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결정이 임박함에 따라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 회장이 구속되면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일본 전문 경영인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커서다. 롯데그룹 임직원 18만명의 미래가 검찰 수사 결과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검찰 수사로 한·일 롯데의 운명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게 된 것은 롯데그룹의 특이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한·일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은 일본 롯데홀딩스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며 신격호 총괄회장도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나머지 등기이사 5명은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일본인 전문 경영인들이다.

이들 일본인 경영진이 움직일 수 있는 지분은 절반을 넘는다. 롯데홀딩스의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와 임원지주회(6%), 일본 내 5개 관계사(20.1%), 일본롯데재단(0.2%)의 지분을 합하면 54.1%다. 이에 비해 신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일본인 경영진은 그동안 신 회장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신 회장이 사법처리되면 태도가 바뀔 수 있다. 구속영장 기각률이 낮은 일본에선 영장 청구 단계에서부터 대부분의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자진 사퇴하거나 이사회 결정을 통해 해임된다.

이 때문에 검찰이 신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쫓겨날 수 있다. 신 총괄회장도 지난달 한국 법원에서 한정후견 결정을 받아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에 개입할 수 없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역시 횡령 등의 혐의로 한국에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결국 신 회장이 구속되면 롯데 오너일가 대신 일본인 전문 경영인들이 롯데그룹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가 끝난 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을 되가져오는 것도 쉽지 않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광윤사는 형인 신 전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고,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소속 회원들은 대부분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에 의결권을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롯데 지배 구조와 신 회장의 구속 여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