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6] "똑똑한 한국 여성들 고용시장서 찬밥신세…이런 게 인력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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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고용시장 연구' 레몽 토레 ILO 조사국장
여성들 남성보다 취업기회 적고 근무환경 열악
연금개혁으로 세대갈등 해결? 빈곤만 늘 것
'고용 유연성-직업 안정성' 최적조합 찾아야
여성들 남성보다 취업기회 적고 근무환경 열악
연금개혁으로 세대갈등 해결? 빈곤만 늘 것
'고용 유연성-직업 안정성' 최적조합 찾아야
일자리 문제는 저성장 사회가 직면한 난제 중 하나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정규직 아버지’와 ‘임시직 아들’ 사이의 세대 간 갈등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한 청년 세대는 매년 급증하는 노년층 연금을 대느라 허덕일 수밖에 없다. 각국에서 연금 개혁 이슈가 불거지는 배경이다.
30여년간 글로벌 고용시장을 연구해 온 레몽 토레 국제노동기구(ILO) 조사국장(사진)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여성과 청년이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의 판을 새로 짜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퇴자가 받을 연금을 줄이는 방식의 개혁에 대해 “노인 빈곤 등 역효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레 국장은 오는 11월1~3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세대 간 일자리 상생의 해법’을 주제로 강연한다.
▶글로벌 고용시장이 위기라는 말이 많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금융위기 전보다 구직자만 약 3000만명이 늘었습니다. 일부 국가는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요. 선진국에선 ‘일자리 이민’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죠. 최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에서 읽을 수 있듯이요.”
▶일자리 문제가 브렉시트를 불렀다는 뜻입니까.
“여러 원인 중 하나죠. 노동시장의 세계화 때문에 기존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서 반(反)이민 정서가 부상했어요. 과거엔 노동시장의 불형평성과 불안정성이 저소득층만의 문제였죠. 하지만 최근엔 이런 직업 불안정성이 일부 중산층으로 확대됐습니다. 바로 이들이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진 거죠.”
▶한국도 일자리 걱정이 큽니다.
“한국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이 단기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같은 불안한 지위에 놓여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직업적 불안정성은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이에요. 잦은 인력 교체는 기업 생산성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죠. 근로자 간 소득 격차도 벌어져 결국 출산율까지 떨어뜨리게 됩니다.”
▶일자리 문제가 세대 간 갈등의 싹이 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한국만 해도 2021년부터 근로가능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겁니다. 지금은 근로자 5.1명이 은퇴자 1명을 부양하지만 2050년이 되면 1.4명이 1명을 먹여 살려야 하죠. 연금에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은퇴자의 연금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좋지 않은 방법이에요. 역효과가 날 겁니다. 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많은 노인을 가난으로 몰아넣을 수 있죠. 노동 인구를 늘릴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여성이나 청년 등 노동시장에서 소외돼 있는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해요.”
▶왜 그런가요.
“여성과 청년 인력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 여성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하지만 고용률은 남성보다 훨씬 낮아요. 인력 낭비입니다. 저출산 현상의 원인이기도 하죠. 불안정한 일자리와 열악한 근무환경이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청년들도 마찬가지죠.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일터에서 필요한 내용이 단절돼 있어요.”
▶여성들을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고용 기회를 평등하게 줘야 해요. 가정 친화적인 고용 정책을 펼치고 학업을 통해 배운 것을 실제 일하는 데 접목할 수 있도록 판을 바꿔야 합니다. 직업 안정성도 높여야 하고요. 정규직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원하는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늘리는 길이죠.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도 높아질 겁니다. 모두 경영자와 노조의 협조가 필요한 일입니다.”
▶인공지능(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단순 계산 같은 일(직업)은 이미 설 자리를 잃었어요. 하지만 디지털화 흐름에 따라 커지는 수요도 있죠. 혁신과 창의성, 대인관계 능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기술로 쉽게 대체할 수 없으니까요. 돌봄노동이나 문화활동과 관련된 직업이 대표적이죠.”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앞으로는 고용 방식도 달라질 겁니다. 프리랜서와 단기 일자리가 늘어날 거예요. 정부로선 부담이 커지겠죠. 일자리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할 사회 안전망을 확보해야 할 테니까요.”
▶한국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국가가 있습니까.
“캐나다는 기업이 요구하는 고용 유연성과 노동자의 직업 안정성을 효율적으로 조합할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독일에선 노동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할 경영자와 노조 간 협의체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고요.”
