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30일 열린 ‘2016 스포츠산업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개막을 축하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크리스토퍼 박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부사장,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장,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이사, 황용필 체육인재육성단장, 한진욱 경희대 교수(체육학), 앤드루 제임스 포퓰러스 회장, 찰리 신 미국 프로축구(MLS) 선임이사, 손석정 한국체육정책학회 회장, 이원숙 오타와대 교수(전자공학).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30일 열린 ‘2016 스포츠산업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개막을 축하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크리스토퍼 박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부사장,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장, 이창섭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이사, 황용필 체육인재육성단장, 한진욱 경희대 교수(체육학), 앤드루 제임스 포퓰러스 회장, 찰리 신 미국 프로축구(MLS) 선임이사, 손석정 한국체육정책학회 회장, 이원숙 오타와대 교수(전자공학).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K리그 활성화를 위해 뉴 미디어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합니다.”(찰리 신 MLS 선임이사·사진)

“뉴 미디어가 TV 중계권료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나요?”(조연상 K리그 사무국장)

“경기 생중계가 아니라 선수와 구단의 스토리를 콘텐츠로 제작해 차별화하면 됩니다.”(찰리 신)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30일 열린 ‘2016 스포츠산업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청중 400여명에게 관심을 끈 주제는 ‘프로스포츠계에 확산되고 있는 뉴 미디어 역할’과 ‘한국 프로축구 K리그 활성화 방안’이다. 찰리 신 프로축구 메이저리그(MLS) 선임이사는 “K리그 구단들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며 리그 우승보다 뉴 미디어를 통해 팬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경로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경제신문사, 한국경제TV가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는 찰리 신 선임이사 등 국내외 스포츠 전문가 15명이 참여했다.

‘코드 커팅’ 확산

[2016 스포츠산업 글로벌 컨퍼런스] "K리그, 뉴미디어 통한 스토리텔링으로 '날개' 달아라"
찰리 신 선임이사는 토론에 앞서 ‘세계 스포츠 리그의 변화’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뉴 미디어로 이동하는 미국 프로스포츠구단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는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방식이 바뀌었다”며 “기존에는 TV로 경기를 봤지만 최근에는 경기장 안에서조차 스마트폰으로 경기와 관련 콘텐츠를 즐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MLS는 설립 초창기인 1996년에 10개 구단의 평균 가치가 500만달러(약 58억원), 선수들의 평균연봉이 5만달러(약 5800만원)였다”며 “20년 뒤인 현재는 20개 구단의 평균 가치가 1억5700만달러(약 1800억원), 선수 평균연봉은 23만달러(약 2억7000만원)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 팬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는 뉴미디어 콘텐츠가 있다는 것이다. 신 선임이사는 “미식축구(NFL)는 최근 트위터와 계약을 맺고 경기 영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메이저리그(MLB)도 올해부터 다양한 통계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스포츠구단들은 경기 자체만 판매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팬들에게 총체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뉴 미디어로 중심이 이동하는 흐름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날 기조강연자로 나선 크리스토퍼 박 MLB 부사장은 “방송 시청자가 유료 케이블 방송을 해지하고 인터넷 TV, 스트리밍 서비스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코드 커팅’ 현상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스포츠구단들은 ESPN과 같은 기존 방송은 물론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토리텔링으로 팬 사로잡아야

뉴 미디어의 영향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K리그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유겸 서울대 교수(체육과)는 “K리그의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1996년 1만500명에서 지난해 7700명으로 20년 사이 30% 감소했다”며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지만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인기가 높아졌을 뿐 국내 리그까지 옮겨오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현상 사무국장은 “K리그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뉴 미디어를 활용, 경기장 안팎에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해 팬층을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구단을 후원하는 기업들이 콘텐츠 개발보다 경기 결과, 우승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투자를 이끌어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선임이사는 “한국 프로스포츠 후원사들은 ‘우승하면 관중이 경기장에 올 것’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산업 측면에서 스포츠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중과 팬이 없으면 구단이 없고 구단이 없으면 리그도 없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선수와 구단의 다양한 스토리텔링, 축구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뉴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프로스포츠는 중계권료와 입장권 판매가 주 수입원”이라며 “뉴 미디어는 TV 중계권료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하고, 이는 입장권 매출 비중 확대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코드 커팅

유료 방송 케이블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 넷플릭스와 구글 크롬캐스트 등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사업자의 등장으로 코드 커팅이 확산되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