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6] "괴짜가 안보인다" 서울대 교수의 한탄
일본 정보기술(IT)기업 소프트뱅크가 제작한 인공지능(AI) 로봇 페퍼가 오는 11월께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네덜란드는 ‘로봇 인재’ 2만명 양성을 목표로 나오튜터라는 로봇 교사를 교실에 투입해 교육 혁신을 꾀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분야 선진국(세계 4위)인 한국이 차세대 ‘소셜로봇’ 분야에선 추격자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학계와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한국 백화점과 페퍼를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갖춘 페퍼는 지난해 6월 일본 시판 때 7000대가 1분여 만에 팔렸다. 가정용 ‘보모 로봇’을 개발 중인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소셜로봇 상용화의 갈 길이 먼 국내 산업계에는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셜로봇과 같은 창의적인 산업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떡잎’을 키우는 교육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실은 ‘괴짜’를 용인하지 않는다.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따는 영재가 넘쳐나지만 이들의 꿈은 대부분 의사다. 대학은 살아남기에 급급하고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준비생이다.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을 하는 괴짜 학생들이 사라졌다”(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는 로보밸리를 조성, 유망 로봇벤처기업을 끌어모으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美的)는 독일 로봇업체 쿠카를 사들였다. 도요타자동차가 소셜로봇을 양산하기 위해 구글로부터 인수를 추진 중인 일본 로봇벤처기업 샤프트는 도쿄대 실험실에서 탄생했다. 오준호 KAIST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력은 매끈한 원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못난이’를 만드는 데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박동휘/델프트(네덜란드)=이상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