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칠하고 붙이고 구멍 뚫고…그림도 이제는 편집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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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이 화가' 김용익 씨, 국제갤러리서 개인전
“이제는 창작이 아니라 편집으로서의 예술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사실 ‘성장-창작’의 시대는 저물었고 ‘수장(收藏)-편집’의 시대가 열린 겁니다.”
국내 화단에서 ‘땡땡이 화가’로 잘 알려진 김용익 화백(70)은 형식과 타협을 거부하고 스스로 설정한 화두 ‘창작 시대의 종언’을 체화하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살아왔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뒤 1970년대 단색화부터 1980~1990년대의 개념미술, 민중미술, 공공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한국미술의 실존적인 방향을 모색해 왔다. 1999년에는 대안공간 풀을 설립해 단색화가로서 자신의 작업세계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작업했다. 이뿐만 아니라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등 1세대 단색화가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추상예술을 선보여 왔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은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만들지 않고 기존의 작업을 재해석, 재구성한 ‘김용익 회화세계의 재발견’을 시도하는 자리다. 전시장에는 김 화백이 최근 2년 동안 작업한 30여점을 다섯 개의 테마로 묶어 풀어놓았다. ‘거짓말의 여운 속에서’ ‘얇게… 더 얇게…’ ‘20년이 지난 후’ ‘유토피아’ ‘모더니즘의 묵시록’이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원형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재료를 붙이고, 구멍을 뚫고, 색감을 덧씌워 재편집한 작품들이다.
그는 “1990년대 초 탄생한 ‘땡땡이’ 시리즈를 바탕으로 이어진 작업은 ‘창작은 없다’는 사실을 조형화한 긴 여정이었다”며 “생각의 파편, 끄적임, 먼지까지도 작업의 일부로 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더니즘의 묵시록’ 시리즈는 ‘땡땡이’ 이미지 위에 구멍을 뚫거나 물감, 식물의 액즙을 발라 순수한 원형 이미지의 시각성, 촉각성을 누그러뜨린 작업이다. 매끈한 단색화에 대한 이런 제스처는 창작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굴기를 잘 드러낸다.
1990년대 ‘땡땡이’ 연작의 소회를 드러낸 ‘거짓말의 여운 속에서’는 과거의 스케치 혹은 판화 작업들을 캔버스로 옮긴 뒤 이를 재편집, 재구성했다. 과거 작품의 ‘여운’을 회고해 보는 한편 창작시대의 종언과 편린을 화면 위에 곧추세웠다.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공존하고 있는 현대사회를 은유한 ‘유토피아’, ‘이 작품을 20년 후 공개하라’는 작업노트의 어구를 차용한 ‘20년이 지난 후’, 일정한 양의 물감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얇게… 더 얇게…’에도 진실과 허위, 행복과 불행, 미와 추가 서로 충돌하며 생기는 일종의 숭고미가 번득인다.
작가는 “밝은 색조의 반복적이고 경쾌한 리듬을 통해 평생 한국 단색화의 정통 맥을 잇는다는 신념으로 밀고 왔다”며 “인간의 삶에 대한 진지한 메시지를 다룬 모더니즘적 주체에서 벗어나 비교적 무게를 덜어낸 ‘해체적 주체’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02)3210-984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국내 화단에서 ‘땡땡이 화가’로 잘 알려진 김용익 화백(70)은 형식과 타협을 거부하고 스스로 설정한 화두 ‘창작 시대의 종언’을 체화하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살아왔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뒤 1970년대 단색화부터 1980~1990년대의 개념미술, 민중미술, 공공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한국미술의 실존적인 방향을 모색해 왔다. 1999년에는 대안공간 풀을 설립해 단색화가로서 자신의 작업세계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작업했다. 이뿐만 아니라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등 1세대 단색화가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추상예술을 선보여 왔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은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만들지 않고 기존의 작업을 재해석, 재구성한 ‘김용익 회화세계의 재발견’을 시도하는 자리다. 전시장에는 김 화백이 최근 2년 동안 작업한 30여점을 다섯 개의 테마로 묶어 풀어놓았다. ‘거짓말의 여운 속에서’ ‘얇게… 더 얇게…’ ‘20년이 지난 후’ ‘유토피아’ ‘모더니즘의 묵시록’이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원형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재료를 붙이고, 구멍을 뚫고, 색감을 덧씌워 재편집한 작품들이다.
그는 “1990년대 초 탄생한 ‘땡땡이’ 시리즈를 바탕으로 이어진 작업은 ‘창작은 없다’는 사실을 조형화한 긴 여정이었다”며 “생각의 파편, 끄적임, 먼지까지도 작업의 일부로 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더니즘의 묵시록’ 시리즈는 ‘땡땡이’ 이미지 위에 구멍을 뚫거나 물감, 식물의 액즙을 발라 순수한 원형 이미지의 시각성, 촉각성을 누그러뜨린 작업이다. 매끈한 단색화에 대한 이런 제스처는 창작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굴기를 잘 드러낸다.
1990년대 ‘땡땡이’ 연작의 소회를 드러낸 ‘거짓말의 여운 속에서’는 과거의 스케치 혹은 판화 작업들을 캔버스로 옮긴 뒤 이를 재편집, 재구성했다. 과거 작품의 ‘여운’을 회고해 보는 한편 창작시대의 종언과 편린을 화면 위에 곧추세웠다.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공존하고 있는 현대사회를 은유한 ‘유토피아’, ‘이 작품을 20년 후 공개하라’는 작업노트의 어구를 차용한 ‘20년이 지난 후’, 일정한 양의 물감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얇게… 더 얇게…’에도 진실과 허위, 행복과 불행, 미와 추가 서로 충돌하며 생기는 일종의 숭고미가 번득인다.
작가는 “밝은 색조의 반복적이고 경쾌한 리듬을 통해 평생 한국 단색화의 정통 맥을 잇는다는 신념으로 밀고 왔다”며 “인간의 삶에 대한 진지한 메시지를 다룬 모더니즘적 주체에서 벗어나 비교적 무게를 덜어낸 ‘해체적 주체’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02)3210-984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