 사기 거래로 드러날 경우 구매자는 안전하게 결제 대금을 환불받을 수 있다.

지난해 5월 합류한 최지영 헬로마켓 서비스 전략기획팀장은 헬로페이 안착에 공을 들였다. "기업 온라인 서비스를 구축하는 에이전시에 있었습니다. 10년정도 일하다보니 공허함이 컸어요. 얼마 뒤 사라지는 서비스가 아닌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헬로마켓이 개인간 거래 플랫폼으로 지속되려면 안전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헬로페이 이용 수수료는 안전하게 구매하기를 원하는 구매자가 부담한다. 안전결제를 더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기존 중고거래 서비스에선 수수료를 판매자에게 부과해 판매자들이 안전결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헬로마켓의 안착 비결로 이용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꼽았다. "서비스 초기엔 어떤 닉네임을 가진 이용자가 어떤 물건을 몇 개 판매한 지도 알았어요. 앱 평점이 0.01점만 떨어져도 회사가 발칵 뒤집혔어요. 1명이 불만을 제기하면 같은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이 100명이라는 게 대표님 생각이었거든요. 덕분에 마케팅 없이도 앱 평점은 늘 4점 후반대로 경쟁 서비스 대비 압도적으로 높았어요."(조 이사)

개발자들이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바로 대응에 나선 점도 도움이 됐다. 서비스 개선 시간이 단축되니 고객들의 만족도 컸다. "처음에 저희와 자주 통화하셨던 분들이 지금은 헬로마켓의 충성 고객이 됐어요. 헬로마켓을 키워주신 고마운 분들이죠. 고객응대 부서가 생긴 지금도 이분들은 전화로 '김형배 개발자'를 찾으세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서요.(웃음)" 김 팀장은 사양이 낮은 구형 스마트폰을 쓰는 이용자 1명을 위해서 맞춤형 헬로마켓 앱을 만들어 준 적도 있다.
김형배 팀장(가운데)은
김형배 팀장(가운데)은 "우리가 즐겁게 일하고 있는 것 처럼 헬로마켓 이용자들이 개인간 거래를 통해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헬로마켓 앱의 눈에 띄는 기능 중 하나는 커뮤니티다. 이용자들이 거래 후기를 포함해 소소한 일상 얘기들을 올리는 커뮤니티는 헬로마켓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커뮤니티를 보면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많이 느껴요. 헬로마켓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플랫폼이 아니라 사람 관계와 문화를 만드는 곳인 것 같아서요. 쌍둥이 엄마들끼리는 덤으로 물건을 보내주기도 하고요, 옷 취향이나 사이즈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해지기도 해요. 개인간 거래로 공감대나 유대감이 형성되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밌어요."(최 팀장)

'헬로마켓이 곧 자기 자신'이라는 김 팀장은 "헬로마켓 앱을 보면 자기 모습과 삶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고 털어놨다. 앱의 작은 점, 선 하나까지도 지난 5년동안 자신과 동료들이 함께 한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이용자들에게 잘해주고 싶었던 저희의 마음이 앱에 그대로 담겨 있어요. 저희가 즐겁게 일하는 것처럼 헬로마켓의 개인들이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거래를 했으면 좋겠어요."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