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도이치뱅크…미국 140억달러 벌금 60% 감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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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 Deep - 롤러코스터 타는 도이치뱅크
주가 폭락 후 하룻새 17% 반등
CEO, 미국 정부와 벌금 규모 담판
"공매도 세력이 주가 끌어내려 파생위험 부풀려졌다" 주장도
주가 폭락 후 하룻새 17% 반등
CEO, 미국 정부와 벌금 규모 담판
"공매도 세력이 주가 끌어내려 파생위험 부풀려졌다" 주장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의 주가가 언론 보도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법무부가 도이치뱅크에 금융위기 전의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MB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벌금 140억달러(약 15조5000억원)를 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한 뒤 이 은행 주가는 내리막길을 탔다.
지난달 29일에는 10곳의 헤지펀드가 도이치뱅크에서 자금을 인출하고 거래를 줄이고 있다는 소식에 급락세를 이어갔다. 또 30일 유럽증시 개장 직후에는 8.9% 급락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주당 10유로 아래(9.9유로)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프랑스 AFP통신이 “벌금 규모는 140억달러가 아니라 60% 감소한 54억달러가 될 것”이라며 “합의 내용이 곧 발표될 예정”이라고 보도하자 상황은 급반전했다. 유럽장에서 장중 저점 대비 17% 오른 11.57유로(개장가 대비 6.4% 상승), 뒤따라 열린 미국장에서는 14% 폭등한 13.23달러에 마감했다. ◆벌금 대폭 줄어들 듯
도이치뱅크와 독일 재무부, 미국 법무부는 도이치뱅크에 대한 벌금 액수 감면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존 크라이언 도이치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직접 미국에 건너가 벌금 액수를 담판 지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충당금(62억달러) 아래로 벌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소식에 시장은 일단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고 안도했지만 공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벌금 이슈가 도이치뱅크 문제를 급격히 수면 위로 끌어올리긴 했으나 그전에도 도이치뱅크의 재무상황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공포지수로 알려진 변동성지수(VIX)도 5.21% 떨어지는 데 그쳤다.
◆“헤지펀드 세력의 장난”
크라이언 CEO는 주가 폭락을 ‘외부 세력의 장난’이라고 규정했다. 헤지펀드들이 공매도를 걸어놓은 다음 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임직원에게 발송한 메모에서 “도이치뱅크의 재무기반은 튼튼하다”며 “우리 사업은 외부의 ‘왜곡된 인식’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이 “(작전 세력의) 각본에 다 들어 있는 내용”이라며 “그들은 도이치뱅크 주가를 8유로까지 떨어뜨린 뒤 되사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WSJ는 지난주 수십억달러를 인출해 ‘뱅크런’ 상황을 조성한 헤지펀드 중 일부가 도이치뱅크를 공매도했다고 전했다. 마셜 웨이스, 디스커버리캐피털매니지먼트, 하이필즈, AQR캐피털매니지먼트 등이다. 공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으면 해당 기업 주가 하락 시 이익을 볼 수 있다. 헤지펀드의 자금 인출이 보도돼 위기감이 조성된 건 ‘언론 플레이’ 성격이 짙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유럽 간 감정 싸움도 도이치뱅크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데 한몫하고 있다. 유럽의회 관계자는 “애초 (극비여야 할) 140억달러 벌금 통보 사실을 미국 정부가 언론에 누설한 것 자체가 (유럽에 대한) 모욕”이라고 분개했다. 바클레이즈, 크레디트스위스, RBS, UBS 등 다른 유럽 은행도 도이치뱅크와 같은 건으로 소송당해 벌금 부과를 앞두고 있다.
◆“파생자산 순규모 410억유로뿐”
FT는 세계에서 파생상품 거래를 가장 많이 하는 은행인 도이치뱅크의 자산 가운데 가격을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레벨3’ 자산 비중이 매우 높지만 위험도가 부풀려졌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도이치뱅크가 낸 신용관련 자료에 따르면 레벨3 자산 규모는 288억유로, 부채는 109억유로에 이른다. 비중이 다른 은행보다 크기는 하나 이를 매우 보수적으로 평가했을 때도 그 가치가 16억유로밖에 줄지 않는다.
또 파생상품 관련 자산 규모(6150억유로)를 반대 방향의 계약끼리 상계처리하는 미국식 회계방식(US GAAP)을 적용할 경우 그 규모가 410억유로(6.7%)에 그친다고 도이치뱅크는 강조했다.
◆“유사시 獨 정부 구제금융”
도이치뱅크는 아직 쓸 수 있는 카드가 많다. 소매금융 부문과 자산관리 부문은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 수 있는 물건이다. 현실성은 낮지만 주주 혹은 제3자를 대상으로 주식수를 50%까지 늘리는 유상증자를 시도할 수도 있다. 그래도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독일 정부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럽연합(EU)에서 구제금융을 할 때는 채권자 손실 분담(bail-in)이 원칙이나 정부가 공적자금을 활용해 자본을 지원(bail-out)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안 그래도 난민 문제로 흔들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에 결정타를 날릴 전망이다.
