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서울 석촌동 회사 사무실에서 내년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서울 석촌동 회사 사무실에서 내년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창업 이래 첫 흑자, 거래액 2조원 돌파.’

다운로드 수 2500만건에 이르는 국내 최대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을 개발한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창업 이래 가장 괄목할 만한 경영 지표를 일궈냈다. 2010년 창업 후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동시에 거래액 2조원을 달성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사업 목표는 ‘Beyond Chicken(치킨을 넘어서)’”이라며 “기존 배달음식에 국한되지 않고 원하는 음식을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종합 푸드테크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1년 만에 매출·거래 두배 증가

[그래도 창업이 희망이다] '첫 흑자 전환·거래액 2조'…배달 넘어 푸드테크로 간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우아한형제들의 주된 수익원인 거래 수수료 ‘제로(0)’ 정책을 선언했다. 배달의 민족 앱을 통해 음식점 배달 주문이 이뤄질 때마다 받아온 15% 안팎의 수수료를 과감하게 없애기로 한 것이다. 수수료와 관련해 영세 자영업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일부 비판에 대한 대응이었다. 논란은 종식시킬 수 있었지만 이후 매출이 30%나 줄어드는 등 고전했다. 김 대표는 “상생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소비자들이 이해해주면 매출이 바로 반등할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더 걸렸다”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 회사는 올 들어 배달 주문 건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올 들어 상반기 주문 건수가 지난해 하반기의 두 배에 달했다”며 “연간 주문 건수도 두 배 이상 늘어나 전체 거래 금액이 작년(1조원)의 두 배인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량이 월 1000만건에 이를 정도로 증가하면서 실적도 반등하고 있다. 2014년 291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95억원으로 급증했지만 이 기간 영업손실도 150억원에서 24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첫 흑자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김 대표는 “고객 수, 주문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하다”며 “우아한형제들은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보다 고객 창출에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달 ‘배민쉐프’ 출시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1년간 배달 앱 서비스에 머무르지 않고 ‘배민라이더스’(배달대행), ‘배민쿡’(반조리음식), ‘배민프레시’(반찬), ‘배민키친’(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단순 배달 주문 업체가 아니라 음식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하겠다는 게 우아한형제들의 포부다. 김 대표는 이를 푸드(음식)와 테크(기술)의 합성어인 ‘푸드테크’라고 부른다. 기술력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이달에는 ‘배민쉐프’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성 음식점 범주를 벗어나 숨은 고수들의 맛있는 음식을 찾아내는 게 배민쉐프의 핵심이다. 고장마다 있는 전통 요리의 명인은 물론, 식당을 운영하진 않지만 요리 솜씨가 뛰어난 사람들의 레시피(조리법)를 저작권 개념으로 사들여 이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소비자에게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김 대표는 “예를 들면 감자볶음을 정말 잘하는 주부의 레시피대로 감자볶음을 해서 판매한다는 것”이라며 “전국 각지 숨은 고수들의 음식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판매함으로써 새로운 시장, 새로운 만족을 창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IPO 서두르지 않겠다

올해 의미있는 경영실적을 냈지만, 김 대표는 기업공개(IPO) 시기를 묻는 질문에 “서두르지 않겠다”고 답했다. 최소한 내년엔 상장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그는 “배달의민족 서비스 하나로는 부족하다”며 “상장 이후에도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배민 외에 다양한 성장 모델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원기/이승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