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경제는 선진국, 정치는 후진국…시민정신도 성숙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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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가입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토론해보자.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어떤 점을 더 개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OECD 가입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토론해보자.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어떤 점을 더 개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어느 나라가 선진국인지를 가늠하는 잣대는 다양하다. 국민소득, 정치 수준, 시민의식, 문화 수준, 국제사회 영향력, 복지 수준 등이 대표적 기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여부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선진국 진입 여부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 아시아에서 OECD 회원국이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는 사실은 ‘선진국 클럽’ 가입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는 것을 보여준다. OECD는 다양한 조건을 붙여 ‘선진국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OECD 회원국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나름 증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제는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정치나 시민의식 등은 선진국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선진국 문턱 못 넘는 소득 3만달러
흔히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기준으로 여겨진다. 경제적으로 일류국가를 가르는 잣대이자 한 나라가 시민사회에 진입했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점이기도 하다.
한데 우리나라는 경제의 덩치(국내총생산·GDP)는 크게 키웠지만 내실은 여전히 선진국 기준에 못 미친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2만달러를 넘은 뒤 10년간 3만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국민소득은 2만7931달러로 OECD 평균 3만2411달러(2013년 기준)를 크게 밑돈다. 지난해 OECD 회원국 내 순위는 23위다. 고령화와 노동생산성 하락으로 3만달러 진입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은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근로시간은 많지만 생산성은 낮은 게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2124시간(2014년 기준)으로 OECD 평균(1770시간)보다 많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31.86달러(근로시간당 GDP)로 OECD 평균(48.96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67.43달러), 일본(41.16달러)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그런데도 대기업 근로자들은 걸핏하면 공장을 세우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파업을 한다.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는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이 이미 2%대로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경제발전 가로막는 후진국 정치
품격 있는 정치는 선진국 자격의 핵심이다. 세계 어디를 봐도 정치가 후진국이면서 경제가 선진국인 나라는 없다. 한데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후진적 정치’가 꼽히는 대표적인 나라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반대를 위한 반대, 지역주의, 부정부패는 한국 정치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정치가 후진적일수록 경제를 옥죄는 규제는 많아진다. 규제가 바로 권력이기 때문이다. 편가르기도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합리보다 독선, 실용보다 이념, 토론보다 아집에 집착하는 정치다. 정치의 선진화는 경제학적으로 사회적 기회비용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선진국이 되려면 먼저 ‘정치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삶의 질’ 더 높아져야
경제가 성장하면 삶의 만족도 역시 높아져야 한다. 물질이 풍부해지고 행복한 국민이 늘어나야 진정한 선진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질이 늘어나도 삶의 만족도는 제자리걸음 내지는 되레 하락하고 있다. 자살률은 삶의 만족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회적 지표다.
한국의 자살률은 지난 10년 넘게 줄곧 OECD 34개 회원국 중 1위다. 물질은 늘었지만 행복지수는 크게 높아지지 않고 있다. 주거, 소득, 삶의 만족,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부문을 종합한 ‘더 나은 삶의 질 지수’에서도 28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낮은 삶의 만족도나 사회적 갈등은 사회적 자본을 부실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시민의식 또한 국격(國格)의 핵심 가늠자다. 사익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시민이 많아져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
국제적 비교때 주의할 점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인 것은 자랑할 일이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췄는지는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한다.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문화적으로 ‘선진국 클럽’ 회원자격이 있는지, 부족하다면 어떤 것을 어떻게 보충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혹여 신흥국, 중진국에 안주하면서 겉만 선진국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돌이켜 봐야한다.
다만 국제적 비교는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흔히 한국의 지표를 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서 ‘꼴찌 수준’ ‘불명예’ 등의 수식어를 붙인다. 그러나 OECD 회원국들은 100년 넘게 정치·경제·사회적 발전을 이뤄 지금같은 선진국이 됐다. 광복된 지 이제 반세기를 겨우 넘은 한국이 평균치를 넘는다는 게 놀라운 일인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 같은 성과를 올린 신흥국은 없다. 앞으로가 문제인 것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흔히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기준으로 여겨진다. 경제적으로 일류국가를 가르는 잣대이자 한 나라가 시민사회에 진입했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점이기도 하다.
한데 우리나라는 경제의 덩치(국내총생산·GDP)는 크게 키웠지만 내실은 여전히 선진국 기준에 못 미친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2만달러를 넘은 뒤 10년간 3만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국민소득은 2만7931달러로 OECD 평균 3만2411달러(2013년 기준)를 크게 밑돈다. 지난해 OECD 회원국 내 순위는 23위다. 고령화와 노동생산성 하락으로 3만달러 진입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은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근로시간은 많지만 생산성은 낮은 게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2124시간(2014년 기준)으로 OECD 평균(1770시간)보다 많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31.86달러(근로시간당 GDP)로 OECD 평균(48.96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67.43달러), 일본(41.16달러)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그런데도 대기업 근로자들은 걸핏하면 공장을 세우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파업을 한다.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는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이 이미 2%대로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경제발전 가로막는 후진국 정치
품격 있는 정치는 선진국 자격의 핵심이다. 세계 어디를 봐도 정치가 후진국이면서 경제가 선진국인 나라는 없다. 한데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후진적 정치’가 꼽히는 대표적인 나라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반대를 위한 반대, 지역주의, 부정부패는 한국 정치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정치가 후진적일수록 경제를 옥죄는 규제는 많아진다. 규제가 바로 권력이기 때문이다. 편가르기도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합리보다 독선, 실용보다 이념, 토론보다 아집에 집착하는 정치다. 정치의 선진화는 경제학적으로 사회적 기회비용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선진국이 되려면 먼저 ‘정치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삶의 질’ 더 높아져야
경제가 성장하면 삶의 만족도 역시 높아져야 한다. 물질이 풍부해지고 행복한 국민이 늘어나야 진정한 선진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질이 늘어나도 삶의 만족도는 제자리걸음 내지는 되레 하락하고 있다. 자살률은 삶의 만족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회적 지표다.
한국의 자살률은 지난 10년 넘게 줄곧 OECD 34개 회원국 중 1위다. 물질은 늘었지만 행복지수는 크게 높아지지 않고 있다. 주거, 소득, 삶의 만족,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부문을 종합한 ‘더 나은 삶의 질 지수’에서도 28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낮은 삶의 만족도나 사회적 갈등은 사회적 자본을 부실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시민의식 또한 국격(國格)의 핵심 가늠자다. 사익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시민이 많아져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
국제적 비교때 주의할 점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인 것은 자랑할 일이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췄는지는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한다.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문화적으로 ‘선진국 클럽’ 회원자격이 있는지, 부족하다면 어떤 것을 어떻게 보충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혹여 신흥국, 중진국에 안주하면서 겉만 선진국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돌이켜 봐야한다.
다만 국제적 비교는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흔히 한국의 지표를 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서 ‘꼴찌 수준’ ‘불명예’ 등의 수식어를 붙인다. 그러나 OECD 회원국들은 100년 넘게 정치·경제·사회적 발전을 이뤄 지금같은 선진국이 됐다. 광복된 지 이제 반세기를 겨우 넘은 한국이 평균치를 넘는다는 게 놀라운 일인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 같은 성과를 올린 신흥국은 없다. 앞으로가 문제인 것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