안슈 자인 전 CEO를 보좌하던 부행장 두 명이 이탈리아 대형은행 방카몬테데이파스키디시에나(BMPS)와 관련된 스캔들에 연루돼 이탈리아 검찰에 기소되는 등 새로운 악재가 쌓이고 있는 것도 도이치뱅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지난달 29일에는 10곳의 헤지펀드가 도이치뱅크에서 자금을 인출하고 거래를 줄이고 있다는 소식에 급락세를 이어갔다. 또 30일 유럽증시 개장 직후에는 8.9% 급락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주당 10유로 아래(9.9유로)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프랑스 AFP통신이 “벌금 규모는 140억달러가 아니라 60% 감소한 54억달러가 될 것”이라며 “합의 내용이 곧 발표될 예정”이라고 보도하자 상황은 급반전했다. 유럽장에서 장중 저점 대비 17% 오른 11.57유로(개장가 대비 6.4% 상승), 뒤따라 열린 미국장에서는 14% 폭등한 13.23달러에 마감했다. ◆벌금 대폭 줄어들 듯
도이치뱅크와 독일 재무부, 미국 법무부는 도이치뱅크에 대한 벌금 액수 감면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존 크라이언 도이치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직접 미국에 건너가 벌금 액수를 담판 지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충당금(62억달러) 아래로 벌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소식에 시장은 일단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고 안도했지만 공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벌금 이슈가 도이치뱅크 문제를 급격히 수면 위로 끌어올리긴 했으나 그전에도 도이치뱅크의 재무상황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공포지수로 알려진 변동성지수(VIX)도 5.21% 떨어지는 데 그쳤다.
◆“헤지펀드 세력의 장난”
크라이언 CEO는 주가 폭락을 ‘외부 세력의 장난’이라고 규정했다. 헤지펀드들이 공매도를 걸어놓은 다음 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임직원에게 발송한 메모에서 “도이치뱅크의 재무기반은 튼튼하다”며 “우리 사업은 외부의 ‘왜곡된 인식’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이 “(작전 세력의) 각본에 다 들어 있는 내용”이라며 “그들은 도이치뱅크 주가를 8유로까지 떨어뜨린 뒤 되사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WSJ는 지난주 수십억달러를 인출해 ‘뱅크런’ 상황을 조성한 헤지펀드 중 일부가 도이치뱅크를 공매도했다고 전했다. 마셜 웨이스, 디스커버리캐피털매니지먼트, 하이필즈, AQR캐피털매니지먼트 등이다. 공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으면 해당 기업 주가 하락 시 이익을 볼 수 있다. 헤지펀드의 자금 인출이 보도돼 위기감이 조성된 건 ‘언론 플레이’ 성격이 짙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유럽 간 감정 싸움도 도이치뱅크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데 한몫하고 있다. 유럽의회 관계자는 “애초 (극비여야 할) 140억달러 벌금 통보 사실을 미국 정부가 언론에 누설한 것 자체가 (유럽에 대한) 모욕”이라고 분개했다. 바클레이즈, 크레디트스위스, RBS, UBS 등 다른 유럽 은행도 도이치뱅크와 같은 건으로 소송당해 벌금 부과를 앞두고 있다.
◆“파생자산 순규모 410억유로뿐”
FT는 세계에서 파생상품 거래를 가장 많이 하는 은행인 도이치뱅크의 자산 가운데 가격을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레벨3’ 자산 비중이 매우 높지만 위험도가 부풀려졌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도이치뱅크가 낸 신용관련 자료에 따르면 레벨3 자산 규모는 288억유로, 부채는 109억유로에 이른다. 비중이 다른 은행보다 크기는 하나 이를 매우 보수적으로 평가했을 때도 그 가치가 16억유로밖에 줄지 않는다.
또 파생상품 관련 자산 규모(6150억유로)를 반대 방향의 계약끼리 상계처리하는 미국식 회계방식(US GAAP)을 적용할 경우 그 규모가 410억유로(6.7%)에 그친다고 도이치뱅크는 강조했다.
◆“유사시 獨 정부 구제금융”
도이치뱅크는 아직 쓸 수 있는 카드가 많다. 소매금융 부문과 자산관리 부문은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 수 있는 물건이다. 현실성은 낮지만 주주 혹은 제3자를 대상으로 주식수를 50%까지 늘리는 유상증자를 시도할 수도 있다. 그래도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독일 정부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럽연합(EU)에서 구제금융을 할 때는 채권자 손실 분담(bail-in)이 원칙이나 정부가 공적자금을 활용해 자본을 지원(bail-out)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안 그래도 난민 문제로 흔들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에 결정타를 날릴 전망이다.
안슈 자인 전 CEO를 보좌하던 부행장 두 명이 이탈리아 대형은행 방카몬테데이파스키디시에나(BMPS)와 관련된 스캔들에 연루돼 이탈리아 검찰에 기소되는 등 새로운 악재가 쌓이고 있는 것도 도이치뱅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