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찬 벤텍스 사장 "첨단 섬유산업 키우려면 전문가 육성 시스템 갖춰야"
“섬유는 사양산업이 아닙니다. 미래성장산업입니다.”

기능성 섬유업체인 벤텍스의 고경찬 사장(56·사진)은 섬유산업의 중요성을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벤텍스는 ‘빨리 마르는 섬유’ ‘광발열섬유’ 등 기능성 원단을 개발해 수출하는 업체다. 이 회사 ‘속건섬유’는 운동 후 땀을 빨리 배출하는 제품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펄이즈미 등 글로벌 기업에 제품을 공급한다. 이 회사의 특허 등록 및 출원 건수는 100개가 넘는다. 최근엔 발열 재킷, 초경량 보온침낭 등 방산 관련 원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고 사장이 말하는 미래형 섬유는 이런 기능을 가미한 것을 의미한다. 그는 “노동집약적 구조의 기존 섬유산업은 중국, 동남아 기업을 이길 수 없지만 기능을 추가한 제품으론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균관대 섬유공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섬유를 깊이 연구하려면 피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작년 중앙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그는 “최근 각 대학에서 섬유공학과를 없애고 신소재공학과 등으로 과명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섬유공학과라는 이름이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유럽 최대 공대인 아헨공대 역시 섬유기술연구소라는 이름으로 탄소섬유나 복합소재를 연구하며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 사장은 섬유전문가 양성을 위해 섬유산업연합회에 기탁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대학생과 특성화고 재학생, 염색·편직 분야 근로자 자녀 등이 대상이다.

보다 많은 섬유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해서다. 그 자신이 어렵게 학창시절을 보낸 것도 장학사업을 하게 된 배경이다. 그는 “라이크라나 고어텍스 등 기능성 원단을 개발해 글로벌 기업이 된 곳도 있다”며 “다른 산업은 사라져도 인류가 존속하는 한 섬유산업은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