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계속 파업을 이어갈 경우 정부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계획이라고 한다. 긴급조정권이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고 성격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노조법 제76조1항)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강제조정 조치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그날로부터 30일간은 파업할 수 없다. 이제까지 1969년 대한조선공사, 1993년 현대자동차, 2005년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등에서 발동된 적이 있을 뿐이다. 정부가 10여년 만에 긴급조정권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현대차 파업을 위중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올 들어 23차례 파업을 벌여 12만6000대, 약 2조7800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더 중요한 것은 부품업계 등 관련 업계에 미치는 연쇄적인 피해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부품업계의 손실액은 하루 900억원에 달한다. 울산과 경남만 하더라도 조선에 이어 자동차산업까지 일거리가 나오지 않으면 관련 협력업체는 물론 지역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역대 정부는 자동차 등 ‘귀족노조’의 불법파업에 비정상적인 저자세를 보였다. 그러다 보니 노조가 불법적으로 공장점거 파업을 벌이는데도 공권력 투입이 이뤄지지 않아 파업이 장기화하는 갑을오토텍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보여야 노측도 사측도 법에 기댈 수 있다. 파업을 주도한 노조 집행부를 직위해제한 코레일과 부산지하철이 사태가 끝난 다음엔 징계를 없었던 일로 하는 따위의 사례가 재연돼서는 안 된다. 불법파업은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경기가 최악인 상태에서, 또 긴급한 노사 현안이 없는데도 정규직 귀족노조들이 총파업에 나서고 있는 것은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 보여준다.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노동시장의 평화와 질서도 무너뜨리는 이런 구태야말로 나라경제에 가장 큰 해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