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스타일러' 미국 시장서도 통했다
LG전자 의류관리기인 스타일러 판매량이 최근 월 8000대를 넘어섰다. 2011년 출시 첫해 판매량이 수천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LG전자가 처음 내놔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의류관리기가 가전시장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 들어 스타일러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최근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월 8000대를 넘어서기도 했다”고 19일 말했다. LG전자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판매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2년 판매를 시작한 중국에서는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두 배 늘었으며, 지난해 말부터 공략한 미국시장 판매량은 전체 해외 판매량의 3분의 1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 건축전문 월간지인 아키텍처럴레코는 ‘2016 주방·욕실 분야 제품’으로 스타일러를 선정했다.

스타일러는 스팀과 옷걸이의 진동, 건조 등의 과정을 통해 옷의 주름을 없애고 냄새와 세균을 제거한다. 물을 묻히는 세탁 등의 과정 없이도 30~40분이면 옷을 보송보송하게 할 수 있다. 전자제품 판매점인 베스트샵의 한 직원은 “LG전자 직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조금씩 팔리던 것이 2015년부터 판매가 빠르게 늘었다”며 “지금은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이라면 꼭 한 번은 구입을 문의하는 가전제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제품 부피를 줄이고 바지에 칼주름을 잡아주는 기능을 추가한 2세대 스타일러가 지난해 초 나온 것도 판매가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

스타일러는 아이디어부터 개발까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사진)이 주도한 제품이다. 조 부회장은 2001년 막 상무로 진급해 세탁기연구실장을 맡으며 중남미 출장길에 올랐다. 오랜 비행에 구겨진 옷을 보고 난감해 하던 조 부회장은 부인과의 통화에서 “욕실에 걸어놓고 뜨거운 물을 틀어놓으면 옷이 펴진다”는 말을 들었다. 수증기를 흡수한 옷이 마르면서 주름이 펴지는 효과가 있었다.

오랜 기간 세탁기 개발에 매달렸던 조 부회장은 여기에 세탁기 관련 기술을 추가했다. 걸어둔 옷을 모터로 흔들어 먼지를 털면서 더 효과적으로 주름이 펴지도록 했다. 2002년 제품 콘셉트를 완성한 그는 2006년부터 본격 개발에 나섰다. 조 부회장은 “당시만 해도 의류 관련 가전은 세탁기와 다리미밖에 없었다”며 “비슷한 제품이 없어 크기와 형태를 정하는 것부터 어려웠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