레몽 토레 국장은
△1960년 프랑스 출생 △1984년 파리1대학 계량경제학 박사 △1997년 국제노동기구(ILO) 세계화TF 팀장 △199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분석부장 △2007년 ILO 국제노동동향연구소장 △2013년 ILO 조사국장
ILO는 어떤 곳
노동 문제를 다루는 유엔의 전문기구다. 1919년에 창설했고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183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1969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은 1991년 151번째로 가입했다. 노동시간, 임금, 결사의 자유 등 노동자 권익에 대한 국제기준을 마련하는 게 주요 기능이다. 세계 각국이 이 국제기준에 맞춰 국내법이나 정책을 만들도록 권고하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11월 1~3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 www.ghrforum.org
30여년간 글로벌 고용시장을 연구해 온 레몽 토레 국제노동기구(ILO) 조사국장(사진)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여성과 청년이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의 판을 새로 짜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퇴자가 받을 연금을 줄이는 방식의 개혁에 대해 “노인 빈곤 등 역효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레 국장은 오는 11월1~3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세대 간 일자리 상생의 해법’을 주제로 강연한다.
▶글로벌 고용시장이 위기라는 말이 많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금융위기 전보다 구직자만 약 3000만명이 늘었습니다. 일부 국가는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요. 선진국에선 ‘일자리 이민’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죠. 최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에서 읽을 수 있듯이요.”
▶일자리 문제가 브렉시트를 불렀다는 뜻입니까.
“여러 원인 중 하나죠. 노동시장의 세계화 때문에 기존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서 반(反)이민 정서가 부상했어요. 과거엔 노동시장의 불형평성과 불안정성이 저소득층만의 문제였죠. 하지만 최근엔 이런 직업 불안정성이 일부 중산층으로 확대됐습니다. 바로 이들이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진 거죠.”
▶한국도 일자리 걱정이 큽니다.
“한국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이 단기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같은 불안한 지위에 놓여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직업적 불안정성은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이에요. 잦은 인력 교체는 기업 생산성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죠. 근로자 간 소득 격차도 벌어져 결국 출산율까지 떨어뜨리게 됩니다.”
▶일자리 문제가 세대 간 갈등의 싹이 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한국만 해도 2021년부터 근로가능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겁니다. 지금은 근로자 5.1명이 은퇴자 1명을 부양하지만 2050년이 되면 1.4명이 1명을 먹여 살려야 하죠. 연금에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은퇴자의 연금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좋지 않은 방법이에요. 역효과가 날 겁니다. 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많은 노인을 가난으로 몰아넣을 수 있죠. 노동 인구를 늘릴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여성이나 청년 등 노동시장에서 소외돼 있는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해요.”
▶왜 그런가요.
“여성과 청년 인력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 여성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하지만 고용률은 남성보다 훨씬 낮아요. 인력 낭비입니다. 저출산 현상의 원인이기도 하죠. 불안정한 일자리와 열악한 근무환경이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청년들도 마찬가지죠.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일터에서 필요한 내용이 단절돼 있어요.”
▶여성들을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고용 기회를 평등하게 줘야 해요. 가정 친화적인 고용 정책을 펼치고 학업을 통해 배운 것을 실제 일하는 데 접목할 수 있도록 판을 바꿔야 합니다. 직업 안정성도 높여야 하고요. 정규직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원하는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늘리는 길이죠.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도 높아질 겁니다. 모두 경영자와 노조의 협조가 필요한 일입니다.”
▶인공지능(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단순 계산 같은 일(직업)은 이미 설 자리를 잃었어요. 하지만 디지털화 흐름에 따라 커지는 수요도 있죠. 혁신과 창의성, 대인관계 능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기술로 쉽게 대체할 수 없으니까요. 돌봄노동이나 문화활동과 관련된 직업이 대표적이죠.”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앞으로는 고용 방식도 달라질 겁니다. 프리랜서와 단기 일자리가 늘어날 거예요. 정부로선 부담이 커지겠죠. 일자리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할 사회 안전망을 확보해야 할 테니까요.”
▶한국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국가가 있습니까.
“캐나다는 기업이 요구하는 고용 유연성과 노동자의 직업 안정성을 효율적으로 조합할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독일에선 노동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할 경영자와 노조 간 협의체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고요.”
레몽 토레 국장은
△1960년 프랑스 출생 △1984년 파리1대학 계량경제학 박사 △1997년 국제노동기구(ILO) 세계화TF 팀장 △199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분석부장 △2007년 ILO 국제노동동향연구소장 △2013년 ILO 조사국장
ILO는 어떤 곳
노동 문제를 다루는 유엔의 전문기구다. 1919년에 창설했고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183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1969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은 1991년 151번째로 가입했다. 노동시간, 임금, 결사의 자유 등 노동자 권익에 대한 국제기준을 마련하는 게 주요 기능이다. 세계 각국이 이 국제기준에 맞춰 국내법이나 정책을 만들도록 권고하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11월 1~3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 www.ghrfor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