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임금수준도 그렇고, 직업의 안정성에서도 그렇다. 일각에서는 한국형 ‘노동카스트’ 제도라고 비판할 정도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대기업·공기업 노조집단은 툭하면 ‘모든 노동자의 이름으로!’라며 정치투쟁도 불사하지만 노동시장의 계층구조는 너무도 현격하다.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일자리 창출도 가로막는 ‘노동카스트’를 깨는 것이 진짜 노동개혁이다.

중기중앙회가 어제 내놓은 ‘대기업노조 파업과 임금 격차에 대한 중소기업 근로자 인식조사’는 이런 모순을 재확인시켜 준다. 중소기업 근로자 500명에게 물은 결과 현대차와 조선업계 파업 등에 대해 61.4%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타당하다’며 공감한 경우는 14.0%에 불과했다. 같은 처지의 노동자가 아니라는 냉정한 인식이다. 파업에 부정적인 이유가 더욱 시사적이다. ‘하청업체 부담가중 및 임금격차 심화’(68%, 복수응답),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59%), ‘중기 취업기피 심화’(34%), ‘분규 부담으로 인한 채용축소’(25%) 같은 응답들은 툭하면 파업을 벌이는 귀족노조들의 강고한 노동기득권에 대한 우려 그 자체였다.

때맞춰 어제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임금통계를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의 평균 월 임금이 515만원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317만원에 그쳤다. 대기업을 100으로 볼 때 중기는 지난해 62에서 올해 61.6으로 더 떨어졌다.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의 이중구조가 신분처럼 굳어지며 노동소득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고임금의 원청 파업으로 생산이 멈추면 손실은 하청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전가된다. 그래도 대기업노조는 어떻게든 파업 때 임금까지 보전받아내는 게 한국적 노동 전통이다.

그러나 국회는 전체 근로자의 10%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에 포획돼 있다. 지난 총선 때 한국노총의 전·현직 간부가 5명이나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게 우연이 아니었다. 노동카스트를 혁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