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언각비] '-적'과 '-스런'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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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신아언각비] '-적'과 '-스런'의 동침](https://img.hankyung.com/photo/201610/01.12463063.1.jpg)
일명 ‘12·12’는 1979년 12월12일 신군부 세력이 일으킨 군사반란이었다. 이를 쿠데타로 규정하면 주동자 사법처리란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그렇다고 쿠데타가 아니라고 하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셈이라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게 뻔했다. 어느 쪽이든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뜨거운 감자’였다. 돌파구는 ‘-적(的)’에서 나왔다. 정부는 그해 5·18광주항쟁일을 맞아 ‘쿠데타적 사건’이라는 희한한 문구를 내놨다.
《우리말본》 등을 통해 국어 문법의 초석을 놓은 외솔 최현배 선생은 일찍이 ‘-적’ 대신 우리말 ‘-스런’을 제시했다. ‘-스럽다’의 의미를 생각하면 딱이다. 그는 ‘객관적’ ‘역사적’ 같은 말을 ‘객관스런’ ‘역사스런’ 식으로 바꿔 썼다. ‘자랑스런~’ 등에서 보듯이 이 말은 지금도 흔히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 규범은 이 말을 틀린 것으로 볼 뿐이다. 문법적 일관성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스런’을 양지로 나오게 할 필요가 있다. ‘-적’과 ‘-스런’을 같은 반열에 올려 골라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말 규범 체계를 다진 외솔이 오늘날 오히려 규범의 굴레에 씌어 있다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오는 19일은 외솔 탄생 122주년이다.
홍성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