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영생, 행복, 신성을 꿈꾸는 인간-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의 새 저서 《호모 데우스(Homo Deus)》는 인류가 세 가지 중요 과제인 기근, 역병, 전쟁을 거의 정복했다고 선언한다. 이제 기근은 더 이상 신의 영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통제할 수 있는 변수이며, 자연적 역병은 인류가 통제할 수 있고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역병이 더 문제라고 주장한다. 또 이제는 탄약보다 설탕이 더 위험한 물질이라고 말한다. 물질과 자원 기반의 경제에서 지식 기반 경제로 가면서 선진 제국은 더 이상 후진 국가를 물리적으로 침략해 가면서까지 착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식재산권과 인터넷, 전자상거래 등은 부를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전쟁 없이 이전한다.

기근, 역병, 전쟁을 극복한 호모 사피엔스는 어떤 새로운 관심사를 가지게 될까. 첫 번째는 불멸, 즉 영생이다. 살 권리는 인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그 살 권리의 궁극은 불멸의 추구다. 문제는 부를 가진 사람이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제 만민 평등의 개념이 사그라지고 있으며, 생명의 유한성은 운명이 아니라 치료하고 해결해야 할 공학적 문제가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행복이다. 인간이 오래 산다면 행복하게 살아야 의미가 있다. 지속적인 행복과 쾌락을 위해 호모 사피엔스가 개조되고 있다고 하라리는 설명한다. 문제는 인간은 자신의 삶의 조건이 향상되면 그 기대도 끝없이 부풀어간다는 것이다. 처음엔 치료를 위해 개발한 항우울제 등이 비타민처럼 보급되고, 상처를 꿰매는 데 사용한 외과 수술과 성형 수술 기법이 이제는 미용의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치료제는 업그레이드 용도로 계속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미국에서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는 추세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신성 추구다. 오래 살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넘어 인간은 신처럼 살고 싶어 한다.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은 바이오 공학, 사이보그 공학,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자신을 신성으로 확장시키고자 하는데 기근과 역병과 전쟁을 극복한 인류는 이미 성서의 구약시대 신보다 능력이 출중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하라리는 자본주의 체제가 인간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영생, 행복, 신성을 추구하게 하고 있으며 이는 인본주의의 오랜 이상이며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우리의 미래 경제, 사회, 정치는 인간이 죽는다는 것을 정복하기 위한 노력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하면서 몇십 년 안에 호모 사피엔스가 이룩한 의미의 세계는 멸망할 것이라고 묵시록적인 예언을 한다.

물론 필자는 몇십 년 안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라리는 장구한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이기는 하지만 미래학자로서의 예측은 성급한 측면이 있고 첨단 기술 현황에 대한 판단에서 전문성 부족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책 《사피엔스》에서도 인공지능을 다룬 부분은 성급함과 비전문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귀담아들으면서 현황을 계속 파악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산업적으로 사회적으로도 필요하다. 포천은 지난 3월7일자 기사에서 2030년까지 90살을 50살처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므두셀라 재단에 투자한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인 피터 시엘과 빌 마리스의 구글벤처스, 아서 레빈슨의 칼리코, 인간 지놈 연구로 유명한 크레이그 벤터의 휴먼롱제비티 등 노화를 치료하는 연구 기업을 소개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고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고 한다. 창조경제니 4차 산업혁명이니 하는 용어나 구호를 내세우기보다 인류가 직면하고, 추구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간파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적 투자와 사회적 대비를 하는 실천이 더 중요하다.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