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1일 갤럭시노트7 단종을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갤럭시노트7 체험존에 판매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삼성전자가 11일 갤럭시노트7 단종을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갤럭시노트7 체험존에 판매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단종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더 이상 브랜드 훼손을 막겠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은 또 다른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 차기작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결단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뼈를 깎는 결단’으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평가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의 정확한 발화 원인 등을 찾아내 소비자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갤S8 등 차기작 집중할 듯

[갤노트7 쇼크] 출시 54일 만에 퇴장하는 갤노트7…브랜드 훼손 차단 '고육책'
삼성전자는 11일 갤럭시노트7 단종을 발표하며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와 대만 정부 등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교환된 갤럭시노트7 신제품에서 배터리 발화 사고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국국가기술표준원 등과 사전 협의를 거쳐 판매 중단 방침을 내놓은 데 이어 최종적으로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0일 열린 ‘갤럭시노트7 사고조사 합동회의’ 결과 새로운 제품의 결함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갤럭시노트7 사용 중지를 권고하고, 새로운 갤럭시노트7 판매 중지를 삼성전자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에 따라 생산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전 문제로 도마에 오른 갤럭시노트7을 더 이상 판매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갤럭시노트7은 지난 8월19일 세상에 나온 지 54일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비운의 스마트폰이 됐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갤럭시노트7 단종에 그치지 않고 ‘노트’라는 브랜드를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 이상 다른 이름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과거 윈도 스마트폰 브랜드인 ‘옴니아’를 포기한 적도 있다.

회사 측은 앞으로 갤럭시노트7 교환과 환불 절차 등을 신속히 마무리짓고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S8(가칭)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갤럭시노트7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홍채 인식 기능 등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등을 추가한 갤럭시S8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설계상 문제 가능성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8월 첫 발화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배터리 결함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한 제품에서도 발화 사건이 이어지자 설계상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기존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와는 다른 형태의 발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배터리가 아니라 스마트폰 시스템상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출시한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부터 탈착형 대신 내장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내장형 배터리는 스마트폰 크기를 줄일 수 있고, 방진·방수 설계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외부 충격이나 발열 등에 취약해 이를 감안한 스마트폰 설계가 필요하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은 단순한 배터리 문제라기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복합적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배터리 발화는 기본적으로 전원 관리 이상으로 과충전·과방전 등이 발생해 배터리가 불안정해지면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이를 제어하지 못하거나 하드웨어적으로 과충전 방지 장치 등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며 “배터리가 충전될 때는 숨을 쉬듯 살짝 부풀어오르는데 이 경우 다른 기구 등에 눌려 발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에 새롭게 들어간 홍채 인식과 S펜 기능 등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다 보니 과부하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부에선 고속 충전 기능으로 인한 발열이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철완 전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전원관리칩(PMIC)을 포함해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번에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야 다음 제품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