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60)의 '국정농단' 관련 각종 범죄 혐의에서 상당 부분 공모 관계에 있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이들과 '공범'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헌법 84조의 불소추 특권에 따라 박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고 전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오전 11시 이같은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700억원대 기금을 출연받고, 민간인 신분인 최 씨가 공무상 비밀 내용이 담긴 다수의 청와대와 정부 문건이 받는 데 박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범) 등으로 최 씨를 구속기소했다.

강제 모금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 씨에게 청와대 및 정부 부처 문건을 넘겨준 혐의(공무비밀누설)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함께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박 대통령이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과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헌법 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특수본은 위와 같은 판단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을 통해 안 전 수석을 움직여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순차적으로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최씨는 또 지난해 롯데그룹에 추가 기부를 요구해 70억원을 받았다가 돌려주는 등 일부 대기업에 두 재단 출연금과 별도의 추가 기부를 강요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최씨가 지배하는 회사인 더블루케이가 실제 연구용역을 수행할 능력이 없음에도, K스포츠재단에서 각각 4억원과 3억원씩 용역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최씨에게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안 전 수석은 포스코 계열 광고사 강탈, 차은택(47·구속) 측근의 KT 전무 발탁, 최씨와 차씨가 지배한 광고기획사 더 플레이그라운드에 일감 몰아주기 등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의 행위가 모두 최씨 혹은 차씨를 비롯한 최씨 측근 인사들의 이권 챙기기를 도운 결과가 됐다고 봤다.

검찰은 '비선 실세'인 최씨를 위해 '수금책' 역할을 한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구체적 혹은 암묵적 지시에 따라 이같은 행동을 한 정황을 확인하고, 앞으로 수사에서 박 대통령의 정확한 역할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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