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힘든 일이지만 이겨냅시다!” “더 사랑받고 더 믿음 주는 갤럭시로 돌아올 겁니다.”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이 발표된 지난 11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사업장)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차분했다. 하지만 사내 인트라넷인 싱글의 익명 게시판은 뜨거웠다. 잘못의 원인을 따지는 글도 있었지만, 스마트폰을 제작하는 무선사업부 임직원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글이 많았다. 재도약의 결의를 다지는 글도 속속 올라왔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싱글 게시판에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과 관련, 전날 오후부터 10여개 글이 올라왔고 줄줄이 댓글이 달렸다.

한 직원은 “저도 마음이 아픈데, 갤럭시노트7을 만든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시간이 우리를 지혜롭게 만드는 게 아니고, 경험이 우리를 지혜롭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이번 사건은 참 마음 아프지만, 관계자들 정말 정말 힘내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임직원 모두 하나 되어 힘을 실어 드립니다! 파이팅!”이란 댓글이 이어졌다.

무선사업부의 한 직원은 “디자인과 개발, 품질, 제조, 마케팅 등 모두 힘내고 단언컨대 내년에는 더 사랑받고 더 믿음 주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갤럭시로 돌아올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썼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11일 저녁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모든 직원에게 보내 사과하고 재도약을 약속했다. 그는 “상당한 규모의 경영 손실은 차치하고라도 지난 몇 주간의 상황과 오늘의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이 임직원 여러분께 드릴 마음의 상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저 또한 사업부장으로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지지와 신뢰를 주시는 임직원 여러분께 마음 깊이 죄송한 마음과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썼다. 고 사장은 “고객을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모든 고객이 우리 삼성 제품을 다시 신뢰하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끝까지 (발화 원인을) 밝혀 품질에 대한 자존심과 신뢰를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임직원들은 사내게시판에 “힘내십시오. 응원합니다!” “글을 받고 가슴이 왈칵했습니다”는 지지의 글을 올렸다. 삼성 관계자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무선사업부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새벽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한 삼성 미래전략실 팀장들과 계열사 사장들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아직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탓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없이 지나쳤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