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입맛 잡은 교촌치킨·서가앤쿡·토끼정 "고향은 대구라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Life & Style
외식업계서 잘나가는 대구산 외식 브랜드
대구·경북에 외식프랜차이즈 본사 380개사
전국 3500개 가맹본사 10% 넘어
단 음식 더 달게, 매운 맛은 더 맵게
대구식 강렬한 음식 조리법이 한 몫
외식업계서 잘나가는 대구산 외식 브랜드
대구·경북에 외식프랜차이즈 본사 380개사
전국 3500개 가맹본사 10% 넘어
단 음식 더 달게, 매운 맛은 더 맵게
대구식 강렬한 음식 조리법이 한 몫
지난달 30일 오후 7시. 서울역사 안에 유독 붐비는 음식점이 있었다. ‘토끼정’이다. 하얀색 티셔츠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점원들이 고로케와 크림카레우동을 부지런히 내오고 있었다. 서울역사 안에 있는 음식점만 수십여개. 이 매장 앞에만 10여명이 줄을 섰다. 한국인뿐만이 아니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무리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토끼정은 국내에서 소설 《상실의 시대》 작가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집에서 언급한 단골식당 이름이다. 에세이집에 나오는 토끼정은 간판이 없는 작은 식당으로 고로케가 맛있다고 적혀 있다. 이 때문인지 한국의 토끼정에서도 고로케(1조각 2500원, 세트 6500원)는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메뉴다. 달거나 짜지 않고 안에 감자가 들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찾는다는 게 매장 직원의 얘기다.
서울역에 토끼정이 있다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는 ‘서가앤쿡’이 있다. 한 접시에 모든 음식을 담아주는 원플레이트 콘셉트의 음식점으로 소비자들에게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높은 외식업체로 꼽혀 인기가 높다. 이 두 음식점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대구지역에 뿌리를 둔 외식업체다.
韓 외식트렌드 이끄는 대구
대구에서 성공한 업체들이 수도권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검증된 실력과 개성 있는 맛 때문이다.
대구는 전국에서 외식 프랜차이즈업체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꼽힌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 업체는 380여곳으로 전국 3500개 프랜차이즈업체의 10% 이상이 이 지역에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숫자다. ‘한국의 외식트렌드를 알려면 대구에 가보라’는 말이 외식업계에 돌 정도다.
캐주얼 패밀리 레스토랑인 서가앤쿡(매장 수 84개)과 토끼정(매장 수 10개)을 비롯해 서울에서 샐러드파스타 유행을 일으켰던 ‘미즈컨테이너’도 대구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외식업체다. 최정국 서가앤쿡 팀장은 “대구 외식업체들은 이 지역에서 사업을 하다가 입소문을 들은 서울 쪽 가맹점주의 요청을 받고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 소비자들이 대구 외식업체들의 메뉴를 신선하게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외식전문가들은 대구에 뿌리를 둔 외식업체의 수도권 진출이 유독 많은 이유를 대구의 지방색에서 찾는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내세울 만한 음식이 없던 대구에선 단 음식은 좀 더 달게, 매운 음식은 좀 더 맵게 하는 방식으로 개성을 찾기 시작했다”며 “떡볶이나 연탄불고기 등 서민이 주로 먹는 음식들이 다른 지역보다 맛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분위기에서 외식업체들이 메뉴 개발을 하다 보니 다른 지역 사람들이 먹으면 첫인상이 강한 음식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들에겐 강한 맛이 기억에 남으면서 입소문이 자연스럽게 나는 것”이라고 봤다.
대구지역 소비자들의 성향도 외식산업이 발전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최 팀장은 “대구 사람들은 맛있으면 사 먹고 맛없으면 안 먹는 등 지역 업체라고 해서 무조건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스스로 먹어 보고 맛있다고 판단하면 평생 단골이 될 정도로 의리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시설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 많지 않아 자연스럽게 외식업이 발달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조는 치킨
대구·경북지역은 국내에서 ‘치킨왕국’으로 꼽힐 만큼 성공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많다. 1980년대 치킨 브랜드의 서막을 연 멕시칸, 멕시카나, 처갓집양념통닭을 시작으로 치킨 브랜드의 황금기이던 1990년대 교촌치킨과 호식이두마리치킨이 모두 대구에서 시작했다. 2000년대엔 땅땅치킨, 별별치킨까지 대구·경북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뻗어나간 치킨업체로 성장했다. 매년 7월이 되면 대구에선 대규모 ‘치맥 페스티벌’이 열린다.
대구에서 치킨업체가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대구 외곽을 중심으로 양계장산업이 발달해서라는 것과 두 번째는 대구 인근 공단지역에서 근로자들이 값싸게 업무 이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치맥(치킨+맥주)을 먹기 위해 이 지역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길영화 교촌에프앤비 과장은 “대구지역에서 치열한 치킨 경쟁이 벌어지면서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메뉴 개발에 나선 것이 대구 이외 지역에서도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이라고 말했다.
