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1995년 국방부를 포함한 미국 정부는 알파넷(Alphanet)을 전신으로 하는 인터넷의 관리를 AT&T 등 민간 정보통신 서비스업체들에 이관키로 결정했다. 민간기업이 관리하면서부터 발전하게 된 그리고 주인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네트워크가 바로 인터넷이다.

'레몬시장' 무너뜨린 소비자 리뷰…전자상거래 되살린 '신의 한 수'
전자상거래는 이 인터넷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초창기 많은 경제전문가는 전자상거래가 모든 구매자와 공급자에게 완벽한 완전경쟁시장을 구현하게 하고, 경제는 발전하며 새로운 산업 기회가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앨빈 토플러 같은 저명한 학자들도 인터넷이 우리 삶에 근본적이고 심오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들의 기대와는 달랐다. 전자상거래로 인한 시장점유율 및 발생 수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서핑(surfing)했지만, 기대만큼 실제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에서 상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전자상거래에서의 광고효과와 광고수입도 기대처럼 크지 않았다. 소비자는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광고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들 광고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며 자연히 광고의 구매효과는 매우 떨어졌다. 이런 문제에 대해 세계적인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는 “기본 경영전략으로 돌아가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전자상거래의 열기는 바닥을 친 뒤 다시 천천히 불붙었다. 이는 각종 소셜네트워크의 활성화와 함께 전자상거래의 발전을 저해하던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한 전자상거래 기업들과 경영자들의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소셜네트워크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터넷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하루 평균 2시간 반이나 사용하게 됐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통해 이런 인터넷 소비자들의 수요를 수익화하는 데도 성공하게 됐다. 비디오 광고, 중간 광고(Interstitials) 등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발달된 광고를 통해 광고의 구매연결 효과가 크게 뛰었다. 구글의 새로운 광고모델인 ‘키워드 검색 광고’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검색 필요성과 관련 광고를 연결해 줌으로써 광고의 구매연결 효과를 훨씬 더 높였다. 기존 인터넷 배너 광고 등을 활용할 수 없었던 중소기업들도 키워드 노출 광고를 구매해 광고매체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광고효과 미흡과 함께 꼽히는 또다른 전자상거래의 문제는 소비자의 상품 접근과 경험의 제한성이다. 소비자는 상품을 직접 보고, 만져보는 등 대면접촉으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구매에 확신을 얻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상품에 대한 실제적, 물리적 경험이 불가능한 전자상거래에선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해 확신하지 못해 구매가 일어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런 현상을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가 설명한 것과 같이 정보비대칭에 의한 ‘레몬시장 문제’라고 한다.

어떤 상품에 대해 많은 정보가 없는 소비자와 많은 정보를 가진 판매자 간에는 정보불균형이 존재한다. 이때 소비자는 판매자가 좋은 상품을 시장에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고 낮은 가격을 지급하려고 하며, 판매자는 이 낮은 가격에는 좋은 상품을 내놓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에 따라 시장에는 레몬차 같은 열등재만 남게 되고, 결국 시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이런 정보불균형 문제로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전문가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공에 회의적이 됐고 전자상거래 버블 붕괴는 이 회의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하지만 많은 경영자들에 의해 전자상거래의 이런 단점을 해결하는 메커니즘이 개발됐다.

가장 성공적인 것이 미국 최대 경매사이트인 이베이가 제공하는 것과 같은 ‘제삼자 리뷰(third party review)’ 정보공유 메커니즘이다. 어떤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물품에 대한 사용후기를 남기고, 이를 본 다른 소비자들은 해당 물품에 대한 직접적 경험이 없어도 이 사용후기를 믿고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 기구매 소비자로서는 정보를 남기는 것이 일종의 대가 없는 봉사지만, 향후 그 사이트에서 새로운 물품을 구매할 때 덕을 보게 되는 품앗이 형태의 소비자 간 협력이 된다. 가장 복잡한 상품이라는 중고자동차의 경우도 미국에서 가장 커다란 시장이 바로 전자상거래 시장인 이베이라는 사실은 정보불균형이 얼마나 잘 극복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소비자 간 협력으로 정보불균형 문제가 해결되면서 양질의 판매자가 시장에 나오고, 나쁜 판매자는 도태돼 시장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됐다.

인터넷 서비스업은 소비자의 참여가 서비스의 가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소비자가 인터넷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고 애정 또는 충성도(loyalty)를 형성하기 전에는 그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생각을 갖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인터넷 서비스업자로서는 고객의 구매 없이 광고모델만으로 서비스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고민에 대해 제시된 비즈니스 모델이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이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면서, 부가적인 서비스에 가격을 책정해 사용자들이 필요한 경우 자발적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무료 소비자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이들이 사용하면서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를 형성하고 추가적인 서비스들을 구매하게 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다. 야후의 프리미엄 메일이나 한국 게임업체들의 앱 내 구매(in-app purchase) 같은 사례들이 좋은 예다. 이런 방법들은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초기 광고수익에 국한된 수익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줬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전자상거래는 많은 획기적인 모델을 통해 사이버공간에 독자적인 시장을 창조하고 번성할 수 있었다. 문제를 극복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들과 사용자들의 아이디어에 의해 이와 같은 기적이 가능했다. 향후 기존 기업과 시장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문제점들은 이와 같은 창조와 혁신에 의해 해결되고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에 의한 대량 정보의 활용, 인공지능(AI)의 발전, 가상현실(VR) 기술들은 기존 비즈니스의 붕괴와 새로운 비즈니스,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15년前 'O2O' 내다본 마이클 포터의 전자상거래 전략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저명한 교수로,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는 2001년 하버드비지니스리뷰에 기고한 ‘전략과 인터넷(Strategy and the Internet)’에서 1990년대 후반, 2000년에 일어난 전자상거래의 버블 붕괴 현상은 경영자들이 경영전략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가격 관리 등 경영의 기본적 전략수칙을 무시하고 밑지는 판매를 하는 등 무리한 경영을 한 결과 전자상거래의 버블 붕괴가 초래된 것이라고 봤다.

그리고 포터는 그의 5가지 영향력 모델(five forces model)을 중심으로 설명하며, 전자상거래가 기존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고 경영에 호의적인 환경을 줄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5가지 기업에 위협이 되는 영향력 중 ‘공급자의 협상력’을 제외한 나머지 4가지 영향력(경쟁자의 경쟁, 새 경쟁자 진입, 대체상품 진입, 고객의 협상력)이 더 늘어나 결과적으로 더 좋지 않은 경영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경영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는 전자상거래의 핵심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기술을 활용해 기업 내부의 힘을 늘리는 것을 첫 번째 방법으로 제시했다. 기업의 내부 연계, 업무 효율성 등을 더욱 향상시키라는 주문이다. 두 번째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전자상거래 채널과 기존 오프라인 채널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라는 것이다.

기존 기업이 전자상거래 채널을 활용하는 것이 새로운 전자상거래 채널만 가진 기업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전략 구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옴니채널 같은 경영현상들에 대한 조언을 15년 전에 한 대가의 직관력이 놀라울 정도다.

유병준 < 서울대 경영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