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은택 '대한항공 호텔 무산'에도 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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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건립에 힘 실어준 정부
차씨 문화융합본부장 임명되자
전통문화 체험 공간으로 변경
문체부 "윗선에서 강력한 지시"
대한항공 "정부 지시 따랐을 뿐"
차씨 문화융합본부장 임명되자
전통문화 체험 공간으로 변경
문체부 "윗선에서 강력한 지시"
대한항공 "정부 지시 따랐을 뿐"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60) 최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 씨(사진)가 대한항공이 추진하던 7성급 한옥호텔 건립을 무산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항공이 애초 경복궁 옆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짓기로 한 호텔 대신 차씨가 기획한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놓고 차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정부 지시대로 따랐을 뿐’이라고 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3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사업에 올해(903억여원)보다 374억여원 늘어난 1278억원을 배정했다. 차씨가 지난해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일할 때 기획한 사업이다. 핵심은 전통문화 체험공간인 K익스피리언스 조성이다. K익스피리언스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에 조성된다. 차씨의 대학원 스승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 8월18일 발표한 ‘문화융성 방향과 추진계획’에 담긴 내용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들어서는 K익스피리언스는 추진 계획 발표 때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며 해당 부지의 호텔 건립에 힘을 실어주던 정부가 1년 만에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9월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유해시설 없는 관광호텔 건립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학교 근처에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학교보건법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 건립에 사실상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던 차씨가 2014년 8월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면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듬해인 지난해 2월 문화융성위가 주도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이 본격 시작됐고 두 달 뒤인 4월 차씨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임명됐다. 송현동 부지에 K익스피리언스를 짓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때는 차씨가 본부장으로 임명된 지 4개월 뒤다.
문체부 발표 과정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송현동 부지는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묶여 있어 이곳에 시설을 지으려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가 부지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문체부는 사전에 서울시와 협의하지 않았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정부 발표 전에는 최소한 실무자끼리 사전 조율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라며 “워낙 갑작스러운 발표여서 다들 깜짝 놀랐다”고 했다. 당시 이 사업을 추진한 문체부 관계자도 “윗선의 강력한 지시로 사업을 전격 추진했다”고 털어놨다.
대한항공은 “정부 지침대로 따른 것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금도 호텔이 포함되지 않은 K익스피리언스를 짓는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부가 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강경민/정지은 기자 kkm1026@hankyung.com
3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사업에 올해(903억여원)보다 374억여원 늘어난 1278억원을 배정했다. 차씨가 지난해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일할 때 기획한 사업이다. 핵심은 전통문화 체험공간인 K익스피리언스 조성이다. K익스피리언스는 대한항공이 보유한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에 조성된다. 차씨의 대학원 스승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 8월18일 발표한 ‘문화융성 방향과 추진계획’에 담긴 내용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들어서는 K익스피리언스는 추진 계획 발표 때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며 해당 부지의 호텔 건립에 힘을 실어주던 정부가 1년 만에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9월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유해시설 없는 관광호텔 건립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학교 근처에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학교보건법에 가로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 건립에 사실상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던 차씨가 2014년 8월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면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듬해인 지난해 2월 문화융성위가 주도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이 본격 시작됐고 두 달 뒤인 4월 차씨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임명됐다. 송현동 부지에 K익스피리언스를 짓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때는 차씨가 본부장으로 임명된 지 4개월 뒤다.
문체부 발표 과정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송현동 부지는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묶여 있어 이곳에 시설을 지으려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가 부지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문체부는 사전에 서울시와 협의하지 않았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정부 발표 전에는 최소한 실무자끼리 사전 조율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라며 “워낙 갑작스러운 발표여서 다들 깜짝 놀랐다”고 했다. 당시 이 사업을 추진한 문체부 관계자도 “윗선의 강력한 지시로 사업을 전격 추진했다”고 털어놨다.
대한항공은 “정부 지침대로 따른 것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금도 호텔이 포함되지 않은 K익스피리언스를 짓는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정부가 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강경민/정지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