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애미에서 23일까지 열린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PS) 총회’는 세계 자유주의자들이 위기감과 무력감을 함께 느낀 자리가 됐다. 사회주의와의 전쟁에서는 승리했지만 곳곳에서 벌어지는 포퓰리즘과 정부 개입주의와의 전투에서는 번번이 패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미국에서조차 보호무역과 고립주의를 강조하는 두 후보가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대선 후에는 유럽식 사회주의가 판을 치는 나라가 될 것”(찰스 머레이 미국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란 전망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했다.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은 정부와 정치계 각종단체는 물론 대학까지 장악해가고 있다. “경제나 경영 전공 대학원생들조차 하이에크나 미제스, 프리드먼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앨런 C 코즈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게 현실이다. 코즈 교수는 역사나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교수들이 경제사상사 과목을 개설해서는 ‘경제공황’이나 ‘금융위기’를 예로 들며 ‘자본주의의 몰락’을 가르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지금 상황은 하이에크와 36명의 자유주의 석학들이 1947년 스위스 몽펠르랭에서 MPS를 만들 때와 너무나 비슷하다. 전체주의를 물리친 전쟁이 막 끝난 뒤였는데도 세계 각국에는 사회주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자유주의는 원래 소수였고 인기도 없었다. 세계는 1970년대 장기침체에 빠진 뒤에야 자유주의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다.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가 이끈 경제 호황은 자유주의자들의 승리였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는 오히려 포퓰리즘과 반자유주의를 전파하는 토대가 됐다. 70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 자유를 위한 전투에 나서자는 게 이번 마이애미 총회의 다짐이었다. 다음 대회는 서울 총회다. 내년 5월7~10일 ‘경제적 자유: 번영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