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국제학술회의 "북한 핵실험으로 러시아와 협력 더 중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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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유라시아연구소 주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위해 올해로 수교 26주년을 맞은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더 공고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북한의 핵실험과 잇단 도발 등으로 동북아 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러시아가 균형자·중재자가 돼야 한다는 ‘러시아 역할론’이 주목을 받았다.
국민대 유라시아연구소(소장 이상준 국제학부 교수)는 9일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한국·러시아 협력의 새로운 방향과 차세대 연구강화’를 주제로 ‘2016년 한·러 국제 학술회의’를 열었다. 양국 외교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진단으로 회의가 포문을 열었다. 바실리 미헤예프 러시아 국제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부원장은 ‘한·러관계와 한반도의 평화’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러시아 안보이익의 우선순위는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 있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두둔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러시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과 미국, 중국의 공조를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는 핵 확산 방지를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계속 보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악화속에서도 한국과 러시아가 상호신뢰가 높은 국가끼리 체결하는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하고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양국 관계의 긍정적 측면이라고 했다. 그는 “한·러 양국의 씽크탱크는 미·러 관계에 따라 한·러 관계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에 필요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6자회담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5자회담 형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와 경제 협력이 위축됐다”며 “작년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시도한 협력관계 복원 노력이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양국의 역할도 중점 논의됐다. 신범식 서울대 교수는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균형적인 입장과 북·러 관계가 군사적 협력으로 진전되지 않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벤 카자리안 러시아 동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반도 통일을 위해선 경제적 협력을 통해 정치적 분쟁을 해결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북아시아 지정학적 질서 재편과정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균형자, 건설적 중재자의 역할이 주목된다”며 “소다자 구도의 협력 틀을 마련하는데에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양국의 경제적 협력방안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아르촘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역사상 가장 친밀한 상태지만 중국이 아직 첨단기술과 선진적 경영 면에서는 취약하다”며 “극동개발에 있어 한국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했다. 엄구호 한양대 교수는 “한·러 간 경제협력 형태를 ‘상품-자원 교환형 모형’에서 ‘창조혁신 협력 모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 국민대 교수는 “러시아가 극동개발에 있어 한중일 3국간 경쟁을 조장하기 보다는 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 지역을 역내 오픈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블라디미르 스베덴초프 러시아 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로 극동개발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선도개발구역에 대한 종합계획을 준비하고 있어 한국기업의 극동개발 참여가 한러관계 발전에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국제학술회의는 국민대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올해는 지난 25년간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25년을 준비하는 첫 해”라며 “한·러 관계의 미래를 모색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준비하는 데에 양국의 전문가들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국민대 유라시아연구소(소장 이상준 국제학부 교수)는 9일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한국·러시아 협력의 새로운 방향과 차세대 연구강화’를 주제로 ‘2016년 한·러 국제 학술회의’를 열었다. 양국 외교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진단으로 회의가 포문을 열었다. 바실리 미헤예프 러시아 국제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부원장은 ‘한·러관계와 한반도의 평화’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러시아 안보이익의 우선순위는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 있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두둔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러시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과 미국, 중국의 공조를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는 핵 확산 방지를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계속 보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악화속에서도 한국과 러시아가 상호신뢰가 높은 국가끼리 체결하는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하고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양국 관계의 긍정적 측면이라고 했다. 그는 “한·러 양국의 씽크탱크는 미·러 관계에 따라 한·러 관계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에 필요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6자회담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5자회담 형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와 경제 협력이 위축됐다”며 “작년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시도한 협력관계 복원 노력이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양국의 역할도 중점 논의됐다. 신범식 서울대 교수는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균형적인 입장과 북·러 관계가 군사적 협력으로 진전되지 않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벤 카자리안 러시아 동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반도 통일을 위해선 경제적 협력을 통해 정치적 분쟁을 해결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북아시아 지정학적 질서 재편과정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균형자, 건설적 중재자의 역할이 주목된다”며 “소다자 구도의 협력 틀을 마련하는데에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양국의 경제적 협력방안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아르촘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역사상 가장 친밀한 상태지만 중국이 아직 첨단기술과 선진적 경영 면에서는 취약하다”며 “극동개발에 있어 한국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했다. 엄구호 한양대 교수는 “한·러 간 경제협력 형태를 ‘상품-자원 교환형 모형’에서 ‘창조혁신 협력 모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 국민대 교수는 “러시아가 극동개발에 있어 한중일 3국간 경쟁을 조장하기 보다는 협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 지역을 역내 오픈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블라디미르 스베덴초프 러시아 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로 극동개발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선도개발구역에 대한 종합계획을 준비하고 있어 한국기업의 극동개발 참여가 한러관계 발전에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국제학술회의는 국민대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올해는 지난 25년간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25년을 준비하는 첫 해”라며 “한·러 관계의 미래를 모색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준비하는 데에 양국의 전문가들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