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지난해 국내에 4가(價) 독감 백신을 내놓으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잇따라 4가 독감 백신을 선보였다. 독감 바이러스는 A, B, C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분류된다. 사람에게 독감이라는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형과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3가에서 4가로

기존에는 3가 독감 백신이 주를 이뤘다. 3가 독감 백신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 H1N1과 H3N2를 비롯해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인 야마가타와 빅토리아 중 한 개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 4가 독감 백신은 이 같은 네 개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예상하는 독감 바이러스에 포함되지 않은 B형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B형 미스매치’ 사례가 잇따르면서 4가 독감 백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WHO뿐 아니라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2013년 4가 독감 백신을 접종하면 폭넓은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발표했다. 호주에서는 노년층, 임신부, 영유아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국가예방접종사업에서 가장 먼저 4가 독감 백신을 도입했다. 올해에는 4가 독감 백신만을 채택해 접종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첫 독감 환자 나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1918년부터 1919년까지 나타난 ‘스페인 독감’ 팬더믹(대유행)에서다. 1차 세계대전 직후 스페인 독감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했다. 2년 동안 2500만~5000만명이 스페인 독감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도 740만명이 감염돼 14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정확히 언제, 어디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첫 사망자가 스페인에서 발생하면서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게 됐다. 원인조차 알려지지 않다가 2005년 미국의 연구팀이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여성의 폐 조직에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해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 이 바이러스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H1N1으로 확인됐다.

◆유정란 방식 vs 세포 배양 방식

독감 백신은 유정란 생산 방식과 세포 배양 방식으로 생산된다. 유정란 방식은 1930년대 초 닭의 유정란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배양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후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는 생산 방식이다.

지난해 미국 CDC에 공개된 22종의 소아용 및 성인용 독감 백신 가운데 20개 제품이 유정란 방식으로 생산된 백신이었다.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 GSK와 녹십자, 일양약품 등 국내 제약사 대다수는 유정란 방식으로 독감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세포 배양 방식은 동물 세포를 사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백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유정란 확보량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되는 유정란 방식과 달리 2개월의 비교적 짧은 시간에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포 배양 방식 4가 독감 백신으로는 세계 최초로 SK케미칼이 상용화에 성공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