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으로 암 극복하고 '명장'된 선재 스님 "음식으로 생명과 건강, 깨달음 얻어"
음식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뜨겁다. TV에선 이른바 ‘먹방’ ‘쿡방’이 끊이지 않고, 1인 가구를 위한 인스턴트 식품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조계종이 지정한 ‘사찰음식 명장’ 선재 스님은 궁금했다. “세상에 맛난 음식이 이렇게 넘쳐나는데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은 왜 더 늘어날까.” 30년 넘게 ‘음식 수행자’로 살아온 그가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불광출판사)를 펴낸 이유다. 4일 서울 안국동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선재 스님을 만났다.

“우리는 우리가 먹은 것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육체가 변하고, 마음이 변하며, 생각이 바뀌죠. 그만큼 음식은 중요합니다.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조율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은 죽음의 문턱에서 나를 깨워준 음식”이라고 했다. 1994년 간암 판정을 받은 그는 1년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10분이면 갈 거리를 세 번에 나눠 걸어야 할 만큼 쇠약해졌다. 경전에서 ‘약’을 구했다. 음식이 바로 약이었다. 《열반경》에 따르면 석가모니가 수많은 사람의 고민을 들은 뒤 늘 건넨 질문이 ‘무엇을 먹고 사느냐’ 였다. 인생사 모든 문제의 근원이 음식에 있다는 의미였다. 인스턴트 음식을 끊고 식습관을 고쳤다. 1년 만에 몸은 항체를 만들어냈고, 항암 치료에 성공했다.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에는 연기(緣起)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은 자연의 일부입니다. 땅의 흙에서 자란 곡식, 땅 속의 뿌리, 바람을 맞으며 자란 열매, 깊은 바닷속 해초…. 땅과 하늘, 바다의 광활한 생명을 몸이 받아들일 때 비로소 건강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짠맛 단맛 매운맛 등 자극적인 ‘맛’을 좇는 세태를 경계했다. 그는 “혀의 감각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연의 음식, 제철 음식을 지향하는 사찰음식을 통해 우리 입맛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식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정육(正肉)’만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촉진제나 항생제가 들어간 것은 바른 고기라고 할 수 없다”며 “필요한 경우 육식을 하되 동물의 삶을 배려해야 하며 결코 욕심내서 먹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채식과 사찰음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은 채식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깨달음을 위해 먹는 선식(禪食)”이라며 “생명과 건강을 위한 게 채식이라면 사찰음식은 생명과 건강 그리고 지혜를 위한 음식”이라고 규정했다.

선재 스님은 ‘소식’을 강조하며 “식사량의 4분의 3만 음식으로 채우고, 나머지는 물로 채우라”고 조언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