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유휴 부지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정작 공무원들은 느긋한 모습이다. 이유가 뭘까. 올해 부동산시장 호황으로 지방세수가 크게 늘어나 굳이 땅을 팔지 않아도 시 살림살이가 풍족해진 게 가장 큰 배경이란 설명이다. 서울시 내부에선 알짜 부지의 매각 신중론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땅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부지와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터다. 시는 지난 6월 말 DMC 랜드마크 부지인 F1·F2블록 3만7262㎡를 포함해 네 개 필지 매각공고를 냈다. 다음달까지 사업계획서를 받기로 했지만 아직 투자자의 ‘입질’이 없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는 두 차례 매각 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됐다. 세 번째 매각 공고에선 필지를 분할해 팔기로 했지만 강남구의 반대로 공고조차 못 내고 있다.

서울시는 애초 이 두 부지 매각 예상 금액 8000억원을 올해 세입으로 잡아뒀다. 매각이 불발되면 별도의 세입 확충 대책을 세워야 할 상황이었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주택 거래가 구원투수가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주택 거래가 예상보다 많이 늘어 세수가 크게 증가했다”며 “부지 매각 수입이 들어오지 않아도 세수에 구멍이 나지 않을 정도로 세금이 걷혔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거래량은 1만9191건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4.6%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7일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1만1261건이다. 하루평균 417건이 거래된 셈이다. 이는 작년 10월(1만1535건)의 하루평균 372.1건에 비해 12% 늘어난 수치로 역대 10월 거래량으로는 2006년 10월(1만9372건, 하루평균 624.9건) 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세수 부담이 줄어들면서 서울시 내부에서는 매각 신중론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의 지역별 랜드마크 부지인데 시간에 쫓겨 헐값에 팔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옛 서울의료원 터는 영동대로 지하화와 현대자동차 신사옥(GBC)이 완성되면 가치가 더 올라갈 땅인데 굳이 지금 팔 필요가 없다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DMC랜드마크 부지는 시가 보유하면서 개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최근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