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숨은 경제이야기] 산림녹화와 우리 숲에 숨은 경제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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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KDI 연구원 kimmj@kdi.re.kr
우리나라는 숲이 참 많다.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가까이 혹은 저 멀리 푸른 산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네 번째로 산림비율이 높은, 숲이 많은 나라 중 하나이다. 실제로 국토면적의 약 63.7%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니 고개만 돌리면 산이 보이는 경관이 당연시될 만하다. 그런데 이 울창한 숲을 속속히 들여다보면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경제적 가치가 많이 숨어있다.
숲의 경제적 기능이라 하면 목재생산이나 연료 공급, 종이 원료 제공, 약초나 버섯, 꿀의 생산 등 직접적인 물질생산 기능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는 기능은 숲이 지닌 능력의 극히 일부분이다. 숲은 화폐로 환산하기 어려운, 공익적인 기능을 많이 지니고 있다. 예를 몇 가지 들자면, 울창한 숲은 거대한 저수능력을 보유한다. 국내 산림의 저수능력은 180억t에 이른다.
전국 50여개 댐의 저수 능력이 약 140억t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산림이 보유한 저수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또한 숲에 쌓여 있는 낙엽층은 홍수의 피크 시간을 20~30분 지연시킬 수 있으며 식물의 뿌리는 흙을 붙잡아 산사태를 방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울창한 나무들은 바람을 막는 방풍기능을 지니고 있어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의 마을과 농작물을 보호해 주기도 한다. 이 외에 공기정화, 기상완화 등 자연환경의 질을 높여주는 일등공신이며 숲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산림휴양을 제공해주는 상쾌하고 푸근한 공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숲의 공익적 기능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국립산림과학원이 2010년에 측정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연간 109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9.3%를 차지하는 규모며, 국민 1인당 연간 216만원의 산림복지 혜택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국내총생산 규모로 조금 더 비교해 보자면, 산림의 공익적 경제 가치는 농림어업 총생산의 약 3.9배, 임업 총생산의 19.7배에 달하는 규모로, 상당한 수준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소중한 가치를 지닌 울창한 산림을 갖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의 산림은 19세기부터 서서히 황폐화되어 일제강점기, 해방, 6·25전쟁을 치르면서 극도로 악화되었던 슬픈 역사가 있다. 특히 광복 이후에 인구는 급격히 증가했고, 빈약한 산림자원을 지닌 상태에서 화석연료를 대신해 목재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우리 산림은 더욱 황폐화되었다.
일반 가정용 연료와 건축자재 역시 대부분 나무에 의존하였기에 사람들은 필요한 장작이나 목재를 아무 산이나 들어가서 마구 남벌하기 일쑤였다.
1956년에는 벌거숭이산이 전체 국토면적의 6.9%에 달했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졌고,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숲을 가꾸는 산림녹화 사업을 진행했다. 사실 산림녹화 사업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시작되긴 했지만, 6·25전쟁으로 모든 사업이 좌절되었기에 실질적으로 산림녹화정책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은 1973년 이후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푸른 산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가장 많이 공들인 작업 중 하나는, 식물을 심거나 공작물을 설치해 황폐지나 훼손된 산지를 복구하고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사방사업이었다. 사방사업은 주로 토목적인 시공을 하거나, 식물을 심어 숲을 조성하는 방법, 또는 이 두 방법을 병행하여 실시하곤 한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각종 나무를 심어 연료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연료림을 조성하곤 했다. 연료림 조성에는 아까시나무, 리기다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수종을 많이 사용했다. 이 묘목들은 싹이 쉽게 잘 트고, 성장이 빠르다는 이유에서 선별된 종자였다.
특히 이 중에서 아까시나무는 우리나라 사방사업에서 가장 공이 큰 나무인데, 아까시나무에 숨겨진 재미있는 경제적 효과 또한 참 많다. 근처 야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 나무는 아카시아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아까시나무가 정확한 이름이다. 아까시나무는 본래 생명력이 매우 강한 식물인 데다 뿌리로 번식하는 모듈성이 강해서 척박한 땅에서도 자리만 잡으면, 1년 사이에 뿌리가 사방으로 약 3m씩 뻗어나간다. 이처럼 번식력과 생명력이 강하고 뿌리는 쭉쭉 뻗어나가 헐벗은 토지를 잡아주니, 산림녹화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방법 중 비용 대비 가장 큰 효과를 안겨준 기특한 나무였다.
하지만 최근에 아까시나무는 옛날의 공은 잊혀진 채 구박받는 식물로 취급되기도 했다. 엄청난 번식력으로 인해 아까시나무가 다른 작물들이 생존할 공간을 차지해 버리는 경우나 산에 있는 묘지를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람들의 구박을 받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사실 아까시나무는 숲이 우리에게 주는 공익적인 기능처럼,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많이 지니고 있다. 경제학에서 외부효과란 관련 당사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전혀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주지만, 그 영향에 대한 보상은 따로 이루어지지 않는 행위의 결과를 말한다.
아까시나무의 경우에는 그 꽃에서부터 추출되어 만들어지는 아카시아 꿀이 우리나라 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며 양봉농가에 연 1000억원 이상의 수입을 가져다준다. 산림녹화를 위해 조성된 아까시나무 조림지는 본래 의도치는 않았으나 우리나라 양봉업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양봉업 외로도 아까시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과 오염물질 정화 능력이 탁월하여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공기정화에 기여하며 또 다른 측면에서 긍정적인 외부경제를 이루고 있다.
