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처음으로 세계 240개국 모두 여행한 이해욱 전 KT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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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는 것 못지않게 끝까지 보는 것도 중요"
93년 퇴임 후 본격적인 세계 여행
나이지리아에선 납치 위험 겪어
모아둔 여행자료로 책 출판 계획
93년 퇴임 후 본격적인 세계 여행
나이지리아에선 납치 위험 겪어
모아둔 여행자료로 책 출판 계획
“자세히 보는 것 못지않게 끝까지 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해욱 전 KT 사장(78·사진)이 전 세계 240개국을 여행한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4일 KT에 따르면 이 전 사장은 240번째 방문국인 영연방 자치령 세인트헬레나 섬 여행을 마치고 지난 2일 두바이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 지인들의 환영을 받았다. 이 전 사장이 방문한 240개국은 유엔기구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국가로 분류한 곳이다. ISO는 1974년부터 세계 각국과 부속 영토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지금까지 240개국을 국가로 분류했다.
그는 1993년 KT 사장에서 물러난 뒤 본격적으로 세계 여행을 시작했다. 옛 체신부 공무원과 KT 사장 시절 출장으로 45개국을 방문했던 경험이 여행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처음부터 240개국 전부를 돌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니었다. 이 전 사장은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냉전체제 후유증 때문에 여행할 수 없는 국가가 많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 제한이 풀리고, 많은 지역을 여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욕심이 났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의 여행 대부분은 산부인과 의사였던 부인이 동행했다. 이 전 사장은 “30여년간 개인병원을 운영하느라 해외여행 기회가 없었던 아내를 위해 준비한 첫 여행이 40일 코스의 유럽 배낭여행이었다”며 “아프리카 내전 국가 등 위험한 지역을 제외하곤 항상 아내가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2010년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전 세계 192개 독립국을 여행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6년 만에 추가로 48개국을 다녀왔다. 전 세계를 돌며 잊지 못할 추억도 많았지만 떠올리기 싫은 순간도 있었다. 2001년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벌어지던 나이지리아 국경 지역에서 반군에 의해 납치되기 직전 일본 여행객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한 경험이 있다. 이 전 사장은 “그렇게 2년여 기간에 아프리카 53개국을 여행했다”며 “교통편이나 여행 정보가 없는 오지 국가는 현지에서 만난 일본 여행객들이 가는 길을 무작정 따라가기도 했다”고 했다.
한 국가를 다녀왔다는 기준은 무엇으로 삼을까. 그는 “그건 나라마다 다르다. 단순히 땅을 밟았다고 그 국가를 다녀왔다고 하진 않는다”며 “작은 섬 국가는 1박2일, 큰 도시는 최소 3박4일 머무르며 둘러봐야 방문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나라를 여행하기 전 300~400쪽에 달하는 사전 자료를 만들었다. 그동안 모아둔 자료와 사진·비디오 자료를 활용한 여행 서적 발간도 생각하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해 한해 나이를 먹으면서 체력이 달린다는 걸 느낀다”며 “이젠 어떤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부인과 짧은 기간 편안한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1964년 1회 행정고시 합격 이후 체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체신부 차관을 거쳐 1988~1993년 KT의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 사장을 지냈다. 《세계는 한 권의 책》(2011) 《이해욱 할아버지의 지구별 이야기》(2013) 등 2권의 여행기를 출간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이해욱 전 KT 사장(78·사진)이 전 세계 240개국을 여행한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4일 KT에 따르면 이 전 사장은 240번째 방문국인 영연방 자치령 세인트헬레나 섬 여행을 마치고 지난 2일 두바이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 지인들의 환영을 받았다. 이 전 사장이 방문한 240개국은 유엔기구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국가로 분류한 곳이다. ISO는 1974년부터 세계 각국과 부속 영토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지금까지 240개국을 국가로 분류했다.
그는 1993년 KT 사장에서 물러난 뒤 본격적으로 세계 여행을 시작했다. 옛 체신부 공무원과 KT 사장 시절 출장으로 45개국을 방문했던 경험이 여행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처음부터 240개국 전부를 돌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니었다. 이 전 사장은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냉전체제 후유증 때문에 여행할 수 없는 국가가 많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 제한이 풀리고, 많은 지역을 여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욕심이 났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의 여행 대부분은 산부인과 의사였던 부인이 동행했다. 이 전 사장은 “30여년간 개인병원을 운영하느라 해외여행 기회가 없었던 아내를 위해 준비한 첫 여행이 40일 코스의 유럽 배낭여행이었다”며 “아프리카 내전 국가 등 위험한 지역을 제외하곤 항상 아내가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2010년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전 세계 192개 독립국을 여행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6년 만에 추가로 48개국을 다녀왔다. 전 세계를 돌며 잊지 못할 추억도 많았지만 떠올리기 싫은 순간도 있었다. 2001년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벌어지던 나이지리아 국경 지역에서 반군에 의해 납치되기 직전 일본 여행객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한 경험이 있다. 이 전 사장은 “그렇게 2년여 기간에 아프리카 53개국을 여행했다”며 “교통편이나 여행 정보가 없는 오지 국가는 현지에서 만난 일본 여행객들이 가는 길을 무작정 따라가기도 했다”고 했다.
한 국가를 다녀왔다는 기준은 무엇으로 삼을까. 그는 “그건 나라마다 다르다. 단순히 땅을 밟았다고 그 국가를 다녀왔다고 하진 않는다”며 “작은 섬 국가는 1박2일, 큰 도시는 최소 3박4일 머무르며 둘러봐야 방문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나라를 여행하기 전 300~400쪽에 달하는 사전 자료를 만들었다. 그동안 모아둔 자료와 사진·비디오 자료를 활용한 여행 서적 발간도 생각하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해 한해 나이를 먹으면서 체력이 달린다는 걸 느낀다”며 “이젠 어떤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부인과 짧은 기간 편안한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1964년 1회 행정고시 합격 이후 체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체신부 차관을 거쳐 1988~1993년 KT의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 사장을 지냈다. 《세계는 한 권의 책》(2011) 《이해욱 할아버지의 지구별 이야기》(2013) 등 2권의 여행기를 출간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