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편중 지원에 날림 사업·이권 개입…복마전 된 '문화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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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에 휘둘려 흔들리는 문화시장
예산·몸집 커졌지만 4년새 성장률은 27%P나 하락
'차은택 사업'에 집중…순수예술 지원 3년 만에 반토막
문화계 인사 "경기 침체 겹쳐 뿌리째 흔들린다" 지적
예산·몸집 커졌지만 4년새 성장률은 27%P나 하락
'차은택 사업'에 집중…순수예술 지원 3년 만에 반토막
문화계 인사 "경기 침체 겹쳐 뿌리째 흔들린다" 지적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에 새롭게 등장한 게 있다. ‘문화 융성’이다. 박 대통령은 “21세기에는 문화가 국력”이라며 “삶을 바꾸는 문화 융성의 시대를 열어 가겠다”고 했다. 문화를 국정 기조로 삼은 건 이번 정부가 처음이었다. 문화계는 환호했다. 문화산업도 발전하고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3년9개월이 흐른 지금, 국내 문화시장은 오히려 급격히 침체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조사해 발표하는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국내 공연예술시장(공연시설과 공연단체 매출 합산) 성장률은 2012년보다 23.4%포인트 감소했다. 올해 성장률은 2014년 대비 2.4~3.7%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문화계 분위기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순수예술 지원은 3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여기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문화 융성은커녕 ‘문화 참사’가 일어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화예산 늘었으나 문화산업은 침체
국내 공연예술산업은 2010~2012년 크게 성장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공연 관람객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 기간에 공연시장은 29.8% 늘어나 713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2~2014년 성장률은 6.48%에 그쳤다. 시장 규모도 8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예상과 달리 7593억원에 머물렀다.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한 것도 공연시설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관객은 오히려 줄었다. 2014년 공연 관객 수는 2012년보다 5.0% 줄어든 3766만명에 그쳤다.
최순실·차은택 씨 등 이른바 ‘비선 실세’가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콘텐츠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0~2012년엔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중국,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콘텐츠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9.16%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엔 4%대에 그쳤다.
‘2018년 문화재정 2% 달성’을 목표로 내건 현 정부의 문체부 예산은 급증했다. 특히 콘텐츠 부문 예산은 2013년 4769억원에서 올해 7492억원으로 57.1% 늘었다. 몸집도 덩달아 커졌다. 기존의 4개 실(室)에서 7개 실로 늘어났다.
◆순수예술 지원은 급감
그런데도 문화산업 성장세가 둔화되고 문화시장이 정체된 데 대해 문화계 인사들은 “급조된 국정기조에 맞춰 문체부 사업과 지원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취임사에 나온 문화융성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최종 보고서에도 없었던 것으로,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갑작스럽게 이를 언급했다. 문화 융성이란 국정 기조가 비선 실세들의 이권 개입을 위해 급조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522억원이었던 순수예술 지원 예산은 지난해 317억원에 그쳤다. 올해는 274억원 수준이었고, 내년엔 245억원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한때 5000억원에 이르던 문예진흥기금도 내년 고갈될 전망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된 콘텐츠 사업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창조융합벨트 등 차씨가 개입한 사업에 예산이 집중된 결과다. 한 문체부 전직 간부는 “비선 실세의 이권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 정작 국내 문화시장의 질은 크게 떨어졌다”며 “경기 침체까지 이어져 문화계가 당분간 활력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블랙리스트 논란에 시국선언 이어져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은 문화예술인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들은 자유로운 창작 활동과 표현의 자유마저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독 문화계 인사들의 시국선언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문화계 인사들은 “지원이 필요한 예술인들은 오히려 외면하고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와 참담하다”며 “발전을 거듭해 온 국내 문화계가 최악의 사태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 12개 예술대학 시국선언에 참가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예술가들에 대한 검열을 없애고 예술활동을 충분히 지원받도록 재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문화예산 늘었으나 문화산업은 침체
국내 공연예술산업은 2010~2012년 크게 성장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공연 관람객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 기간에 공연시장은 29.8% 늘어나 713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2~2014년 성장률은 6.48%에 그쳤다. 시장 규모도 8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예상과 달리 7593억원에 머물렀다.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한 것도 공연시설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관객은 오히려 줄었다. 2014년 공연 관객 수는 2012년보다 5.0% 줄어든 3766만명에 그쳤다.
최순실·차은택 씨 등 이른바 ‘비선 실세’가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콘텐츠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0~2012년엔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중국,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콘텐츠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9.16%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엔 4%대에 그쳤다.
‘2018년 문화재정 2% 달성’을 목표로 내건 현 정부의 문체부 예산은 급증했다. 특히 콘텐츠 부문 예산은 2013년 4769억원에서 올해 7492억원으로 57.1% 늘었다. 몸집도 덩달아 커졌다. 기존의 4개 실(室)에서 7개 실로 늘어났다.
◆순수예술 지원은 급감
그런데도 문화산업 성장세가 둔화되고 문화시장이 정체된 데 대해 문화계 인사들은 “급조된 국정기조에 맞춰 문체부 사업과 지원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취임사에 나온 문화융성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최종 보고서에도 없었던 것으로,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갑작스럽게 이를 언급했다. 문화 융성이란 국정 기조가 비선 실세들의 이권 개입을 위해 급조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522억원이었던 순수예술 지원 예산은 지난해 317억원에 그쳤다. 올해는 274억원 수준이었고, 내년엔 245억원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한때 5000억원에 이르던 문예진흥기금도 내년 고갈될 전망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된 콘텐츠 사업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창조융합벨트 등 차씨가 개입한 사업에 예산이 집중된 결과다. 한 문체부 전직 간부는 “비선 실세의 이권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 정작 국내 문화시장의 질은 크게 떨어졌다”며 “경기 침체까지 이어져 문화계가 당분간 활력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블랙리스트 논란에 시국선언 이어져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은 문화예술인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들은 자유로운 창작 활동과 표현의 자유마저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독 문화계 인사들의 시국선언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문화계 인사들은 “지원이 필요한 예술인들은 오히려 외면하고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와 참담하다”며 “발전을 거듭해 온 국내 문화계가 최악의 사태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 12개 예술대학 시국선언에 참가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예술가들에 대한 검열을 없애고 예술활동을 충분히 지원받도록 재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