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기업인 소환이 또 줄을 잇게 생겼다. 지난주와 주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SK, LG, 한화, 롯데, 한진, CJ, 포스코 등 대기업 총수들이 특별수사본부에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것이 사실상 강요에 의한 것인지, 최순실 일가와 지인에게 부당 지원을 하거나 특혜를 줬는지 등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기업인 소환 및 출석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어제 7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20여명을 내달 열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다음달에는 최순실 사건 특검도 예정돼 있다. 특검 조사가 시작되면 기업인 재소환도 불가피할 것이다. 기업 총수들은 연말은 물론 내년 초까지도 ‘스탠바이’ 상태를 유지해야 할 판이다.

사정이 이러니 기업들은 한숨만 지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도 사업계획조차 제대로 못 세우는 와중에 총수가 수시로 불려다니니 경영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신규 투자는 고사하고 기존 사업도 타격받을 수 있다. 총수가 출국금지라도 되면 외국 거래처와의 중요한 면담이나 계약은 취소될 것이고 기업 신뢰도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 외국 기업 중에는 상대방 기업 대표가 수사나 형사 처벌을 받으면 거래를 끊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업인에게 무조건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위법행위를 했다면 기업 총수도 당연히 조사받아야 하고 상응하는 처벌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위법이라는 것이 모두 권력에 의해 강제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갖은 명목으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를 정도로 강제 모금이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기업에 손부터 벌리고 보는 정치권의 낡은 악습부터 사라져야 한다. 불려가 돈 뺏기고 검찰과 국회에 또 불려다니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