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외국인 보유 토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이후 처음 줄어들었다. 투자자들이 몰렸던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 일대. 한경DB
제주도 외국인 보유 토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이후 처음 줄어들었다. 투자자들이 몰렸던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 일대. 한경DB
제주도 내 외국인 땅이 처음으로 줄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외국인 소유 땅 면적이 작년 말에 비해 21만㎡ 감소했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던 외국인의 제주 땅 투자가 감소한 것은 중국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제주도민 여론이 나빠진 데다 제주도가 농지와 관광숙박시설 투자의 관리·감독을 강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인 제주 투자 위축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의 외국인 소유 토지가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대장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모두 확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제주도 내 외국인 땅은 작년 말보다 21만8000㎡(1.1%) 줄어든 2037만㎡로 집계됐다. 공시지가 5598억원, 시가로는 1조원어치가 넘는다.

제주도 외국인 소유 땅이 줄어든 가장 큰 배경은 중국인 투자 감소다. 올 상반기 중국인은 61만㎡의 땅을 처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중국 뤼디그룹 땅으로 분류된 제주헬스케어타운 땅(26만㎡)도 소유권 이전이 안 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토지거래 신고를 중심으로 외국인 토지 현황을 집계하는 제주도는 지난 10월 말 기준 중국인 소유 토지가 전년보다 9% 늘어난 977만㎡라고 밝혔다. 국토부 통계와 달리 소폭 늘어난 수치로 일부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부지가 포함된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통계에서도 중국인 토지 매입 증가세(전년 말 대비)는 2013년 63%, 2014년 36%, 지난해 109%와 비교할 때 올 들어 9%로 확연히 줄었다.
제주 난개발 억제에 땅 투자 '주춤'…한발 빼는 중국인
대형 개발사업 중단 및 지연, 중국인들이 적극 사들이던 콘도와 분양형 호텔의 판매 감소, 제주도의 토지 투자 억제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제주도는 도내 농지 소유주를 전수조사해 올 상반기에만 국내외 1237명에게 임의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농자재 및 종자 구입, 농산물 판매 내역, 제주도 입출도 기록 등을 바탕으로 영농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내년 5월 이후 토지처분 명령을 받는다. 6개월 이내 토지를 팔지 않으면 매년 공시지가의 2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중국 모 증권거래소 직원이 제주도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가 적발되는 등 무분별한 투자에 대해 제주도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도 “지난 3~4년간 중국인들이 제주도 주요 땅을 많이 사놓은 데다 제주도가 상업용 토지를 매입한 중국인의 개발사업 내용을 꼼꼼히 살피면서 중국인들이 땅 일부를 팔고 있고 추가 매입은 꺼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여의도 80배 땅 소유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보유한 땅은 여의도 면적(여의서로 둑 안쪽 290만㎡)의 약 80배인 2억3223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토의 0.2%다. 공시지가 총액은 32조2608억원이다. 외국인 보유 토지 면적이 늘어난 것은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국내 생명보험업계 8위였던 동양생명을 인수하면서 토지 249만㎡를 취득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전체적으로 올해 외국인의 국내 토지 매수 증가폭(1.73%)은 미미하다.

국적별로는 미국이 1억1838만㎡(비중 51.0%), 유럽 2134만㎡(9.2%), 일본 1881만㎡(8.1%), 중국 1685만㎡(7.2%), 기타 국가가 5685만㎡(24.5%)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 국적을 가진 동포의 땅이 1억2552만㎡로 절반(54.1%)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합작법인(7511만㎡·32.3%)과 순수 외국법인(1941만㎡·8.4%), 순수 외국인(1163만㎡·5.0%) 순이다. 경기가 3841만㎡(16.5%)로 외국인 땅이 가장 많다.

문혜정/이해성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