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을 탄 망원동 일대 모습
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을 탄 망원동 일대 모습
서울 망원시장부터 한강공원에 이르는 망리단길을 ‘인스타 상권’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동네의 진가를 알려면 한번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망리단길’을 검색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별 볼 일 없는 동네 상권이지만 SNS를 통해 찾아오는 이들에게 이곳은 색다른 재미가 넘치는 보물 창고다.

[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SNS에 띄워야 뜬다…'인스타 상권' 망리단길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한 SNS에 망리단길이 자주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1년 전부터다. 망리단길은 하모니마트를 시작점으로 해서 망원시장 방향으로 이어진 ‘포은로길’이 중심축이다. 이 길을 가운데 두고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골목길 일대를 일컫는다.

망리단길 입소문의 진원지는 ‘카페 동경’이다. 2014년 망원동에 둥지를 튼 이곳은 ‘비엔나커피가 맛있는 곳’으로 자주 언급되며 필수 코스가 됐다. 간판도 없이 지하에 자리 잡았지만 오후 1시 문을 열기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다.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유품이 전시돼 있어 유명해지기 시작한 ‘오드리 헵번’ 카페, 다양한 피겨 장난감을 전시해 놓은 ‘비바쌀롱’ 등 독특한 콘셉트의 카페가 뒤이어 입소문을 탔다.

[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SNS에 띄워야 뜬다…'인스타 상권' 망리단길
이색적인 레스토랑도 많다. 멕시코 음식점 ‘델리차우’ 같은 이국적인 레스토랑부터 채식주의 빵을 파는 ‘꽃밀’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작은 서점을 지향하는 ‘만일 동네책방’과 가죽, 유리공예 같은 공방도 늘어나고 있다.

망리단길이 뜬다고 하니 새롭게 가게를 알아보러 오는 창업 투자자의 발길도 잦아졌다. 포은로길만 하더라도 이전에는 유흥주점이나 술집, 섀시가게, 한복집 등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젊은 사람의 취향에 맞춰 카페나 펍, 아이스크림 가게 등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최근 2년여 사이에 이 일대에 새롭게 들어선 가게만 30곳 정도다.

[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SNS에 띄워야 뜬다…'인스타 상권' 망리단길
망리단길 상가 시세는 33㎡를 기준으로 월세 70만~150만원 선이다. 보증금은 1000만~2000만원, 권리금은 2500만원 정도다. 보통 카페나 음식점 창업에 소요되는 인테리어 비용 2000만~3000만원 정도를 감안해도 5000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가게 하나를 열 수 있다. 1년 전만 해도 권리금이 전혀 없던 이 동네에 최근 2000만원 안팎의 권리금이 붙기 시작했다.

카페이자 미술 공방인 ‘우아하게’는 연남동에서 가게를 운영했지만 최근 월세가 많이 올라 새로운 곳을 알아보다가 1개월 전 이곳으로 옮겨 왔다. 우아하게 관계자는 “공방이 아예 없는 곳보다 몇 개라도 몰려 있는 곳을 찾아왔다”며 “지금은 망원동이 카페나 음식점 중심이지만 공방도 늘어나고 있어 단순히 ‘먹자 상권’을 넘어 즐길거리가 많은 상권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SNS에 망리단길이 자주 언급된 데는 이 일대가 ‘데이트 코스’로 좋다는 입소문 영향이 컸다. 망원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싼 음식을 즐긴 뒤 걸어서 15분 정도면 망원동 한강공원까지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망원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60~80대 거주민과 가정주부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주말 낮이나 평일 저녁을 중심으로 젊은 데이트족이 자주 눈에 띄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김태림·주현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