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은 중지됐다.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은 국무회의에도 못 나왔다.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선 배석자에 불과한 서울시장이 한바탕 ‘정치 굿판’을 벌였다. 정치권은 저마다 손익계산에만 몰두하고 소위 잠룡들은 대선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 준조세를 뜯긴 기업들이 국정조사까지 받게 되면서 반(反)기업 정서에는 또 불이 붙을 조짐이다. 광장엔 주말마다 대중이 몰려들고 TV도 신문도 똑같은 뉴스를 쏟아낸다. 대중민주주의의 광풍이 부는 시절이다. 가뜩이나 위축돼온 자유, 특히 ‘경제적 자유’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어제 ‘2017 몽펠르랭소사이어티(MPS) 서울총회’ 조직위원회가 ‘자유주의의 위기와 한국 경제’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는 위기에 몰린 ‘경제적 자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민경국 강원대 명예교수는 “자유주의는 이론적 우월성에도 불구하고 간섭주의와 사회주의에 패배해 왔다”며 “민주주의가 오도되면 자유주의를 쇠사슬로 옭아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평론가인 복거일 씨는 “전체주의는 쇠퇴했지만 민중주의(populism)가 자유주의를 위협하는 이념으로 떠올랐다”며 “대중은 본능과 직관에 맞는 이념과 정책에 끌리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대중민주주의의 폐해는 심각하다. 정부 개입을 전제로 하는 경제민주화를 예로 들면 “수년 만에 우리 사회를 경제적 강자와 약자로 이분화했다”(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이 과정에서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복지정책과 경제적 ‘강자’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노동계 등 기득권은 더 강고해지고, 정치권은 법치의 가치를 호도하며 사실상 의회독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리더십까지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진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어제 세미나는 전문학술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까지 200여명 넘게 모였다. 대중민주주의가 계속될지 모른다는, 그래서 거대한 개입주의가 우리 사회를 억압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퍼져가고 있다. ‘경제적 자유’를 어떻게 살려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