숲을 이루고 있는 많은 생명체는 우리에게 다양한 긍정적 외부효과를 선사한다. 평소 우리의 눈길 닿는 곳마다 자리 잡고 있는 숲이기에 당연하게 여기지만, 숲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혜택과 경제적 가치를 베풀고 있다.
김민정 KDI 연구원 kimmj@kdi.re.kr
전국 50여개 댐의 저수 능력이 약 140억t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산림이 보유한 저수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또한 숲에 쌓여 있는 낙엽층은 홍수의 피크 시간을 20~30분 지연시킬 수 있으며 식물의 뿌리는 흙을 붙잡아 산사태를 방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울창한 나무들은 바람을 막는 방풍기능을 지니고 있어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의 마을과 농작물을 보호해 주기도 한다. 이 외에 공기정화, 기상완화 등 자연환경의 질을 높여주는 일등공신이며 숲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산림휴양을 제공해주는 상쾌하고 푸근한 공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숲의 공익적 기능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국립산림과학원이 2010년에 측정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연간 109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9.3%를 차지하는 규모며, 국민 1인당 연간 216만원의 산림복지 혜택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국내총생산 규모로 조금 더 비교해 보자면, 산림의 공익적 경제 가치는 농림어업 총생산의 약 3.9배, 임업 총생산의 19.7배에 달하는 규모로, 상당한 수준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소중한 가치를 지닌 울창한 산림을 갖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의 산림은 19세기부터 서서히 황폐화되어 일제강점기, 해방, 6·25전쟁을 치르면서 극도로 악화되었던 슬픈 역사가 있다. 특히 광복 이후에 인구는 급격히 증가했고, 빈약한 산림자원을 지닌 상태에서 화석연료를 대신해 목재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우리 산림은 더욱 황폐화되었다.
일반 가정용 연료와 건축자재 역시 대부분 나무에 의존하였기에 사람들은 필요한 장작이나 목재를 아무 산이나 들어가서 마구 남벌하기 일쑤였다.
1956년에는 벌거숭이산이 전체 국토면적의 6.9%에 달했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졌고,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숲을 가꾸는 산림녹화 사업을 진행했다. 사실 산림녹화 사업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시작되긴 했지만, 6·25전쟁으로 모든 사업이 좌절되었기에 실질적으로 산림녹화정책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은 1973년 이후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푸른 산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가장 많이 공들인 작업 중 하나는, 식물을 심거나 공작물을 설치해 황폐지나 훼손된 산지를 복구하고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사방사업이었다. 사방사업은 주로 토목적인 시공을 하거나, 식물을 심어 숲을 조성하는 방법, 또는 이 두 방법을 병행하여 실시하곤 한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각종 나무를 심어 연료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연료림을 조성하곤 했다. 연료림 조성에는 아까시나무, 리기다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수종을 많이 사용했다. 이 묘목들은 싹이 쉽게 잘 트고, 성장이 빠르다는 이유에서 선별된 종자였다.
특히 이 중에서 아까시나무는 우리나라 사방사업에서 가장 공이 큰 나무인데, 아까시나무에 숨겨진 재미있는 경제적 효과 또한 참 많다. 근처 야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 나무는 아카시아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아까시나무가 정확한 이름이다. 아까시나무는 본래 생명력이 매우 강한 식물인 데다 뿌리로 번식하는 모듈성이 강해서 척박한 땅에서도 자리만 잡으면, 1년 사이에 뿌리가 사방으로 약 3m씩 뻗어나간다. 이처럼 번식력과 생명력이 강하고 뿌리는 쭉쭉 뻗어나가 헐벗은 토지를 잡아주니, 산림녹화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방법 중 비용 대비 가장 큰 효과를 안겨준 기특한 나무였다.
하지만 최근에 아까시나무는 옛날의 공은 잊혀진 채 구박받는 식물로 취급되기도 했다. 엄청난 번식력으로 인해 아까시나무가 다른 작물들이 생존할 공간을 차지해 버리는 경우나 산에 있는 묘지를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람들의 구박을 받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사실 아까시나무는 숲이 우리에게 주는 공익적인 기능처럼,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많이 지니고 있다. 경제학에서 외부효과란 관련 당사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전혀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주지만, 그 영향에 대한 보상은 따로 이루어지지 않는 행위의 결과를 말한다.
아까시나무의 경우에는 그 꽃에서부터 추출되어 만들어지는 아카시아 꿀이 우리나라 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며 양봉농가에 연 1000억원 이상의 수입을 가져다준다. 산림녹화를 위해 조성된 아까시나무 조림지는 본래 의도치는 않았으나 우리나라 양봉업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양봉업 외로도 아까시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과 오염물질 정화 능력이 탁월하여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공기정화에 기여하며 또 다른 측면에서 긍정적인 외부경제를 이루고 있다.
숲을 이루고 있는 많은 생명체는 우리에게 다양한 긍정적 외부효과를 선사한다. 평소 우리의 눈길 닿는 곳마다 자리 잡고 있는 숲이기에 당연하게 여기지만, 숲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혜택과 경제적 가치를 베풀고 있다.
김민정 KDI 연구원 kimmj@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