치킨뿐 아니다. 대구는 커피의 도시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구의 커피 매장 수는 3500여개로 270가구당 한 개꼴다. 이는 서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경기도(매장당 323가구), 부산(366가구)보다도 많다.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엔제리너스커피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다빈치’ 등 토종 커피업체 매장 수가 더 많은 유일한 도시다.
작년 말 기준 엔제리너스커피는 대구에 72개 매장을 보유했지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120개 매장을 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대구에선 맛만 있다면 우리 지역 업체의 커피를 마시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다른 지역보다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서울역에 토끼정이 있다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는 ‘서가앤쿡’이 있다. 한 접시에 모든 음식을 담아주는 원플레이트 콘셉트의 음식점으로 소비자들에게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높은 외식업체로 꼽혀 인기가 높다. 이 두 음식점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대구지역에 뿌리를 둔 외식업체다.
韓 외식트렌드 이끄는 대구
대구에서 성공한 업체들이 수도권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검증된 실력과 개성 있는 맛 때문이다.
대구는 전국에서 외식 프랜차이즈업체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꼽힌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 업체는 380여곳으로 전국 3500개 프랜차이즈업체의 10% 이상이 이 지역에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숫자다. ‘한국의 외식트렌드를 알려면 대구에 가보라’는 말이 외식업계에 돌 정도다.
캐주얼 패밀리 레스토랑인 서가앤쿡(매장 수 84개)과 토끼정(매장 수 10개)을 비롯해 서울에서 샐러드파스타 유행을 일으켰던 ‘미즈컨테이너’도 대구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외식업체다. 최정국 서가앤쿡 팀장은 “대구 외식업체들은 이 지역에서 사업을 하다가 입소문을 들은 서울 쪽 가맹점주의 요청을 받고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 소비자들이 대구 외식업체들의 메뉴를 신선하게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외식전문가들은 대구에 뿌리를 둔 외식업체의 수도권 진출이 유독 많은 이유를 대구의 지방색에서 찾는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내세울 만한 음식이 없던 대구에선 단 음식은 좀 더 달게, 매운 음식은 좀 더 맵게 하는 방식으로 개성을 찾기 시작했다”며 “떡볶이나 연탄불고기 등 서민이 주로 먹는 음식들이 다른 지역보다 맛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분위기에서 외식업체들이 메뉴 개발을 하다 보니 다른 지역 사람들이 먹으면 첫인상이 강한 음식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들에겐 강한 맛이 기억에 남으면서 입소문이 자연스럽게 나는 것”이라고 봤다.
대구지역 소비자들의 성향도 외식산업이 발전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최 팀장은 “대구 사람들은 맛있으면 사 먹고 맛없으면 안 먹는 등 지역 업체라고 해서 무조건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스스로 먹어 보고 맛있다고 판단하면 평생 단골이 될 정도로 의리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시설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 많지 않아 자연스럽게 외식업이 발달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조는 치킨
대구·경북지역은 국내에서 ‘치킨왕국’으로 꼽힐 만큼 성공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많다. 1980년대 치킨 브랜드의 서막을 연 멕시칸, 멕시카나, 처갓집양념통닭을 시작으로 치킨 브랜드의 황금기이던 1990년대 교촌치킨과 호식이두마리치킨이 모두 대구에서 시작했다. 2000년대엔 땅땅치킨, 별별치킨까지 대구·경북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뻗어나간 치킨업체로 성장했다. 매년 7월이 되면 대구에선 대규모 ‘치맥 페스티벌’이 열린다.
대구에서 치킨업체가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대구 외곽을 중심으로 양계장산업이 발달해서라는 것과 두 번째는 대구 인근 공단지역에서 근로자들이 값싸게 업무 이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치맥(치킨+맥주)을 먹기 위해 이 지역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길영화 교촌에프앤비 과장은 “대구지역에서 치열한 치킨 경쟁이 벌어지면서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메뉴 개발에 나선 것이 대구 이외 지역에서도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이라고 말했다.
치킨뿐 아니다. 대구는 커피의 도시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구의 커피 매장 수는 3500여개로 270가구당 한 개꼴다. 이는 서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경기도(매장당 323가구), 부산(366가구)보다도 많다.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엔제리너스커피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다빈치’ 등 토종 커피업체 매장 수가 더 많은 유일한 도시다.
작년 말 기준 엔제리너스커피는 대구에 72개 매장을 보유했지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120개 매장을 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대구에선 맛만 있다면 우리 지역 업체의 커피를 마시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다른 지역보다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